현재 우리나라의 공중파 3사 및 EBS, 지역 민방과 지방 MBC, 종교방송, 라디오, 지상파 DMB의 광고는 코바코가 판매를 대행한다. 일반 케이블 방송사가 직접 광고주와 직접적으로 거래하는 것과 달리, 코바코는 독점적으로 광고주에게 광고를 판매한다. 그래서 논의되는 것이 민영 미디어렙의 도입이다. 미디어렙은 특정 매체사와 전속계약을 채결해 그 매체의 시간 혹은 지면을 광고주나 광고회사에 판매하고 그 대금을 회수해 매체사에 지불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회사를 말한다. 즉 광고주가 광고대행사를 통해 광고를 구매하는 것처럼, 방송사는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를 판매한다. 하는 일은 코바코와 비슷하지만 민영 미디어렙은 당연히 독점적 지위를 얻을 수 없다.
공정한 판매루트로서의 미디어렙의 가능성
이번 토론회에서 첫 발제를 맡은 단국대학교 언론홍보학과 박현수 교수는 유럽과 미국의 미디어렙 도입 현황을 보여준 뒤 “원칙적으로는 미디어렙끼리의 완전 경쟁이 맞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광고 물량, 특히 민영 미디어렙의 우선순위 대상이 될 민영방송사 SBS의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제한적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디어렙끼리의 완전 경쟁 때문에 광고 수주를 위한 방송의 질적 저하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며 “미디어렙 도입은 광고를 판매하는 것의 문제인데 여기에 방송 공공성을 걸 따지는 건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그런 건 방송법으로 편성 기준을 강화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인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이수범 교수는 KBS와 MBC, EBS와 종교방송 을 담당하는 1개 공영 미디어렙과 1개 민영 미디어렙의 제한적 경쟁체제를 3년 정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가장 현실적인 안으로 꼽으면서 1개 공영 미디어렙과 다수 민영 미디어렙의 부분 경쟁체제, 방송사가 출자한 방송사 자회사 미디어렙의 완전 경쟁체제, 공영과 민영 구분 없는 다수의 미디어렙 완전 경쟁체제의 세 가지 모델도 가능한 경우의 수로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 민영 미디어렙 도입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지역 민방, 혹은 종교방송처럼 시청률이 낮아 광고 수주가 어려운 취약 매체에 대한 보장 문제다. 현재 코바코는 어떤 프로그램의 광고를 팔 때 지역 민방이나 종교방송의 광고까지 파는 연계판매, 소위 ‘끼워팔기’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예전부터 광고주와 광고대행사에서는 자신들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하지만 민영 미디어렙이 방송사와 계약을 맺고 광고를 수주한다면 지상파 3사 정도를 제외한 다른 취약 매체들은 미디어렙과의 계약 자체가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미디어렙으로서도 수지가 남는 장사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코바코는 정말 자유와 평등권의 사회악일까
이번 토론회에서는 민영 미디어렙의 경쟁 방식과 방송사의 소유 지분 문제 및 개인의 최대 소유 지분 범위, 그리고 시장 진입방식에 대한 여러 방법론이 제시되며 정부와 여당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모호했던 민영 미디어렙 시대의 청사진이 비교적 명료하게 제시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앞서 말했듯 현재 코바코 체제의 폐지와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전제한 토론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헌법 재판소는 현재의 방송광고시장체제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렸고, 그 근거인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은 보장되어야 하는 가치다. 하지만 코바코의 독점을 통해 EBS와 종교방송 등의 방송사들이 시청률은 낮아도 방송의 공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다는 것 역시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다. 때문에 현재의 체제가 유지되든 미디어렙이 도입되든 좀 더 많은 목소리들이 좀 더 다양한 가치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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