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라고 외치는 ‘달인’선생님도 16년이다. 그렇지만,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 그 뮤지컬 배우?”라고 말하는 최정원은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이했다. ‘뮤지컬’이라는 단어자체가 생소했을 20년 전부터, 이제는 거의 모든 광고판을 뮤지컬 포스터로 매울 만큼 성장한 지금까지 최정원이라는 배우는 무대에서 한발자욱도 빠져나갔던 적이 없다.

그런 그녀가 최근 한국이 아닌 스웨덴 무대에 섰다. 2008년 11월, 아바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스웨덴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의 갈라콘서트가 바로 그 무대. 최정원은 “아바를 대표해 도나를 연기한 전 세계 배우들 중 내가 그 무대에 섰던 것은 너무 행복한 경험이었다”고 스웨덴에서의 짧으면서도 길었던 일주일을 회상한다. 1만석이 넘은 극장에서 70인이 넘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수많은 관객들이 기립하여 노래를 불러주던 그 순간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고, 국위선양한 것 같은 느낌”이었단다. “스웨덴에 다녀와서 마음이 좀 바뀌고, 자신감도 많이 생긴” 최정원은 그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맘마미아>를 No.1 뮤지컬로 선택했다.

<맘마미아>는 7, 80년대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룹 아바의 곡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딸이 결혼을 앞두고 엄마의 옛 애인들 중에서 아빠를 찾는다는 내용을 기본 줄기 삼아 중년여성의 청춘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런던에서 시작된 이 작품은 전 세계 171개 도시에서 공연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에 초연된 이후 매년 관객들을 만나오고 있으며, 올 7월 국립극장에서 4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최근 영화로도 소개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맘마미아>는 그동안 “매일 섹시하고 열정적으로 살”던 그녀가 마흔이 되어 하게 된 작품이다. “마흔이라는 게 참 중요했던 것 같아요. 물론 더 나이가 들고 연륜이 더 생기고 나서 해도 좋았겠지만, 현재 내 나이와 가까웠던 만큼 더 잘 맞았어요” <맘마미아>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내용을 가진 작품이지만, 최정원은 특히 중년의 도나, 타냐, 로지 3명의 우정과 그들의 사랑을 더욱 중요시했다. “젊은 사람들만 열정이 있고, 사랑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저희 어머니는 공연보고 친구들에게 우리끼리 여행가자고 전화하셨대요”라며 웃는다. 도나로 많은 사랑을 받은 그녀는 “스웨덴에 갔다 와서 했던 공연이었는데, 정말 도나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타냐와 로지가 도나를 위해 쇼를 해주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내 주위에 그런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고 눈물이 났었죠”라며 마지막 대구에서 있었던 공연을 잊지 못했다.

커튼콜
최정원의 <맘마미아> 뮤지컬 베스트 순간

아바를 대표하는 22곡으로 이루어진 작품인 만큼 최정원은 베스트 넘버를 뽑기보다는 마지막 커튼콜을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공연에 참여했던 모든 배우들이 관객들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간단한 앵콜송을 부르는 것이 커튼콜의 기본이지만, <맘마미아>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좀 더 색다른 커튼콜이 준비되어 있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듯 도나, 타냐, 로지가 콘서트를 하는 느낌으로 진행되는 커튼콜은 이 작품을 얘기할 때 가장 신나는 무대로 빠지지 않는다. “최고의 커튼콜이잖아요. 제가 많은 작품을 해봤지만, 가장 화려하고 가장 커튼콜다운 커튼콜이 <맘마미아> 커튼콜인 것 같아요.”

“60이 되어서도 전성기이길 바래요”

벌써 데뷔 20년. 고집스럽게 한길을 꾸준히 밟아온 그녀에게 20년이란 세월은 길지도 않아 보인다. “무대에 있을 때 제일 행복한 것 같다”라고 할 만큼 무대를 가장 사랑하는 그녀는, 앞으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고 사랑을 나누어줄 수 있는” 무대에 계속 설 예정이다. 그동안 줄곧 라이선스 뮤지컬 작품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던 그녀이지만, 앞으로는 좋은 창작 작품을 많이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친다. 최근에는 <맘마미아>를 함께 했던 전수경, 이경미와 함께 “언니들이 꼬시고 꼬셔서 하게 되었다”는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공연 중이다. 5월까지 잡힌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지방공연까지 다 마친 후, 그녀는 <맘마미아>의 도나로, <시카고>의 벨마로 또다시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열정을 감추고 살았던 엄마에서 다시 섹시한 재즈싱어로 변신하는 그녀의 활약이 다음 20년에도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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