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웅본색>이 20년 만에 극장에서 재개봉 했다. 장국영에 열광하던 친누나의 영향으로 <영웅본색>을 어린나이에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9살인 그때 남자의 의리를 알면 얼마나 알겠냐마는 이 영화에서 입으로 성냥을 물고 낡은 바바리 코트에 선글라스 차림의 주윤발은 진정한 영웅으로 나의 가슴팍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후 20년 동안 이 영화를 시리즈별로 10번도 넘게 보고, 이 영화에서 장국영이 부른 주제가 ‘당년정’과 어디에서 어떤 테마 음악이 흘러나오는지도 외우게 되었다.

그런 영화를 낡고 어두컴컴한 스크린에서 필름의 질감으로 느낀다니, 설레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다. 넓은 좌석에 7명의 관객과 마주한 <영웅본색>은 다시 한 번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벅차오르는 나의 가슴을 알기라도 하듯이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는 동안 좌석에서 꼼짝 못하게 했다. 내 예상이 맞아 떨어지기라도 하듯이 거의 동시에 나간 7명의 관객들의 표정에는 공감의 표정과 슬픈 눈빛을 읽을 수가 있었다. <영웅본색>은 숱하게 본 많은 영화 중 세손가락에 들어갈 만한 인상 깊은 영화였고, 10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상영시간만큼 더하고 뺄 장면이 없는 몇 편 안되는 강렬한 영화였고, 배우들을 참 잘 활용한 영화였고, 홍콩영화 중에서 가장 좋은 영화음악이 나온 작품이다.

분명히 <영웅본색>이란 영화는 지금 시대에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홍콩 총싸움 영화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10년이 지난 후에, 다시 재개봉 소식이 들린다면 분명 또 다시 달려 갈 것이고, 똑같은 장면에서 똑같은 양의 감동을 느낄 것이다.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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