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염혜란 : 이런 기회가 다시 올까 싶다. 내 나이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것(인기) 또한 지나가는 거라는 걸 안다. 흔들리지 말고, 들뜨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잘 보내자고 하고 있다. (웃음) 카페에서 민낯으로 대본을 보고 있는데 날 알아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옆자리에 앉아 계셨는데 빵을 슬며시 주시곤 ‘방해되니까 자리 옮길게요’ 하고 떠나시더라. 몰입에 방해가 될까 봐 컵을 치울 때 빵이나 간식을 주신 분도 계셨다. 그런 배려들과 사랑이 너무 감사했다.
10. 최고 시청률 23.8%다. 올해 공중파 미니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차지했는데, 이런 큰 수치가 나올 걸 예상했나?
염혜란 : 마지막 회는 무조건 20%가 넘을 것 같았다. 마지막 회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서 그렇게 예상했는데, 최고 시청률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냥 행복하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뤄진 드라마다. 임상춘 작가님이 하고 싶었던 말처럼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걸 이룬 듯한 느낌이 들어서 배우들끼리 마지막 회를 보고 같이 부둥켜안고 울었다. 좋은 드라마를 한 게 행복하다.
10.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받은 첫 인상이 궁금하다.
염혜란 : 작가님의 전작(‘쌈마이웨이’)을 봐서 기대도 있었지만, 드라마 제목부터 따뜻한 작품 같다고 생각했다. 딱 봤는데 등장인물을 동물에 빗대어 설명했더라. 자영이는 고양이고 동백이는 하마. 그거 하나만으로 너무 재밌을 것 같았다. 시놉시스에는 ‘1인 1가구 1용식이 시급할 때다’ 이렇게 써져있었다. 시놉시스만으로 너무 재밌었다.
10. ‘동백꽃 필 무렵’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입을 모으는 부분이 ‘좋은 대본’이다. 대본 속 홍자영을 잘 구현한 것 같은가?
염혜란 : 홍자영의 지문을 보면 서늘한 카리스마, 조목조목 따진다, 똑소리 난다 이런 말이 많았다. 차분하게 카리스마를 폭발시키는 연기가 많았는데, 연기를 하는 내가 그 안에서도 변주를 줘야 하는 것들이 어려웠다. 흥분하지 않고 하나씩 따질 때 카리스마가 폭발한다. 더 이상 말을 못 하게 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지 않나. 그런 모습을 연기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부분들은 잘 구현했는지 스스로 봤을 땐 잘 모르겠다.
10. 자신이 본 홍자영은 어떤 사람인가?
염혜란 : 홍자영은 자존심이 센 사람이다. 근데 자존심이 강해서 상처를 받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상처를 받은 상태인 사람이다. 여러 능력들이 드러나서 강해 보이는 여자가 아니라, 모든 상황을 담담하게 냉정하게 바라보는 사람. 그래서 홍자영을 연기할 때도 세 보이는 게 아니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보였으면 했다.
10. 실제 성격도 조금 비슷한가?
염혜란 : 전혀 다르다. 나는 화가 나면 눈물부터 나는 스타일이다. 홍자영스럽고 싶다. (웃음) 홍자영으로 살다 보니 홍자영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모든 상황을 조금씩 객관적으로 보는 시선이 생겼다. 염혜란의 삶에도 홍자영이 영향을 준 것 같아서 좋다.
10. 홍자영은 논리적이고 냉정한 사람이지만, 내 편일 때 누구보다 든든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홍자영을 ‘갖고 싶은 언니’ ‘국민 누나’라고 불렀다. 이런 별명으로 불리는 기분이 궁금하다.
염혜란 : 나도 홍자영을 갖고 싶다. (웃음) 삶의 멘토처럼 고민도 들어주고 시원시원하게 얘기하고 잘해줄 것 같지 않나. 말만 앞서지 않고 실제로 능력도 있는 사람이다. 이런 언니 정말 갖고 싶을 것 같다. 현실은 홍자영과 다르기 때문에 홍자영을 연기하면서도 스스로 통쾌하고 행복한 마음들이 있었다.
10. 남편 노규태를 연기한 오정세와 케미는 정말 최고였다. 오정세와 호흡은 어땠나?
염혜란 : 오정세는 임기응변에 강한 사람이다. 정말 재밌는 친구다. 드라마 안에서는 연기로 만나기 때문에 티키타카(서로 호흡이 맞아 잘 주고받는 모습)가 재밌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잘 맞았다. 드라마 안에서 규태가 동적인 에너지를 쏟으면 내가 정적으로 받아야 해서 차이가 있는데, 그런 차이들이 더 재밌는 포인트가 된 것 같다.
10. 시상식 시즌이 다가오는데, 베스트 커플상 혹은 연기상을 기대하나?
염혜란 : 사실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기 때문에 그 사랑만으로 상을 받은 것과 다를 게 없다. 이미 상을 주신 것 같다. 시청자들의 열렬한 사랑으로 이미 상을 받았다. (웃음)
10. 홍자영의 최고의 장면을 꼽는다면 드리프트 장면이다. 차에서 내려 규태 앞을 막는 것 까지 너무 멋있었다. 이 장면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
염혜란 : 홍자영이 멋진 여자고 드리프트도 멋진 장면으로 나와야 해서 긴장을 많이 했다. 근데 내가 초보운전이다. 20년째 초보운전이라 직진밖에 못한다. (웃음) 현장 스턴트맨이 그 장면을 해줬는데 완성된 걸 보니까 정말 멋있게 나왔더라. 그때 내가 소매에 고무줄을 끼우고 있었는데 현장에 있던 모든 스태프가 그걸 발견하지 못했다. 나중에 댓글을 보고 내가 고무줄을 끼우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시청자들이 정말 세심하게 하나하나 다 보시는지 알았다.
10. 드리프트 장면이 나가고 난 후 주위 반응은 어땠나?
염혜란 : 시어머니가 ‘너 진짜 멋있다’라고 문자를 보내주셨다. 어머님이 눈이 높은데도 좋다고 하실 정도면 온 국민이 좋아한다고 봐야 한다. 그 문자를 받고 행복했다.
10. 규태와 부부 케미도 정말 좋았지만, 동백과 자매 케미가 너무 좋았다. 특히 ‘동백 씨 마음엔 동백 씨 꽃밭이 있네’라는 대사는 모든 시청자에게 감동을 준 명대사였다.
염혜란 : 그 장면은 홍자영의 입장에선 고백이다. 네가 이런 삶을 살아왔지만 너의 삶은 참 훌륭하다고 위로하는 거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영에게는 쉬운 고백이 아니었을 거다. 까멜리아엔 항상 방을 빼라고 모진 말을 하러 간 곳인데 동백이를 보러 까멜리아에 가서 같이 술을 마신다? 그 자체가 자영의 변화다. 홍자영의 성장기 혹은 동백의 삶에 동의하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10. 향미(손담비 분)와 붙는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향미와 연기할 때 유독 자영의 카리스마가 커보였다. 제압하는 느낌도 들었다.
염혜란 : 향미와 연기할 때 가장 우려가 많이 됐다. 자영은 향미를 깜냥도 안 되는, 전의 상실 수준으로 대한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고학력자 자영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하하는 걸로 보일까봐 걱정했고, 대사로 향미를 ‘술집 여자’라고 표현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향미를 죽인 건 까불이(이규성 분)이고 나는 목격자였지만 나는 편견 속에서 향미를 정신적으로 죽인 사람인 것 같았다.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행동과 대사로 향미를 죽인 것 같아 마음이 좋진 않았다.
10. 까불이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모두가 까불이 용의 선상에 올랐다. 자영 역시 의심을 피할 수 없었다.
염혜란 : 내가 왜 의심받았을까. (웃음) 사실 까불이 찾기 인기가 정말 뜨거웠다.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고 내 주변에서도 까불이 정체를 물어봤다. 나는 까불이가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시청자들이 볼 때 ‘혹시?’ 하는 생각이 들게끔 연기를 했다. ‘자영이가 까불이?’ 이런 오해를 낳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조금 있었다. 규태에게 ‘시체는 그렇게 쉽게 뜨지 않아’ 이런 대사도 일부러 서늘하게 했다.
10. 홍자영의 대사 중 정말 멋있다고 생각하는 말 하나만 꼽자면?
염혜란 : 홍자영의 대사뿐만 아니라 모든 대사들이 주옥같아서 하나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좋다. 하나만 꼽자면 나는 ‘저 홍자영이에요’라는 말이 참 좋다. 그 한 마디가 홍자영스럽다. 이름도 어쩜 찰떡같이 홍자영인가. (웃음) ‘홍자영이에요’라고 하면 뭔가 해결해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뭐, 해결이 되겠지’ 이런 느낌이라 좋았다.
10. ‘동백꽃 필 무렵’이 시놉시스부터 재밌었고, 제목부터 따뜻한 느낌을 받았던 작품이라고 했다. 드라마를 끝나고 지난 10주를 돌아보니 어떤가?
염혜란 : 사실 홍자영이 처음에는 힘들었다. 내가 스스로를 보는 편견이 있었다. 나에게 홍자영은 어울리지 않은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왜 나한테 홍자영을? 홍자영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많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남들은 별말 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 나를 어떤 배우라고 편견을 만들어놨더라. 그런데 공효진 씨도 ‘언니가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라고 하고 감독님도 작가님도 ‘염혜란답게 하세요’라고 하셨다. 내가 그랬기 때문에 드라마의 주제(편견)가 나한테 더 다가왔다. 홍자영이 자양분이 됐다. 편견은 곧 내가 만든 거였다는 깨달음을 준 작품이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10.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다. ‘동백꽃 필 무렵’은 어떤 드라마로 남을 것 같나?
염혜란 : 마지막 회 동백이 대사 중에 ‘나는 모래밭 위 사과나무 같았다. 파도는 쉬지 않고 달려드는데 발 밑에 움켜쥘 흙과 팔을 뻗어 기댈 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 이제 내 옆에 사람들이 돋아나고 그들과 뿌리를 섞었을 뿐인데 이토록 발밑이 단단해지다니… 이제야 곁에서 항상 꿈틀댔을 바닷바람, 모래알, 그리고 눈물 나게 예쁜 하늘이 보였다’라는 대사가 있다. 그 대사가 참 좋다. 저도 모래밭에 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작품이 안 되면 안 될 것 같다가도 사랑받으면 또 될 것 같았다.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모든 것들이 자양분이 된다. ‘동백꽃 필 무렵’은 내 마음에 동백나무를 심어준 드라마다. 마음 한편에 동백나무를 심고 뿌리를 내리고 잘 있으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 같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갖고 싶은 언니’ ‘국민 누나’. 배우 염혜란이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얻은 별명이다. 시크하고 냉철하지만, 내 편일 때는 그 누구보다 든든하게 지켜주는 걸크러시 매력. 맞는 말만 골라서 해 비수를 꽂다가도 위로가 필요할 때 진심 가득한 말로 달래주는 따뜻함. 염혜란이 만든 홍자영은 ‘내 편’이었으면 하는, 존재만으로도 용감하게 만들어주는 인물이었다.10. ‘동백꽃 필 무렵’이 시청률, 화제성 모두 잘 됐다. 인기와 더불어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소감은 어떤가? 알아보는 사람들도 늘었을 것 같다.
‘동백꽃 필 무렵’은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지난 21일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염혜란은 옹산의 냉철한 변호사이자 노규태(오정세 분)의 아내 홍자영을 맡았다. 홍자영은 남편 노규태를 하찮아하면서도 귀여워했고, 싫어하던 동백(공효진 분)과 친구가 된 후에는 자매 케미까지 선보였다. 서늘한 표정이어도 따뜻한 눈빛을 품고 있던 홍자영의 등장은 늘 기다려졌다.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옹산 걸크러시’로 활약했던 염혜란은 그가 아니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홍자영을 완성했다.
염혜란 : 이런 기회가 다시 올까 싶다. 내 나이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것(인기) 또한 지나가는 거라는 걸 안다. 흔들리지 말고, 들뜨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잘 보내자고 하고 있다. (웃음) 카페에서 민낯으로 대본을 보고 있는데 날 알아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옆자리에 앉아 계셨는데 빵을 슬며시 주시곤 ‘방해되니까 자리 옮길게요’ 하고 떠나시더라. 몰입에 방해가 될까 봐 컵을 치울 때 빵이나 간식을 주신 분도 계셨다. 그런 배려들과 사랑이 너무 감사했다.
10. 최고 시청률 23.8%다. 올해 공중파 미니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차지했는데, 이런 큰 수치가 나올 걸 예상했나?
염혜란 : 마지막 회는 무조건 20%가 넘을 것 같았다. 마지막 회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서 그렇게 예상했는데, 최고 시청률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냥 행복하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뤄진 드라마다. 임상춘 작가님이 하고 싶었던 말처럼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걸 이룬 듯한 느낌이 들어서 배우들끼리 마지막 회를 보고 같이 부둥켜안고 울었다. 좋은 드라마를 한 게 행복하다.
10.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받은 첫 인상이 궁금하다.
염혜란 : 작가님의 전작(‘쌈마이웨이’)을 봐서 기대도 있었지만, 드라마 제목부터 따뜻한 작품 같다고 생각했다. 딱 봤는데 등장인물을 동물에 빗대어 설명했더라. 자영이는 고양이고 동백이는 하마. 그거 하나만으로 너무 재밌을 것 같았다. 시놉시스에는 ‘1인 1가구 1용식이 시급할 때다’ 이렇게 써져있었다. 시놉시스만으로 너무 재밌었다.
10. ‘동백꽃 필 무렵’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입을 모으는 부분이 ‘좋은 대본’이다. 대본 속 홍자영을 잘 구현한 것 같은가?
염혜란 : 홍자영의 지문을 보면 서늘한 카리스마, 조목조목 따진다, 똑소리 난다 이런 말이 많았다. 차분하게 카리스마를 폭발시키는 연기가 많았는데, 연기를 하는 내가 그 안에서도 변주를 줘야 하는 것들이 어려웠다. 흥분하지 않고 하나씩 따질 때 카리스마가 폭발한다. 더 이상 말을 못 하게 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지 않나. 그런 모습을 연기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부분들은 잘 구현했는지 스스로 봤을 땐 잘 모르겠다.
염혜란 : 홍자영은 자존심이 센 사람이다. 근데 자존심이 강해서 상처를 받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상처를 받은 상태인 사람이다. 여러 능력들이 드러나서 강해 보이는 여자가 아니라, 모든 상황을 담담하게 냉정하게 바라보는 사람. 그래서 홍자영을 연기할 때도 세 보이는 게 아니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보였으면 했다.
10. 실제 성격도 조금 비슷한가?
염혜란 : 전혀 다르다. 나는 화가 나면 눈물부터 나는 스타일이다. 홍자영스럽고 싶다. (웃음) 홍자영으로 살다 보니 홍자영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모든 상황을 조금씩 객관적으로 보는 시선이 생겼다. 염혜란의 삶에도 홍자영이 영향을 준 것 같아서 좋다.
10. 홍자영은 논리적이고 냉정한 사람이지만, 내 편일 때 누구보다 든든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홍자영을 ‘갖고 싶은 언니’ ‘국민 누나’라고 불렀다. 이런 별명으로 불리는 기분이 궁금하다.
염혜란 : 나도 홍자영을 갖고 싶다. (웃음) 삶의 멘토처럼 고민도 들어주고 시원시원하게 얘기하고 잘해줄 것 같지 않나. 말만 앞서지 않고 실제로 능력도 있는 사람이다. 이런 언니 정말 갖고 싶을 것 같다. 현실은 홍자영과 다르기 때문에 홍자영을 연기하면서도 스스로 통쾌하고 행복한 마음들이 있었다.
10. 남편 노규태를 연기한 오정세와 케미는 정말 최고였다. 오정세와 호흡은 어땠나?
염혜란 : 오정세는 임기응변에 강한 사람이다. 정말 재밌는 친구다. 드라마 안에서는 연기로 만나기 때문에 티키타카(서로 호흡이 맞아 잘 주고받는 모습)가 재밌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잘 맞았다. 드라마 안에서 규태가 동적인 에너지를 쏟으면 내가 정적으로 받아야 해서 차이가 있는데, 그런 차이들이 더 재밌는 포인트가 된 것 같다.
10. 시상식 시즌이 다가오는데, 베스트 커플상 혹은 연기상을 기대하나?
염혜란 : 사실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기 때문에 그 사랑만으로 상을 받은 것과 다를 게 없다. 이미 상을 주신 것 같다. 시청자들의 열렬한 사랑으로 이미 상을 받았다. (웃음)
염혜란 : 홍자영이 멋진 여자고 드리프트도 멋진 장면으로 나와야 해서 긴장을 많이 했다. 근데 내가 초보운전이다. 20년째 초보운전이라 직진밖에 못한다. (웃음) 현장 스턴트맨이 그 장면을 해줬는데 완성된 걸 보니까 정말 멋있게 나왔더라. 그때 내가 소매에 고무줄을 끼우고 있었는데 현장에 있던 모든 스태프가 그걸 발견하지 못했다. 나중에 댓글을 보고 내가 고무줄을 끼우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시청자들이 정말 세심하게 하나하나 다 보시는지 알았다.
10. 드리프트 장면이 나가고 난 후 주위 반응은 어땠나?
염혜란 : 시어머니가 ‘너 진짜 멋있다’라고 문자를 보내주셨다. 어머님이 눈이 높은데도 좋다고 하실 정도면 온 국민이 좋아한다고 봐야 한다. 그 문자를 받고 행복했다.
10. 규태와 부부 케미도 정말 좋았지만, 동백과 자매 케미가 너무 좋았다. 특히 ‘동백 씨 마음엔 동백 씨 꽃밭이 있네’라는 대사는 모든 시청자에게 감동을 준 명대사였다.
염혜란 : 그 장면은 홍자영의 입장에선 고백이다. 네가 이런 삶을 살아왔지만 너의 삶은 참 훌륭하다고 위로하는 거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영에게는 쉬운 고백이 아니었을 거다. 까멜리아엔 항상 방을 빼라고 모진 말을 하러 간 곳인데 동백이를 보러 까멜리아에 가서 같이 술을 마신다? 그 자체가 자영의 변화다. 홍자영의 성장기 혹은 동백의 삶에 동의하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10. 향미(손담비 분)와 붙는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향미와 연기할 때 유독 자영의 카리스마가 커보였다. 제압하는 느낌도 들었다.
염혜란 : 향미와 연기할 때 가장 우려가 많이 됐다. 자영은 향미를 깜냥도 안 되는, 전의 상실 수준으로 대한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고학력자 자영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하하는 걸로 보일까봐 걱정했고, 대사로 향미를 ‘술집 여자’라고 표현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향미를 죽인 건 까불이(이규성 분)이고 나는 목격자였지만 나는 편견 속에서 향미를 정신적으로 죽인 사람인 것 같았다.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행동과 대사로 향미를 죽인 것 같아 마음이 좋진 않았다.
10. 까불이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모두가 까불이 용의 선상에 올랐다. 자영 역시 의심을 피할 수 없었다.
염혜란 : 내가 왜 의심받았을까. (웃음) 사실 까불이 찾기 인기가 정말 뜨거웠다.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고 내 주변에서도 까불이 정체를 물어봤다. 나는 까불이가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시청자들이 볼 때 ‘혹시?’ 하는 생각이 들게끔 연기를 했다. ‘자영이가 까불이?’ 이런 오해를 낳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조금 있었다. 규태에게 ‘시체는 그렇게 쉽게 뜨지 않아’ 이런 대사도 일부러 서늘하게 했다.
염혜란 : 홍자영의 대사뿐만 아니라 모든 대사들이 주옥같아서 하나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좋다. 하나만 꼽자면 나는 ‘저 홍자영이에요’라는 말이 참 좋다. 그 한 마디가 홍자영스럽다. 이름도 어쩜 찰떡같이 홍자영인가. (웃음) ‘홍자영이에요’라고 하면 뭔가 해결해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뭐, 해결이 되겠지’ 이런 느낌이라 좋았다.
10. ‘동백꽃 필 무렵’이 시놉시스부터 재밌었고, 제목부터 따뜻한 느낌을 받았던 작품이라고 했다. 드라마를 끝나고 지난 10주를 돌아보니 어떤가?
염혜란 : 사실 홍자영이 처음에는 힘들었다. 내가 스스로를 보는 편견이 있었다. 나에게 홍자영은 어울리지 않은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왜 나한테 홍자영을? 홍자영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많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남들은 별말 하지 않았는데 나 혼자 나를 어떤 배우라고 편견을 만들어놨더라. 그런데 공효진 씨도 ‘언니가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라고 하고 감독님도 작가님도 ‘염혜란답게 하세요’라고 하셨다. 내가 그랬기 때문에 드라마의 주제(편견)가 나한테 더 다가왔다. 홍자영이 자양분이 됐다. 편견은 곧 내가 만든 거였다는 깨달음을 준 작품이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10.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다. ‘동백꽃 필 무렵’은 어떤 드라마로 남을 것 같나?
염혜란 : 마지막 회 동백이 대사 중에 ‘나는 모래밭 위 사과나무 같았다. 파도는 쉬지 않고 달려드는데 발 밑에 움켜쥘 흙과 팔을 뻗어 기댈 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 이제 내 옆에 사람들이 돋아나고 그들과 뿌리를 섞었을 뿐인데 이토록 발밑이 단단해지다니… 이제야 곁에서 항상 꿈틀댔을 바닷바람, 모래알, 그리고 눈물 나게 예쁜 하늘이 보였다’라는 대사가 있다. 그 대사가 참 좋다. 저도 모래밭에 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작품이 안 되면 안 될 것 같다가도 사랑받으면 또 될 것 같았다.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모든 것들이 자양분이 된다. ‘동백꽃 필 무렵’은 내 마음에 동백나무를 심어준 드라마다. 마음 한편에 동백나무를 심고 뿌리를 내리고 잘 있으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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