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애니매이션 영화 ‘날씨의 아이’ 포스터./ 사진제공=미디어캐슬
애니매이션 영화 ‘날씨의 아이’ 포스터./ 사진제공=미디어캐슬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반일감정이 커진 가운데 지난달 30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날씨의 아이’ 측이 “편견을 거둬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날씨의 아이’를 배급한 미디어캐슬과 워터홀컴퍼니, 마케팅사 홀리가든과 포디엄은 4일 공식 입장문을 냈다. ‘날씨의 아이’ 측은 “개봉 전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고민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지난주 약속된 개봉을 완료했다”며 “내한에 대한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도 그 약속을 지키고, 일정까지 연장하며 자신의 마음을 직접 관객들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날씨의 아이’ 측은 “첫 주말 약 33만 7000명의 관람객,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 대비 -70% 하락과 더불어 최종스코어 371만, 그 반의반도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다”면서 “오로지 영화 자체에 대한 불만족, 완성도에 대한 이슈만으로 이 차가운 현실을 만난 것이라면 최소한의 위로가 되겠지만 과정을 돌이켜 보았을 때 그렇지 않았고, 이 냉혹한 결과로 남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경쟁작 대비 낮은 인지도로 준비부터 고초를 겪었고 이는 낮은 예매율과 저조한 첫주 실적으로 이어졌다. 이를 타개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하고, 일반 관객과 접점이 있는 곳들과 마케팅 협업을 타진했지만 대부분 거절당했고, 외면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반일감정이 커진 상황으로 인해 지상파 매체나 그에 준하는 광고구좌에 게재의 어려움을 겪은 것. ‘날씨의 아이’ 측은 “감독이 이 작품에 녹인 메시지와 그의 세계관, 작품의 완성도는 언급될 기회조차 없었다. ‘날씨의 아이’는 마치 철없는 어린 시절, 잘못도 없이 외모로 놀림 받고, 말투로 놀림 받아 나조차도 피하고 싶었던 대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날씨의 아이’ 측은 “지금의 상황에서 본 작품으로 일본에 가는 이익은 없다”며 “일본을 포함, 전 세계에서 막대한 흥행력을 기록, 국내에서의 실패가 일본에 주는 피해도 없다. 그저 수십억 비용을 투자한 국내의 영화사만이 지금의 상황을 손실로 접어두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의 마음에 철없는 질문이 남는다. 이 작품이 만났던 모든 외면과 그로 인해 영향받은 실패가 공정한 것인지, 저희와 같은 기록되지 않을 피해의 대상들이 쌓이면 모두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인지 말이다”고 했다.

‘날씨의 아이’ 측은 “지금 많은 일본 콘텐츠에 투자한 영화사들은 대기 중인 그들 작품 앞에 심약한 마음만 되새김질하고 있다. 대부분 대기업이 아닌 좋아하는 콘텐츠를 업으로 하는 중소기업들”이라며 “일본 내 극우, 전범과 관련된 기업들을 제외하고, 지금의 안타까운 시대 속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받는 사회의 구성원들 중 보통의 가치관을 가진, 보통의 시민들도 다수”라고 강조했다. 또한 “당연한 감정으로 맥주 불매에 동참하면서도 그 재고는 감당하지 못해 쓴 현실을 남은 맥주로 해소하는 이들도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개별 단위의 실패를 핑계 삼아 불매를 취소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럴 마음도, 힘도 없다”면서 “다만 지금 저희는 우리가 하는 행동의 이면에 고통받는 보통의 사람들도 잠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속에 저희의 모습도 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영화 ‘날씨의 아이’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조준원 기자 wizard333@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영화 ‘날씨의 아이’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조준원 기자 wizard333@
신카이 감독은 최근 내한 기자회견에서 ‘날씨의 아이’가 다루고 있는 기후의 변화에 대해 “어른들의 책임이며 이를 청춘과 어린 세대들에게 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날씨의 아이’ 측은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어떠한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 있는 것인지, 불편한 생각들로 괴로웠다. 검색포털에 ‘날씨의 아이’가 보고 싶은데 친구들의 눈치가 보여 걱정이라는 누군가의 질문부터 악의를 가지고 이 영화를 시국에만 연결시키는 모든 댓글도 괴로웠다”고 전했다.

‘날씨의 아이’ 측은 “그럴수록 저희는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했다. 냉정한 외면이 억울했지만 그 분위기에도 반하지 않고자 저희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조차 조심했고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시사회들로 관객과 소통했다. 큰 손해를 감수하고도 단 하루 상영만 가능했던 특별관 상영도 오로지 작품의 관람 환경을 위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작이 성공했다고 이번 작품도 성공해야 한다는 억지스러움에 빠지지 않기 위해 더욱 작품의 본질을 알리고자 했다. 하지만 본질을 알리고자 하는 그 마음 외 다른 모든 기회는 철저히 저희를 외면했다”고 알렸다.

‘날씨의 아이’ 측은 “저희는 실패로 끝나겠지만 다른 유사 작품들에는 이제 편견을 거둬달라. 우리나라는, 문화를 통제하려는 권력에 상처 입었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뜨거운 곳”이라며 “문화를 100% 문화로 볼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그 반대가 100% 편견으로 배척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 출발한 작품과 인정받는 감독이 언젠가 다른 국가의 환경으로 인해, 그것의 언어가 한국어라는 이유로 배척받는다면 저희는 그것을 외면하고 넘어갈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의 이면에 있는 보통의 현실에 대한 고뇌들도 보살펴지기를 다시 희망한다”고 바랐다.

◆ 이하 ‘날씨의 아이’ 측 공식 입장문

[공식입장문] 안타까운 시대 속 영화 <날씨의 아이>를 개봉하기까지.

안녕하세요, 영화 <너의 이름은.>을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날씨의 아이>의 개봉을 마친 영화사 미디어캐슬과 배급사 워터홀컴퍼니 그리고 마케팅사 홀리가든, 포디엄입니다.

<날씨의 아이> 개봉 전,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고민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지난주 약속된 개봉을 완료하였습니다. 내한에 대한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도 그 약속을 지키고, 일정까지 연장하며 자신의 마음을 직접 관객들에게 전했습니다.

첫 주말 약 33만 7천 관람객,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 대비 -70% 하락과 더불어 최종스코어 371만, 그 반의반도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습니다. 오로지 영화 자체에 대한 불만족, 완성도에 대한 이슈만으로 이 차가운 현실을 만난 것이라면 최소한의 위로가 되겠지만 과정을 돌이켜 보았을 때 그렇지 않았고, 이 냉혹한 결과로 남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날씨의 아이>는 경쟁작 대비 낮은 인지도로 준비부터 고초를 겪었고 이는 낮은 예매율과 저조한 첫주 실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를 타개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하고, 일반 관객과 접점이 있는 곳들과 마케팅 협업을 타진하였지만 대부분 거절당했고, 외면받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일본어가 나오는 영화의 예고편이나 그 소개를 일반 대중에게 전달되는 지상파 매체나 그에 준하는 광고구좌에 게재할 수 없고, 이 시국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콘텐츠와 엮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감독이 이 작품에 녹인 메시지와 그의 세계관, 작품의 완성도는 언급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날씨의 아이>는 마치 철없는 어린 시절, 잘못도 없이 외모로 놀림 받고, 말투로 놀림 받아 나조차도 피하고 싶었던 대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본 작품으로 일본에 가는 이익은 없습니다. 이미 <날씨의 아이>는 일본을 포함, 전 세계에서 막대한 흥행력을 기록, 국내에서의 실패가 일본에 주는 피해도 없습니다. 그저 수십억 비용을 투자한 국내의 영화사만이 지금의 상황을 손실로 접어두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저희의 마음에 철없는 질문이 남습니다. 이 작품이 만났던 모든 외면과 그로 인해 영향받은 실패가 공정한 것인지, 저희와 같은 기록되지 않을 피해의 대상들이 쌓이면 모두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인지 말입니다.

지금 많은 일본 콘텐츠에 투자한 영화사들은 대기 중인 그들 작품 앞에 심약한 마음만 되새김질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대기업이 아닌 좋아하는 콘텐츠를 업으로 하는 중소기업들입니다. 저희만 생각나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내 극우, 전범과 관련된 기업들을 제외하고, 지금의 안타까운 시대 속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받는 사회의 구성원들 중 보통의 가치관을 가진, 보통의 시민들도 다수입니다. 당연한 감정으로 맥주 불매에 동참하면서도 그 재고는 감당하지 못해 쓴 현실을 남은 맥주로 해소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 또한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개인들입니다. 개별 단위의 실패를 핑계 삼아 불매를 취소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럴 마음도, 힘도 없습니다. 다만 지금 저희는 우리가 하는 행동의 이면에 고통받는 보통의 사람들도 잠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속에 저희의 모습도 있음을 인정합니다.

신카이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날씨의 아이>가 다루고 있는 기후의 변화는 ‘어른들의 책임이며, 이를 청춘과 어린 세대들에게 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어떠한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 있는 것인지, 불편한 생각들로 괴로웠습니다. 검색포털에 <날씨의 아이>가 보고 싶은데 친구들의 눈치가 보여 걱정이라는 누군가의 질문부터 악의를 가지고 이 영화를 시국에만 연결시키는 모든 댓글도 괴로웠습니다.

그럴수록 저희는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냉정한 외면이 억울했지만 그 분위기에도 반하지 않고자, 저희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조차 조심했고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시사회들로 관객과 소통했습니다. 큰 손해를 감수하고도 단 하루 상영만 가능했던 특별관 상영도 오로지 작품의 관람 환경을 위해 진행했습니다. 전작이 성공했다고 이번 작품도 성공해야 한다는 억지스러움에 빠지지 않기 위해 더욱 작품의 본질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본질을 알리고자 하는 그 마음 외 다른 모든 기회는 철저히 저희를 외면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실패로 끝나겠지만 다른 유사 작품들에는 이제 편견을 거둬주십시오. 우리나라는, 문화를 통제하려는 권력에 상처 입었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뜨거운 곳입니다. 문화를 100% 문화로 볼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그 반대가 100% 편견으로 배척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에서 출발한 작품과 인정받는 감독이 언제가 다른 국가의 환경으로 인해, 그것의 언어가 한국어라는 이유로 배척받는다면 저희는 그것을 외면하고 넘어갈 수 있을지요? 모든 것의 이면에 있는 보통의 현실에 대한 고뇌들도 보살펴지기를 다시 희망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입장문 역시 비난을 받고 또 실패의 변명찾기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이 두려워 피하는 비겁함보다, 최소한 공정함을 저희가 살아가는 이 분야에서도 외쳐야 한다는, 저희의 실패가 같은 일을 하는 모두의 실패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용기가 더 앞섰습니다.

상영관은 모두 사라지고 사운을 걸고 준비한 비용은 실패하고 이 글도 잊혀지겠지만, 2019년 전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감독 중 한 명의 작품을 알렸다는 자부심은 오래 지나도 지켜질 것입니다. 그 자부심에 일본과 일본어가 연관되었다는 것에 속절없음을 느끼지만 이마저도 저희가 의도한 것이 아니기에 스스로의 위안은 스스로 찾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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