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고백부터 연인과의 이별 통보까지 휴대폰 메신저로 주고받는 요즘이다. 이런 때에 손수 적은 편지로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한다고 하면 “도대체 언제적 얘기냐”며 코웃음 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래서 더 낭만적이다. 뭐든 간편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것에 지쳐있다면 더욱···. 손편지로 사랑을 속삭이고, 시를 지어 마음을 표현하는 서툴지만 순수한 남자 시라노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시라노’가 2년 만에 돌아온다.
‘시라노’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31일 오후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연습 현장을 공개했다. 배우들은 ‘시라노(Cyrano)’라고 적힌 검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여덟 장면을 보여줬다. 극중 시라노 역을 맡은 이규형과 최재웅, 조형균은 번갈아 가며 연기했고, 록산 역의 박지연과 나하나를 비롯해 크리스티앙 역의 송원근, 김용한도 마치 무대 위인 것처럼 열연을 펼쳤다.
‘시라노’는 프랑스의 시인 겸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이 실존 인물인 시라노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독설의 대가이자 난폭한 검객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순수하고 가슴 따뜻한 시라노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룬다. 2017년 여름 한국 초연을 마친 후 약 2년 만이다. 전체 줄거리는 같지만 넘버(뮤지컬 삽입곡)를 수정·삽입하고 캐릭터에 변화를 줬다고 한다.
김동연 연출가가 두 번째 공연을 진두지휘하고, 최혜진 음악감독·정도영 안무감독·서숙진 무대디자이너 등이 힘을 보탰다. 초연에 이어 류정한은 또 한 번 프로듀서와 배우로 나섰다. 오는 8월 10일 개막해 10월 1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김동연 연출가는 ‘시라노’를 진두지휘하게 된 데 대해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연습하고 있다. 각색한 부분도 있고, 캐릭터에 변화도 줬다. 고전인 ‘시라노’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 현대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넘버의 작곡을 맡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대부분 초연과 같다. 다만 새롭게 들어온 노래가 있어서 넘버가 늘었다. 전쟁 장면과 크리스티앙과 시라노의 듀엣곡까지 음악을 좀 더 극적으로 바꿨다”면서 “프랭크 와일드혼도 변화에 동의했다. 다이내믹하게 표현하려고 했고 그에 따라 무대 연출도 바꿨다”고 덧붙였다.
류정한까지 시라노 역은 4명이 맡는다. 극중 시라노는 불의를 참지 못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성격이다. 각기 다른 느낌의 네 명의 배우들이 4인 4색의 시라노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류정한은 “두 번째 공연인데도 처음처럼 긴장되고 설렌다. 한국의 뮤지컬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작품이 나오고 있지만 ‘시라노’는 연기를 하는 사람에게도 위안이 되는 작품이다. 요즘 ‘레트로 감성’이 유행인데 ‘시라노’는 손편지부터 복고풍을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랑 이야기이지만 시라노가 갖고 있는 신념과 정의를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고민하게 된다.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했다.
최재웅 역시 “어마어마한 스마트 시대에 살고 있는데, ‘시라노’는 요즘답지 않고 낭만적이어서 흔쾌히 출연하기로 했다”면서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도 선하고 좋은 친구들이어서 더욱 즐겁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이규형은 “관객들이 쉽고 친숙하게 보길 원해서 그런 방향으로 작품에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도전이다. 스스로 극복해야 할 점인 것 같다”고 밝혔다.
조형균은 “모든 곡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다”면서 “1막 초반에 참다가 텅 빈 무대에서 시라노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그가 처음으로 원망하고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이 노래와 어우러져 연습할 때도 유독 가슴에 남는다”고 말했다.
극중 록산은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번갈아 무대에 오르는 박지연과 나하나는 “록산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박지연은 “록산은 자신이 원하는 걸 정확하게 아는 인물이다. 여러 갈증을 외면하거나 참지 않고 정면 돌파한다. 그런 점이 록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록산을 연기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이냐고 묻자 나하나는 “시라노를 알았다는 것이다. 연습하면서도 시라노의 말과 태도를 보면 ‘이런 사람이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하다. 록산 역을 열심히 잘 해내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시라노와 사랑의 라이벌인 크리스티앙을 연기하는 송원근은 “크리스티앙은 잘생기고 패기 넘치는 인물이다. 공연할 때도 ‘잘생겼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를 더 멋지고 잘생겨 보이도록 도와주는 분장팀과 의상팀, 무대팀과 호흡을 잘 맞추겠다”며 활짝 웃었다. 같은 역의 김용한도 “사실 크리스티앙도 컴플렉스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게 단순히 멍청하게만 보이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연기하겠다”고 귀띔했다.
이번 ‘시라노’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프로듀서와 배우를 겸하는 류정한이 있어서다. 류정한은 “한 작품에서 배우와 프로듀서를 같이 하는 건 이번 ‘시라노’가 마지막이다. 같이 하지 않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시라노’의 프로듀서에 도전했다”는 류정한은 “한국에서 프로듀서로서 뮤지컬 한 편을 완성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배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대극장 공연의 주인공과 프로듀서를 같이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미국 브로드웨이 프로듀서의 조언도 들었다. 초연 때 연기가 부족해서 이번에는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시라노 역을 다시 맡았다. ‘시라노’의 세 번째 공연부터는 병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시라노’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31일 오후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연습 현장을 공개했다. 배우들은 ‘시라노(Cyrano)’라고 적힌 검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여덟 장면을 보여줬다. 극중 시라노 역을 맡은 이규형과 최재웅, 조형균은 번갈아 가며 연기했고, 록산 역의 박지연과 나하나를 비롯해 크리스티앙 역의 송원근, 김용한도 마치 무대 위인 것처럼 열연을 펼쳤다.
‘시라노’는 프랑스의 시인 겸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이 실존 인물인 시라노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독설의 대가이자 난폭한 검객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순수하고 가슴 따뜻한 시라노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룬다. 2017년 여름 한국 초연을 마친 후 약 2년 만이다. 전체 줄거리는 같지만 넘버(뮤지컬 삽입곡)를 수정·삽입하고 캐릭터에 변화를 줬다고 한다.
김동연 연출가가 두 번째 공연을 진두지휘하고, 최혜진 음악감독·정도영 안무감독·서숙진 무대디자이너 등이 힘을 보탰다. 초연에 이어 류정한은 또 한 번 프로듀서와 배우로 나섰다. 오는 8월 10일 개막해 10월 1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이어 “넘버의 작곡을 맡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대부분 초연과 같다. 다만 새롭게 들어온 노래가 있어서 넘버가 늘었다. 전쟁 장면과 크리스티앙과 시라노의 듀엣곡까지 음악을 좀 더 극적으로 바꿨다”면서 “프랭크 와일드혼도 변화에 동의했다. 다이내믹하게 표현하려고 했고 그에 따라 무대 연출도 바꿨다”고 덧붙였다.
류정한까지 시라노 역은 4명이 맡는다. 극중 시라노는 불의를 참지 못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성격이다. 각기 다른 느낌의 네 명의 배우들이 4인 4색의 시라노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류정한은 “두 번째 공연인데도 처음처럼 긴장되고 설렌다. 한국의 뮤지컬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작품이 나오고 있지만 ‘시라노’는 연기를 하는 사람에게도 위안이 되는 작품이다. 요즘 ‘레트로 감성’이 유행인데 ‘시라노’는 손편지부터 복고풍을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랑 이야기이지만 시라노가 갖고 있는 신념과 정의를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고민하게 된다.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했다.
최재웅 역시 “어마어마한 스마트 시대에 살고 있는데, ‘시라노’는 요즘답지 않고 낭만적이어서 흔쾌히 출연하기로 했다”면서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도 선하고 좋은 친구들이어서 더욱 즐겁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이규형은 “관객들이 쉽고 친숙하게 보길 원해서 그런 방향으로 작품에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도전이다. 스스로 극복해야 할 점인 것 같다”고 밝혔다.
조형균은 “모든 곡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다”면서 “1막 초반에 참다가 텅 빈 무대에서 시라노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그가 처음으로 원망하고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이 노래와 어우러져 연습할 때도 유독 가슴에 남는다”고 말했다.
극중 록산은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번갈아 무대에 오르는 박지연과 나하나는 “록산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박지연은 “록산은 자신이 원하는 걸 정확하게 아는 인물이다. 여러 갈증을 외면하거나 참지 않고 정면 돌파한다. 그런 점이 록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록산을 연기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이냐고 묻자 나하나는 “시라노를 알았다는 것이다. 연습하면서도 시라노의 말과 태도를 보면 ‘이런 사람이 존재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하다. 록산 역을 열심히 잘 해내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이번 ‘시라노’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프로듀서와 배우를 겸하는 류정한이 있어서다. 류정한은 “한 작품에서 배우와 프로듀서를 같이 하는 건 이번 ‘시라노’가 마지막이다. 같이 하지 않기로 나 자신과 약속했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시라노’의 프로듀서에 도전했다”는 류정한은 “한국에서 프로듀서로서 뮤지컬 한 편을 완성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배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대극장 공연의 주인공과 프로듀서를 같이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미국 브로드웨이 프로듀서의 조언도 들었다. 초연 때 연기가 부족해서 이번에는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시라노 역을 다시 맡았다. ‘시라노’의 세 번째 공연부터는 병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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