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이몽’을 통해 악역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역할이라 고통스러울 만큼 힘들었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느끼고 연기에 대한 열정도 다시 샘솟게 됐거든요.”
지난 13일 종영한 MBC 토요드라마 ‘이몽’에서 배우 안신우는 총독부 경무국장 켄타 오노 역으로 데뷔 23년 만에 처음 악역에 도전했다. 그는 조선을 통치하려는 각처의 권력다툼 속에서 가늘고 길게 생존하는 게 최고라 여기는 인물이다. 속을 알 수 없는 능글능글한 웃음으로 극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던 안신우를 최근 서울 중림동 한경텐아시아에서 만났다.
‘이몽’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드라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의사 이영진(이요원 분)과 무장 비밀결사인 의열단 단장 김원봉(유지태 분)이 펼치는 첩보 액션물이다. 드라마 ‘태왕사신기’ ‘사임당 빛의 일기’를 연출한 윤상호 감독과 ‘아이리스’를 집필한 조규원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안신우는 ‘사임당 빛의 일기’에 이어 두 번째로 윤상호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감독님이 처음에는 독립군 역할을 제안했는데 비중이 작아도 좋으니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순간 편한 역할만 찾게 됐어요. 연기 경력이 늘어날수록 스스로 타협하게 되더라고요. 편하게 연기하고 있으면서 배우생활은 오래하고 싶어 하는 건 욕심이라는 걸 깨달았죠. 하지만 이제 와서 어떻게 바꿔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니 슬럼프가 왔죠. 배우로서 유통기한이 다 된 건가 싶어서 자존감도 낮아졌고요. 결국 주변에 도움을 청했어요. 친한 감독님들에게 안 해봤던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부탁드렸죠. 그렇게 켄타를 만나게 됐습니다.”
20년 넘게 착하고 정의로운 역할만 해왔던 안신우에게 악역 도전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존의 습관들을 모두 없애야 했고, 발성부터 몸의 움직임까지 새로이 바꿔야 했다. 그는 부드러움을 지우고 악함을 끄집어내기 위해 연기 선생님을 찾아갔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피나는 노력을 했다.
“백지에 새로운 걸 그리는 것보다 그려져 있는 그림을 수정하는 게 더 힘들잖아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습관들을 다 지워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연기를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몸에 묻어있던 게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니까요. 완벽하게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죠. 이런 과정들이 고통스럽기도 했고, 이제 와서 새로 연기를 배우는 게 자존심 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내려놓기까지가 힘들지 내려놓으니까 못할 게 뭐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힘들게 노력했는데, 방송을 보신 분들의 평이 나쁘지 않아서 너무 기뻤습니다.”
촬영을 하다가 혈변을 본 적도 있다고 했다. 납치를 당해 매달린 상태에서 맞는 장면을 찍은 뒤였다. 쇠로 만든 보호대가 장기를 자극한 것이 이유였다. 안신우는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나중에는 뿌듯함이 느껴졌다”며 “외상으로 보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필···”이라고 말끝을 흘리며 웃었다.
“마지막 회 촬영 때 폭탄이 터지면서 파편이 눈 쪽으로 튀었어요. 그때 감독과 스태프들이 일제히 저에게 달려오더라고요. 눈이 조금 충혈돼서 잠시 쉬었다 가긴 했지만,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니 좋더라고요. 하하. 저는 몸을 아끼면서 연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이몽’은 20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이다. 하지만 시청률은 저조했다. 평균 시청률은 4%대를 기록했고, 지난 6일 방송된 31회 시청률은 2.2%까지 떨어졌다. 안신우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 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이몽’ 촬영이 다 끝난 뒤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이야기 했어요. 제가 나중에 도움이 될 만한 위치에 올라가면 꼭 은혜를 갚겠다고 했죠. 감독님은 저에게 은인이에요. 전 작품인 ‘사임당 빛의 일기’를 하면서 결혼까지 하게 됐으니까요.”
안신우는 2017년 4월 결혼식을 올렸다. 13살 아래인 아내는 안신우의 매니저였다가 지금은 배우 이영애의 매니저다. 안신우는 “10년을 같은 회사에 있었다. 편한 친구이자 동료였다”며 “떨어져 지내다보니 소중한 줄 알게 됐다. 내가 이 친구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더라. ‘사임당 빛의 일기’로 이영애 씨와 같이 작품에 들어가면서 다시 얼굴을 보게 됐고, 급격히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이영애 씨가 아내에게 남자를 소개시켜 주려고 했어요. 아내는 계속 거절하기 미안했는지 저를 찾아와서 ‘오빠가 대신 제 남자친구라고 해줄 수 있어요?’라고 했죠. 그 때 제가 한 마디 했어요. ‘알겠어. 대신 진짜로 같이 살자’라고요. 하하.”
안신우 오는 10월 아빠가 된다. 올해 배우 안신우로도, 인간 안신우로도 변화가 많은 그는 멀미 증상이 날 것처럼 정신없지만 즐겁다고 했다. 새로운 인생을 사는 기분이 들 정도란다. 그의 앞으로 목표는 악역 캐릭터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거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있습니다. 저 같이 선하게 생긴 사람도 나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되든 안 되는 끝까지 부딪혀 볼 생각입니다. 후반전은 이제 시작이니까요.(웃음)”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지난 13일 종영한 MBC 토요드라마 ‘이몽’에서 배우 안신우는 총독부 경무국장 켄타 오노 역으로 데뷔 23년 만에 처음 악역에 도전했다. 그는 조선을 통치하려는 각처의 권력다툼 속에서 가늘고 길게 생존하는 게 최고라 여기는 인물이다. 속을 알 수 없는 능글능글한 웃음으로 극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던 안신우를 최근 서울 중림동 한경텐아시아에서 만났다.
‘이몽’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드라마다. 일제 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의사 이영진(이요원 분)과 무장 비밀결사인 의열단 단장 김원봉(유지태 분)이 펼치는 첩보 액션물이다. 드라마 ‘태왕사신기’ ‘사임당 빛의 일기’를 연출한 윤상호 감독과 ‘아이리스’를 집필한 조규원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안신우는 ‘사임당 빛의 일기’에 이어 두 번째로 윤상호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감독님이 처음에는 독립군 역할을 제안했는데 비중이 작아도 좋으니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순간 편한 역할만 찾게 됐어요. 연기 경력이 늘어날수록 스스로 타협하게 되더라고요. 편하게 연기하고 있으면서 배우생활은 오래하고 싶어 하는 건 욕심이라는 걸 깨달았죠. 하지만 이제 와서 어떻게 바꿔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니 슬럼프가 왔죠. 배우로서 유통기한이 다 된 건가 싶어서 자존감도 낮아졌고요. 결국 주변에 도움을 청했어요. 친한 감독님들에게 안 해봤던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부탁드렸죠. 그렇게 켄타를 만나게 됐습니다.”
“백지에 새로운 걸 그리는 것보다 그려져 있는 그림을 수정하는 게 더 힘들잖아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습관들을 다 지워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연기를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몸에 묻어있던 게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니까요. 완벽하게 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죠. 이런 과정들이 고통스럽기도 했고, 이제 와서 새로 연기를 배우는 게 자존심 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내려놓기까지가 힘들지 내려놓으니까 못할 게 뭐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힘들게 노력했는데, 방송을 보신 분들의 평이 나쁘지 않아서 너무 기뻤습니다.”
촬영을 하다가 혈변을 본 적도 있다고 했다. 납치를 당해 매달린 상태에서 맞는 장면을 찍은 뒤였다. 쇠로 만든 보호대가 장기를 자극한 것이 이유였다. 안신우는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나중에는 뿌듯함이 느껴졌다”며 “외상으로 보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필···”이라고 말끝을 흘리며 웃었다.
“마지막 회 촬영 때 폭탄이 터지면서 파편이 눈 쪽으로 튀었어요. 그때 감독과 스태프들이 일제히 저에게 달려오더라고요. 눈이 조금 충혈돼서 잠시 쉬었다 가긴 했지만,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니 좋더라고요. 하하. 저는 몸을 아끼면서 연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이몽’은 200억 원 이상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이다. 하지만 시청률은 저조했다. 평균 시청률은 4%대를 기록했고, 지난 6일 방송된 31회 시청률은 2.2%까지 떨어졌다. 안신우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 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이몽’ 촬영이 다 끝난 뒤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이야기 했어요. 제가 나중에 도움이 될 만한 위치에 올라가면 꼭 은혜를 갚겠다고 했죠. 감독님은 저에게 은인이에요. 전 작품인 ‘사임당 빛의 일기’를 하면서 결혼까지 하게 됐으니까요.”
“이영애 씨가 아내에게 남자를 소개시켜 주려고 했어요. 아내는 계속 거절하기 미안했는지 저를 찾아와서 ‘오빠가 대신 제 남자친구라고 해줄 수 있어요?’라고 했죠. 그 때 제가 한 마디 했어요. ‘알겠어. 대신 진짜로 같이 살자’라고요. 하하.”
안신우 오는 10월 아빠가 된다. 올해 배우 안신우로도, 인간 안신우로도 변화가 많은 그는 멀미 증상이 날 것처럼 정신없지만 즐겁다고 했다. 새로운 인생을 사는 기분이 들 정도란다. 그의 앞으로 목표는 악역 캐릭터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거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있습니다. 저 같이 선하게 생긴 사람도 나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되든 안 되는 끝까지 부딪혀 볼 생각입니다. 후반전은 이제 시작이니까요.(웃음)”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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