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배우 염정아, 김서형. / 제공=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배우 염정아, 김서형. / 제공=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의 염정아와 김서형이 화려한 연기력으로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전적으로 믿게 되는 완벽한 연기력 덕분이었다.

1일)종영하는 ‘SKY 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에서 강예서(김혜윤)의 서울의대 합격이라는 비뚤어진 욕망을 좇는 한서진 역을 맡은 염정아와 서진 가족을 파멸시키려고 한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 역을 맡은 김서형. 첫 방송부터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연기력으로 장면마다 높은 몰입도를 이끌어내며, 믿고 보는 배우임을 재입증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19회는 전국 23.2%, 수도권 24.6% (닐슨코리아, 유료가구기준)의 시청률을 찍으며,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진은 딸 예서의 서울의대 합격으로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였다. 수십억짜리 입시 코디를 받기 위해 주영이나 시어머니 윤여사(정애리) 앞에서 무릎 꿇는 것도 거리낌 없었다. 극 초반 서진은 자녀들의 잘못을 감싸는 그릇된 교육관을 펼치며 자극적인 언행도 불사했다. 이처럼 자신의 욕망에 누구보다 솔직했던 서진은 김혜나(김보라)의 죽음과 황우주(찬희)의 누명으로 예서가 망가지기 시작하자, 욕심을 내려놓고 딸을 지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전에는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면, 지금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있다.

때론 시청자들을 경악시키는 그릇된 모성애를 보이기도 했던 서진이 ‘인생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염정아의 연기력이 뒷받침했다. 염정아는 이름까지 바꿀 정도로 잊고 싶은 가정환경에서 벗어나 상류층의 삶을 살고 싶은 서진의 절박함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예서를 붙들고 “엄마, 네 인생 포기 못 해”라며 눈물을 흘릴 때면, 그 간절함에 자연스럽게 몰입됐다. 또한 대사와 표정뿐만 아니라 얼굴 근육, 손동작, 목소리 높낮이 등 모든 것이 살아있었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얼굴에 선 핏줄도 연기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드라마의 화제성과 더불어 드라마배우 평판 1위, ‘염정아 신드롬’의 이유였다.

올백 헤어스타일, 블랙 의상, 포커페이스로 첫 등장부터 남다른 아우라를 내뿜은 주영 역시 방송 내내 화제의 중심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무표정으로 일관한 주영이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고 말할 때마다 서진은 다시 그의 손을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주영은 혜나를 살해하고 우주에게 누명을 씌우고, 시험지를 유출하는 등 다양한 악행을 저질러왔다. 그러나 경찰 체포를 앞두고 사고로 9살에 머물러있는 딸 케이(조미녀) 앞에서 뒤늦게 보여준 절절한 모성애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서진과 예서를 파멸로 몰고 간 악인이었지만, 그도 엄마였던 것이다.

주영을 연기하는 것이 힘들고 외로웠다는 김서형. 하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주영이 상상되지 않을 만큼 빈틈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감정을 철저히 배제해야하는 장면에선 눈썹과 입꼬리만으로 미묘한 내면을 드러냈고, 순간순간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에서는 소름 끼칠 정도의 반전 연기를 펼쳤다. 서진의 과거를 알고 악마 같은 웃음을 터트리거나 케이 앞에서 오열을 하는 장면들은 김서형의 연기 디테일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두 사람은 극중 서진과 주영이 대립할 때마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최종회만을 남겨둔 가운데 “어머니는 혜나의 죽음과 무관하십니까?”라는 주영의 날 선 질문이 두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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