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일당백 이시영’. 영화 ‘언니’를 보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식어다.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언니’에서 이시영은 대역과 와이어, CG 없이 94분의 러닝타임을 이끈다. 전직 경호원 인애(이시영) 역을 맡아 사라진 동생 은혜(박세완)를 찾기 위한 분투와 가해자를 향한 복수를 펼친다. 연출과 스토리 등 여러 면에서 미숙한 ‘언니’이지만, 이시영의 액션 만큼은 관객들에게 절절하게 가 닿는다. 차량 추격신을 위해 각종 면허를 취득하고, 3개월 동안 주짓수를 연마한 이시영. 여성이 다수의 남성을 상대하는 액션을 설득 력있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액션에 있어 지금, 한국에서 가장 독보적인 배우 이시영을 만났다.
10.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을 이끌었다. 소감이 어떤가?
관객들의 눈이 높아져서 어느 정도 만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했다. 내가 아무리 복싱을 했다지만 전문 액션 배우들처럼 화려한 동작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준비하면서 본 영화들은 다 멋있었는데…(웃음) 대역의 도움을 받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영화의 퀄리티를 위해서. 하지만 감독님이 ‘이시영 씨랑 같이 하고 싶은 이유는 대역 없이 하기 위해서’라고 못을 박았다. 풀샷으로 전체 액션을 보여주는 영화를 찍고 싶다고. 어쨌든 선택을 했으니 최선을 다했다.
10.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
체력이 아니라 동작에 한계가 느껴질 때. ‘몸이 좀 더 가볍고 빨라서 고난도의 액션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욕심이 커졌다. 영화를 보면서도 ‘저기서 조금 더 나가서 팍팍 쳤으면 어땠을까’ 했다. 하하. 이미 결과물이 나와서 어쩔 수는 없겠지만 이 영화를 계기로 개인적으로는 좀 더 좋은 액션,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액션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졌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언니’에 출연하는 게 좋은 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을 이끌 수 있는 건 드문 기회니까. 걱정되는 건 상업영화라서 흥행을 신경써야 한다는 것. 몸이 안 된다고 느낄 때, 이 기분이 참 힘들었다.
10. 아쉽다고 말하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훌륭했다. 이시영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영화로 보여줬다. ‘액션’으로 이미지가 굳어질까 부담스럽지 않았나?
예전에는 복싱을 했다는 이유로 ‘복싱선수 출신’만 조명되는 게 아쉽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가 이 캐릭터를 키워 나간다면 큰 행운이 될 거라는 걸 깨닫게 됐다. ‘언니’를 하면서, 한 우물만 파서 계속 뭔가를 도전하고 깊게 들어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제는 이미지가 굳어지는 걸 걱정하지 않는다.
10. 액션도 위험할 수 있었고 성폭력, 인신매매 등 소재도 자극적이다. ‘언니’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면?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건 전체적인 액션을 이끌 수 있었다는 것. 두 번째는 영화의 감정이 굉장히 명확하고 뚜렷했다는 거다. 처음 감독님을 만났을 때 ‘우연히 시사프로그램의 실제 사건을 보면서 시작된 영화’라고 소개해주셨다. 흔하지는 않겠지만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폭력들이 영화에 나온다. 실제로 주변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현실에서는 공권력의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고 피해자만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영화를 통해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 과정을 끌어가는 주인공 인애의 감정이 명확하고 묵직해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10. 극 중 인애가 ‘짧은 원피스에 빨간 하이힐’ 차림으로을 복수를 한다는 설정이 논란이 됐다.
이 부분을 정말 몇 달 동안 감독님과 얘기를 했다. ‘빨간 원피스, 하이힐’은 여자를 약하게 그리는 대표적인 상징일 때가 많지 않나. ‘여자는 이렇게 예쁜 옷을 입어야 하고, 얌전해 보여야 하는 옷을 입어야 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감독님은 ‘그렇기 때문에 이 약해 보이는 여자가 어떻게 무섭게 변해가면서 응징해 가는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하더라. 힘들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작했다. 고민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결정에 맞춰서 극복해나갔다.
10. 액션에 있어서도 짧은 치마, 하이힐을 착장하는 건 불편했을 텐데.
그렇다. 사실 감독님 말고 액션감독님은 ‘힘들다’ ‘허술해 보일 거다’고 했다. 아무리 내가 복싱을 한다고 한들, 전문 액션 배우가 하는 동작이 더 멋있다. 그런 핸디캡을 둔 채로 또 짧은 치마를 입었다. 동작이 허술해도 부피가 큰 옷을 입으면 훨씬 파워풀해 보이는데, 다리와 팔이 드러난 옷을 입는 거다. 쫄쫄이를 입고 액션을 하는 느낌으로, 조금도 숨거나 기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이힐을 신어서 무게중심이 올라가니까 휘청휘청거리기도 했고. 고민이 진짜 많았지만 연습을 많이 해서 핸디캡을 극복하기로 선택했다.
10. 대역을 쓰지 않는 다는 점에서 책임감이 많이 들었겠다.
부담이 컸다. 원래 배우들은 작품에 맞춰서 체중을 빼거나 줄인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절실했다. (대역을 쓰지 않으니) ‘아 진짜 근육량을 늘려야겠구나’ 했다. 많이 찌우려고 했는데 4kg 정도였다. 근육량만 찌우는 거라서 힘들었다. 운동을 할 때도 근육량만 늘리는 훈련을 한다. 그러려면 더 큰 힘의 웨이트 운동이 필요하다. 부담감 때문에 체중을 만드는데도 정말 시합 준비하는 것처럼 준비했다. 이렇게 해야 확실히 다르다는 걸 아니까. 모든 액션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피할 수가 없었다.
10. 액션을 하는 데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여자의 몸으로 다수의 남자를 상대한다. 이게 설득력이 있을까 계속 검열을 하게 됐다. ‘내가 싸워서 다 이기는 게 웃음이 나오지 않을까요?’라고 감독님께도 물었다. 그래서 몸도 열심히 만들었다. 주짓수는 그래플링 기술을 비롯해 조르고 잡고 관절을 꺾는 기술이 많다. 그런 게 체격 차이를 극복하기에 효과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 많이 배웠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한 동작을 하더라도 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10. 액션을 준비할 때 참고한 영화나 배우가 있나?
감독님과 함께 참고했던 배우는 지나 카라노였다. 실제 격투기 선수이자 배우다. 영화 ‘헤이와이어’에서 전체적인 액션을 끌고나간다. 그 영화를 보면서 ‘저 사람에게 맞으면 영화 속 장면처럼 큰일이 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만큼 좋은 체격과 파워를 갖고 있다. 그 안에서도 그래플링 기술도 많이 써서 보고 많이 따라했다. 일단 여러 번 봤다.
10. 체력 외에 힘든 부분은 없었나?
외롭더라. 하하. 혼자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게 부담이 큰 일이어서, ‘이걸 한 게 맞았던 걸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소연을 할 때도 없고. 그래도 한번은 제작사 대표님께 하소연해봤다. ‘왜 차가 한 대밖에 없냐’고.(웃음) 차량 추격장면을 촬영하는데 차가 여러 대가 아니라 한 대밖에 없다는 거다. NG를 내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사실은 그래서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엄청나게 좋은 조건이라고 해서 좋은 그림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 매순간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차량 추격신을 하면서 정말 좋았다. 계속 파보고 싶을 정도로. 그게 주가 되는 큰 액션 영화에 대한 욕망이 생겼다.
10. 정말 액션과 운동을 좋아하는 배우 같다. 특별히 액션에 욕심을 내는 이유가 있다면?
모르겠다. 사실은 복싱도 우연히 단막극에서 복싱 선수 역을 맡으면서 접하게 됐다. 그 전에는 운동을 제대로 해 본 적도 없다. 다이어트도 힘들게 했다. 하하. 그때는 서른이 가까운 나이에도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구나’할 정도로 전환점이 됐다. 액션을 통해 그 꿈이 연장되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항상 뭔가를 늦게 시작했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악착같아 보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항상 시간이 없어서 조급했던 거다. 데뷔도 스물여덟 때 했고. 복싱도 서른이 넘어서 선수생활을 했다. 그때도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더 절실히 매달렸다.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했는데 늦게 만난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더 나이가 들어서도 기회만 있다면 계속 액션을 해보고 싶다.
10. 나이가 들어서도 액션을 하는 남자 배우들이 많다. 40대, 50대에 액션을 하는 이시영을 기대해도 될까.
욕심은 당연히 있다. 하하. 그런데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마음으로 작은 작품이라도 만나면 거르기보다는 받아들이고 하나씩 해 나가려고 한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당연히 계속 할 것이다.
10. 평소 체력 관리를 하고 있나?
체력이라도 있어야 뭐가 된다. 체력은 드물게 내가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웃음) 러닝을 비롯해 심폐 위주의 운동은 항상 하고 있다. 운동이 버릇이돼서 안하면 오히려 더 힘들다.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도 풀린다. 그런데 실내에서 뛰는 러닝머신은 지겨워서 못하고. 한강 주변을 뛰고 있다.
10. 우연히 운동을 시작했는데, 체질인 것 같다. 앞으로의 커리어에도 영향이 있을까?
그래서 나도 항상 신기해한다. 내가 배우를 하지 않았으면 체육관에 갈 일도 없었을 거고. 안 갔으면 이렇게 운동을 하지도 않았을 거고. 요즘은 ‘운동을 안 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한다. 그래서 새로운 제안이 들어오면 항상 귀담아 듣게 된다. 그게 새로운 길이 된다는 걸 아니까. 로맨스, 코믹 연기를 워낙 좋아해서 그런 역할이 들어오면 보너스를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다. 그런데 요즘은 장르물 쪽으로 치우칠 거라는 생각은 있다. 더 늦기 전에 많이 해보고 싶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10.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을 이끌었다. 소감이 어떤가?
관객들의 눈이 높아져서 어느 정도 만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했다. 내가 아무리 복싱을 했다지만 전문 액션 배우들처럼 화려한 동작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준비하면서 본 영화들은 다 멋있었는데…(웃음) 대역의 도움을 받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영화의 퀄리티를 위해서. 하지만 감독님이 ‘이시영 씨랑 같이 하고 싶은 이유는 대역 없이 하기 위해서’라고 못을 박았다. 풀샷으로 전체 액션을 보여주는 영화를 찍고 싶다고. 어쨌든 선택을 했으니 최선을 다했다.
10.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
체력이 아니라 동작에 한계가 느껴질 때. ‘몸이 좀 더 가볍고 빨라서 고난도의 액션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욕심이 커졌다. 영화를 보면서도 ‘저기서 조금 더 나가서 팍팍 쳤으면 어땠을까’ 했다. 하하. 이미 결과물이 나와서 어쩔 수는 없겠지만 이 영화를 계기로 개인적으로는 좀 더 좋은 액션,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액션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졌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언니’에 출연하는 게 좋은 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을 이끌 수 있는 건 드문 기회니까. 걱정되는 건 상업영화라서 흥행을 신경써야 한다는 것. 몸이 안 된다고 느낄 때, 이 기분이 참 힘들었다.
예전에는 복싱을 했다는 이유로 ‘복싱선수 출신’만 조명되는 게 아쉽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가 이 캐릭터를 키워 나간다면 큰 행운이 될 거라는 걸 깨닫게 됐다. ‘언니’를 하면서, 한 우물만 파서 계속 뭔가를 도전하고 깊게 들어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제는 이미지가 굳어지는 걸 걱정하지 않는다.
10. 액션도 위험할 수 있었고 성폭력, 인신매매 등 소재도 자극적이다. ‘언니’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면?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건 전체적인 액션을 이끌 수 있었다는 것. 두 번째는 영화의 감정이 굉장히 명확하고 뚜렷했다는 거다. 처음 감독님을 만났을 때 ‘우연히 시사프로그램의 실제 사건을 보면서 시작된 영화’라고 소개해주셨다. 흔하지는 않겠지만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폭력들이 영화에 나온다. 실제로 주변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현실에서는 공권력의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고 피해자만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영화를 통해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 과정을 끌어가는 주인공 인애의 감정이 명확하고 묵직해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10. 극 중 인애가 ‘짧은 원피스에 빨간 하이힐’ 차림으로을 복수를 한다는 설정이 논란이 됐다.
이 부분을 정말 몇 달 동안 감독님과 얘기를 했다. ‘빨간 원피스, 하이힐’은 여자를 약하게 그리는 대표적인 상징일 때가 많지 않나. ‘여자는 이렇게 예쁜 옷을 입어야 하고, 얌전해 보여야 하는 옷을 입어야 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감독님은 ‘그렇기 때문에 이 약해 보이는 여자가 어떻게 무섭게 변해가면서 응징해 가는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하더라. 힘들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작했다. 고민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결정에 맞춰서 극복해나갔다.
그렇다. 사실 감독님 말고 액션감독님은 ‘힘들다’ ‘허술해 보일 거다’고 했다. 아무리 내가 복싱을 한다고 한들, 전문 액션 배우가 하는 동작이 더 멋있다. 그런 핸디캡을 둔 채로 또 짧은 치마를 입었다. 동작이 허술해도 부피가 큰 옷을 입으면 훨씬 파워풀해 보이는데, 다리와 팔이 드러난 옷을 입는 거다. 쫄쫄이를 입고 액션을 하는 느낌으로, 조금도 숨거나 기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이힐을 신어서 무게중심이 올라가니까 휘청휘청거리기도 했고. 고민이 진짜 많았지만 연습을 많이 해서 핸디캡을 극복하기로 선택했다.
10. 대역을 쓰지 않는 다는 점에서 책임감이 많이 들었겠다.
부담이 컸다. 원래 배우들은 작품에 맞춰서 체중을 빼거나 줄인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절실했다. (대역을 쓰지 않으니) ‘아 진짜 근육량을 늘려야겠구나’ 했다. 많이 찌우려고 했는데 4kg 정도였다. 근육량만 찌우는 거라서 힘들었다. 운동을 할 때도 근육량만 늘리는 훈련을 한다. 그러려면 더 큰 힘의 웨이트 운동이 필요하다. 부담감 때문에 체중을 만드는데도 정말 시합 준비하는 것처럼 준비했다. 이렇게 해야 확실히 다르다는 걸 아니까. 모든 액션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피할 수가 없었다.
10. 액션을 하는 데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여자의 몸으로 다수의 남자를 상대한다. 이게 설득력이 있을까 계속 검열을 하게 됐다. ‘내가 싸워서 다 이기는 게 웃음이 나오지 않을까요?’라고 감독님께도 물었다. 그래서 몸도 열심히 만들었다. 주짓수는 그래플링 기술을 비롯해 조르고 잡고 관절을 꺾는 기술이 많다. 그런 게 체격 차이를 극복하기에 효과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 많이 배웠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한 동작을 하더라도 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10. 액션을 준비할 때 참고한 영화나 배우가 있나?
감독님과 함께 참고했던 배우는 지나 카라노였다. 실제 격투기 선수이자 배우다. 영화 ‘헤이와이어’에서 전체적인 액션을 끌고나간다. 그 영화를 보면서 ‘저 사람에게 맞으면 영화 속 장면처럼 큰일이 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만큼 좋은 체격과 파워를 갖고 있다. 그 안에서도 그래플링 기술도 많이 써서 보고 많이 따라했다. 일단 여러 번 봤다.
10. 체력 외에 힘든 부분은 없었나?
외롭더라. 하하. 혼자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게 부담이 큰 일이어서, ‘이걸 한 게 맞았던 걸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소연을 할 때도 없고. 그래도 한번은 제작사 대표님께 하소연해봤다. ‘왜 차가 한 대밖에 없냐’고.(웃음) 차량 추격장면을 촬영하는데 차가 여러 대가 아니라 한 대밖에 없다는 거다. NG를 내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사실은 그래서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엄청나게 좋은 조건이라고 해서 좋은 그림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 매순간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차량 추격신을 하면서 정말 좋았다. 계속 파보고 싶을 정도로. 그게 주가 되는 큰 액션 영화에 대한 욕망이 생겼다.
모르겠다. 사실은 복싱도 우연히 단막극에서 복싱 선수 역을 맡으면서 접하게 됐다. 그 전에는 운동을 제대로 해 본 적도 없다. 다이어트도 힘들게 했다. 하하. 그때는 서른이 가까운 나이에도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구나’할 정도로 전환점이 됐다. 액션을 통해 그 꿈이 연장되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항상 뭔가를 늦게 시작했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악착같아 보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항상 시간이 없어서 조급했던 거다. 데뷔도 스물여덟 때 했고. 복싱도 서른이 넘어서 선수생활을 했다. 그때도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더 절실히 매달렸다.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했는데 늦게 만난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더 나이가 들어서도 기회만 있다면 계속 액션을 해보고 싶다.
10. 나이가 들어서도 액션을 하는 남자 배우들이 많다. 40대, 50대에 액션을 하는 이시영을 기대해도 될까.
욕심은 당연히 있다. 하하. 그런데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마음으로 작은 작품이라도 만나면 거르기보다는 받아들이고 하나씩 해 나가려고 한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당연히 계속 할 것이다.
10. 평소 체력 관리를 하고 있나?
체력이라도 있어야 뭐가 된다. 체력은 드물게 내가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웃음) 러닝을 비롯해 심폐 위주의 운동은 항상 하고 있다. 운동이 버릇이돼서 안하면 오히려 더 힘들다.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도 풀린다. 그런데 실내에서 뛰는 러닝머신은 지겨워서 못하고. 한강 주변을 뛰고 있다.
10. 우연히 운동을 시작했는데, 체질인 것 같다. 앞으로의 커리어에도 영향이 있을까?
그래서 나도 항상 신기해한다. 내가 배우를 하지 않았으면 체육관에 갈 일도 없었을 거고. 안 갔으면 이렇게 운동을 하지도 않았을 거고. 요즘은 ‘운동을 안 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한다. 그래서 새로운 제안이 들어오면 항상 귀담아 듣게 된다. 그게 새로운 길이 된다는 걸 아니까. 로맨스, 코믹 연기를 워낙 좋아해서 그런 역할이 들어오면 보너스를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다. 그런데 요즘은 장르물 쪽으로 치우칠 거라는 생각은 있다. 더 늦기 전에 많이 해보고 싶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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