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KBS2 월화드라마 ‘땐뽀걸즈’가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늘 설레고 기분 좋은 드라마로 끝이 났다. 2% 초반의 시청률을 유지했기 때문에 수치로만 판단한다면 ‘대박 난’ 드라마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땐뽀걸즈’는 참 예쁜 드라마였다. 순수함으로 똘똘 뭉친 여고생과 관계를 통해 변해가는 가치관을 지켜보면서 시청자들은 온기를 느꼈다. ‘땐뽀걸즈’는 학창 시절의 추억 혹은 10대에 꿨던 꿈을 되새길 시간을 선물했고,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 간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게 해 준 따뜻한 드라마였다.
지난 25일 방송된 ‘땐뽀걸즈’는 거제여상 아이들이 취업 상담을 받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영화감독을 꿈꾸며 대학 진학을 원했던 김시은(박세완 분)도 가족들을 생각하며 졸업 후 취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물론 엄마(박미영 분)와 담임 한동희(장성범 분)는 김시은의 대학 진학을 응원했다. 결국 김시은은 영화과에 원서를 접수했고 여러 단계를 거쳐 한예대의 최종 면접을 앞뒀다.
면접관 앞에서 김시은은 이규호(김갑수 분)와 땐뽀반 친구들을 떠올리며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시은은 “영화는 가짜, 현실은 진짜이지 않나. 저는 사람들이 현실을 잊기 위해 영화를 본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를 만드는 작업 자체가 환상을 파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탕발림, 가짜에 불과하다 해도 그 순간만큼 행복함을 느끼면 그 영화만큼 진실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그런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시간이 흘러 거제여상의 졸업식. 이규호는 씁쓸함을 느끼고 홀로 시간을 보냈다. 그때 땐뽀반 아이들의 영상이 도착했다. “선생님 얼굴 보고 얘기하려고 했는데 너무 오글거려서 (영상으로 남긴다)”라며 “저 땐보하게 해준 거, 못 하는데도 열심히 하게 해준 거 진짜 고맙다”는 심영지(김수현 분)의 인사로 시작된 영상에 이규호는 미소지었다.
김도연(이유미 분)은 “사회에 나가보니까 세상 모든 어른들이 선생님 같지 않더라. 그래서 우리끼리 약속했다. 우리보다 어린 사람들한테 선생님 같은 사람 해주기로. 선생님 같은 사람 만난 거 완전 개이득”이라고 외쳤다. 이예지(신도현 분)는 “저는 제 인생에 있어서 클라이맥스가 지났다고 생각했다. 근데 땐뽀 대회에서 1등 하고 나서 그게 언제든지 올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진심에 이규호는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김시은은 “저는 시시한 행복도 행복이라는 것을 선생님도 안 만나고 땐뽀반이 아니었다면 모른 채로 스무 살이 됐을 거다.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고 손하트를 만들었다. 양나영(주해은 분)은 “규호 선생님한테 고마운 거 한두 가지가 아닌데 제일 고마운 건 출석부 숨겨준 거다. 봐주니까 매일 지각할까 생각했는데 나중 되니까 못 그러겠더라. 우리 이렇게 졸업해서 아쉽지만 너무 슬퍼하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 만나자”고 인사했다. 영상이 끝나자 이규호는 다시 재생하며 뭉클함을 이어갔다.
그 후 김시은은 한예대 영화과에 최종 합격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아름다운 거제를 보며 김시은은 눈물을 흘렸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동기가 거제도를 촌구석이라 부르자 김시은은 “나 저기서 왔는데? 우리 부모님 배 만드신다”라며 “서울 촌놈들”이라고 말했다. 김시은은 더 이상 거제를 증오하지 않았다.
김시은은 “(이규호) 선생님은 우리에게 설사 거짓이라고 해도 끝까지 믿고 싶은 하나의 진실이다. 좋은 어른, 좋은 선생님. 우리가 좋은 제자가 아니었음에도 우리 앞에 아무 수식어도 필요 없다고, 우리 그 자체를 사랑해준 영원한 판타지”라고 생각했다.
한편 권승찬(장동윤 분)과 김시은의 끊어진 인연도 새로 시작됐다. 권승찬은 김시은이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오해했지만 자신의 아버지(장현성 분)가 두 사람을 방해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권승찬은 “지금 만나러 가도 되나”라고 물었고 “어디냐”는 김시은의 대답에 문을 두드렸다. 다시 재회한 두 사람을 서로를 꽉 안으며 사랑을 이어나갔다.
‘땐뽀걸즈’에는 악역도 없었고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가 없었다. 주연과 조연 모두 선한 역할이었고 우정을 갈라놓으려는 악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고등학교라는 배경이었지만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입시 스트레스나 폭력적, 자극적 요소도 없었다. 위기의 순간은 있었지만 성장의 과정 중 하나였고 갈등 역시 용서와 화합의 계기가 됐다.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땐뽀반’의 중심 박세완, 이주영, 주해은, 신도현, 이유미, 김수현이었다. 이들은 미래를 걱정하고 고민하기보다 현재를 즐길 줄 알았다. 돌려 말하지 않는 솔직함, 사투리 등으로 거칠어 보였지만 대화의 끝을 보면 순수와 애정의 ‘끝판왕’이었다. 특히 주인공 박세완은 친구를 자신의 탈출을 위한 도구로 삼았다가 친구들에게 위로와 사랑, 배려를 받으면서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땐뽀걸즈’는 원작 다큐멘터리가 말하고자 했던 ‘진정한 관계’와 ‘성장’에 중점을 뒀다. 여타 성장드라마처럼 내면의 성숙이나 성취감을 중심에 두지 않았다. 입신양명보다는 친구들과의 우정,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현실을 버티고 책임지면서 댄스 스포츠로 불안을 껴안고 즐기는 모습을 담았다. 그래서 ‘땐뽀걸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견스러웠다. 불완전했던 아이들이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면서 완전해지는 순간 느낀 희열과 뿌듯함, 공감과 희망은 오래도록 따뜻하게 남을 것이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지난 25일 방송된 ‘땐뽀걸즈’는 거제여상 아이들이 취업 상담을 받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영화감독을 꿈꾸며 대학 진학을 원했던 김시은(박세완 분)도 가족들을 생각하며 졸업 후 취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물론 엄마(박미영 분)와 담임 한동희(장성범 분)는 김시은의 대학 진학을 응원했다. 결국 김시은은 영화과에 원서를 접수했고 여러 단계를 거쳐 한예대의 최종 면접을 앞뒀다.
면접관 앞에서 김시은은 이규호(김갑수 분)와 땐뽀반 친구들을 떠올리며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시은은 “영화는 가짜, 현실은 진짜이지 않나. 저는 사람들이 현실을 잊기 위해 영화를 본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를 만드는 작업 자체가 환상을 파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탕발림, 가짜에 불과하다 해도 그 순간만큼 행복함을 느끼면 그 영화만큼 진실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그런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시간이 흘러 거제여상의 졸업식. 이규호는 씁쓸함을 느끼고 홀로 시간을 보냈다. 그때 땐뽀반 아이들의 영상이 도착했다. “선생님 얼굴 보고 얘기하려고 했는데 너무 오글거려서 (영상으로 남긴다)”라며 “저 땐보하게 해준 거, 못 하는데도 열심히 하게 해준 거 진짜 고맙다”는 심영지(김수현 분)의 인사로 시작된 영상에 이규호는 미소지었다.
김도연(이유미 분)은 “사회에 나가보니까 세상 모든 어른들이 선생님 같지 않더라. 그래서 우리끼리 약속했다. 우리보다 어린 사람들한테 선생님 같은 사람 해주기로. 선생님 같은 사람 만난 거 완전 개이득”이라고 외쳤다. 이예지(신도현 분)는 “저는 제 인생에 있어서 클라이맥스가 지났다고 생각했다. 근데 땐뽀 대회에서 1등 하고 나서 그게 언제든지 올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진심에 이규호는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김시은은 “저는 시시한 행복도 행복이라는 것을 선생님도 안 만나고 땐뽀반이 아니었다면 모른 채로 스무 살이 됐을 거다.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고 손하트를 만들었다. 양나영(주해은 분)은 “규호 선생님한테 고마운 거 한두 가지가 아닌데 제일 고마운 건 출석부 숨겨준 거다. 봐주니까 매일 지각할까 생각했는데 나중 되니까 못 그러겠더라. 우리 이렇게 졸업해서 아쉽지만 너무 슬퍼하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 만나자”고 인사했다. 영상이 끝나자 이규호는 다시 재생하며 뭉클함을 이어갔다.
그 후 김시은은 한예대 영화과에 최종 합격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아름다운 거제를 보며 김시은은 눈물을 흘렸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동기가 거제도를 촌구석이라 부르자 김시은은 “나 저기서 왔는데? 우리 부모님 배 만드신다”라며 “서울 촌놈들”이라고 말했다. 김시은은 더 이상 거제를 증오하지 않았다.
김시은은 “(이규호) 선생님은 우리에게 설사 거짓이라고 해도 끝까지 믿고 싶은 하나의 진실이다. 좋은 어른, 좋은 선생님. 우리가 좋은 제자가 아니었음에도 우리 앞에 아무 수식어도 필요 없다고, 우리 그 자체를 사랑해준 영원한 판타지”라고 생각했다.
‘땐뽀걸즈’에는 악역도 없었고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가 없었다. 주연과 조연 모두 선한 역할이었고 우정을 갈라놓으려는 악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고등학교라는 배경이었지만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입시 스트레스나 폭력적, 자극적 요소도 없었다. 위기의 순간은 있었지만 성장의 과정 중 하나였고 갈등 역시 용서와 화합의 계기가 됐다.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땐뽀반’의 중심 박세완, 이주영, 주해은, 신도현, 이유미, 김수현이었다. 이들은 미래를 걱정하고 고민하기보다 현재를 즐길 줄 알았다. 돌려 말하지 않는 솔직함, 사투리 등으로 거칠어 보였지만 대화의 끝을 보면 순수와 애정의 ‘끝판왕’이었다. 특히 주인공 박세완은 친구를 자신의 탈출을 위한 도구로 삼았다가 친구들에게 위로와 사랑, 배려를 받으면서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땐뽀걸즈’는 원작 다큐멘터리가 말하고자 했던 ‘진정한 관계’와 ‘성장’에 중점을 뒀다. 여타 성장드라마처럼 내면의 성숙이나 성취감을 중심에 두지 않았다. 입신양명보다는 친구들과의 우정,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현실을 버티고 책임지면서 댄스 스포츠로 불안을 껴안고 즐기는 모습을 담았다. 그래서 ‘땐뽀걸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견스러웠다. 불완전했던 아이들이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면서 완전해지는 순간 느낀 희열과 뿌듯함, 공감과 희망은 오래도록 따뜻하게 남을 것이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