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가수 겸 배우 성주의 꿈은 여럿이다. 한중합작 그룹 유니크의 리더인 그는 얼른 멤버들과 무대에 서고 싶다. 연기 실력도 더 키우고 싶다. 지난달 종영한 MBC ‘내 뒤에 테리우스’(이하 ‘테리우스’)에서는 천재 해커 라도우를, MBC ‘미치겠다, 너땜에!’(이하 ‘미치겠다’)에서는 인디 가수 윤희남을 연기했다. 맡았던 극중 캐릭터처럼 그에게선 유쾌한 활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연기를 말할 때는 겸손하고 진중했다. 그는 “지금 나는 뛰어야 하는 시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연기를 할 때면 노래가 그립고, 노래를 할 때면 또 연기가 그리워요. 채울 수 없는 갈증이 좋습니다. 꾸준히 실력을 쌓아서 연기와 노래를 함께 보여드리고 싶어요.”

10. ‘테리우스’ 끝나고 뭘 했나.

촬영이 끝나고, 긴장이 확 풀리니까 감기에 걸렸다. 가족들이 있는 곳(안동)에 내려가 조금 쉬다가 왔다. 미니 시리즈는 대개 3개월인데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5개월 동안 촬영하게 됐다. 배우들과 정이 더 많이 들었다.

10. 연기가 만족스러웠나?

점수를 매기자면 10점 만점에 4점을 주고 싶다. 모니터는 하면 할수록 항상 아쉬운 부분이 보이는 것 같다. 아직은 그렇다. 땅을 치며 후회하는 부분도 있고 괜찮은 부분도 있다. 그런데 ‘아, 이건 진짜 잘했다’ 하는 부분은 없었다.(웃음)

10. ‘미치겠다’에서도 연하남이었다. 왜 연하남 캐릭터에 잘 캐스팅되는 것 같나.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항상 그렇게 되더라. 사랑이 이루어지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면 안 좋은 것 같다. 하하. ‘미치겠다’에서는 좀 외로웠는데, 이번에는 사랑이 이루어져서 만족스럽다. 다른 캐릭터로는 재벌 2세를 해보고 싶다. ‘테리우스’에서 유지연(임세미)에게 목걸이를 6개월 할부로 사줬다. 그런데 진용태(손호준)는 ‘여기 있는 가방들 전부 다 달라’고 말했다. 부러웠다. 운동을 좋아해서 액션에 대한 욕심도 있다.

10. 아이돌 출신 배우들은 처음에 맡는 배역이 한정된다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출연한 네 작품 중 두 역할이 가수와 관련이 있었다. ‘테리우스’의 해커 역할은 새로웠겠다.

그렇다. 지난해 ‘명불허전’(tvN)에서는 의사 역할을 맡았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다른 직종을 연기해봤다. 촬영 전 수술방에 들어가서 참관했다. 대기실에서 지켜봤는데, 다섯 시간 동안 수술을 한 의사들이 너무 피곤해서 바지를 갈아입다 말고 그대로 잠든 모습도 보게 됐다. 한 달 정도 계속 보면서 연구했다. 해커 라도우를 준비할 땐 아는 프로그래머에게 물어보며 배웠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니 ‘너 천재라고? 그럼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해’라고 했다. 하하. 옷도 아무렇게나 입어도 된다고 해서 그냥 격식 없이 입었다. 아무래도 다른 연기를 할 때보다 더 많이 조사했다.


10. 2014년 데뷔 후 중국에서 먼저 연기활동을 시작했는데 힘들지 않았나?

그 전에 베이징에서 2년 반 정도 살다 와서 낯설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3~5학년)였는데 국제학교가 아니라 평범한 중국 학교를 다녔다. 그래서 워낙 거부감도 없었고, 어릴 때 생각도 많이 났다.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중국 멤버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10. 중국활동을 뒤로 하고 돌아온 이유는?

원래 팀으로 활동하다가 멤버 별로 개인 활동을 하게 됐다. 가족들이 있는 국내에서 잘하고 싶다는 도전 정신이 생겼다. 연습생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국내에서는 중국에서 만큼 인지도가 없으니까. 중국에서는 오디션을 안 봐도 작품이 계속 들어왔다. 돌아오니 언제, 어디서 오디션이 열리는지 다 찾아 보고 가야 했다. 물론 중국에서도 시작은 그랬지만. 연습생 때는 악바리의 특징이 있지 않나. 그 마음가짐을 다시 가져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10. 연기를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배우를 전문적으로 오랫동안 준비한 게 아니라서 초반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아직은 연기 초심자다. ‘아이돌 출신’이기도 하고. 노래에 비해 연기에는 아직 자신감이 없었다. 처음에는 혹시나 실패하지 않을까, 욕이라도 먹진 않을까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욕도 먹다 보니 실력이 늘더라. 욕 먹으니까 열 받아서 더 열심히 하게 된 건가. 오히려 악플도 피하지는 않는 편이었다. (악플에서)말하는 게 다 맞더라. 뭔가 어색하니까 어색하다고 하고.

10. 욕심이 있는 성격인 것 같다. 그룹 활동에 대한 갈증은?

유니크도 너무 하고 싶다. 배우를 하다 보면 노래가 하고 싶고, 노래를 하다 보면 연기가 하고 싶은 것 같다. 중국에서도 노래와 연기를 오갔다. 갈증은 항상 있다. 채울 수 없는 갈증이 그래서 더 좋은 것 같다. 노래가 좋아서 가수가 됐는데, 가수가 직업이 되니 목이 쉴 때까지 노래를 하게 되고, 쉰 상황에서도 공연을 해야 하니 힘들다고 투덜댔다. 그런데 연기를 하면 그 상황이 그립다. 연기와 노래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나를 돕는다.

10. 유니크의 곡 ‘Falling iN Love…’에서는 작사도 했는데.

꿈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는 작가도 되고싶었다. MBC 공모전에 투고한 적도 있다. 근데 안 됐다. 안될 수밖에 없었다. 쓰는 것도 읽는 것도 좋아하는데 장르가 묘했다. ‘초코칩 왕국’이 나오는 애니메이션 같은 거였다.

10. ‘초코칩 왕국’이 나오는 얘기는 어떤 얘기인가.
판타지다.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드래곤이 나오고 무협도 있는 내용이었다.(웃음)

10. 연예인이 아니면 뭘 했을 것 같나?

태권도나 수영, 합기도 등 몸 쓰는 걸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아마 운동을 하지 않았을까.

10. 배우로서 목표는?

더 많은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리고 기억되는 것. ‘테리우스’를 할 때 한 번은 중학생 무리들이 나를 보고 ‘어, 라도우다’라고 하더라. 극 중 머리색이 금발에서 흑발로 바뀐다. 염색을 하고 아직 방송에 나오지 않은 상태였는데 나를 알아봐줬다. 중국에서도 느꼈지만, 맡은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러주면 굉장히 기쁘다. 내 캐릭터가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거니까. 최종 목표는 노래와 연기를 모두 다 할 수 있는 뮤지컬 배우가 되는 거다. 학창시절 봤던 뮤지컬 ‘겟세마네’를 잊을 수가 없다.

10. 배우로서 지금 어떤 시기에 있는 것 같나.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시작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작품들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여러 작품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고 이번에는 롤모델 소지섭 선배님을 만난 것과는 별개로. 도약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스스로에게 지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더 많이, 많이 뛰어야 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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