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도어락’에서 위험에 처한 직장 동료이자 절친의 곁을 든든히 지키는 효주 역의 김예원.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도어락’에서 위험에 처한 직장 동료이자 절친의 곁을 든든히 지키는 효주 역의 김예원.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날씨가 추우니까 좋네요. 겨울의 싸늘함을 좋아하거든요. 겨울 냄새도요.” 어느덧 추워진 올해의 마지막 달, 영화 ‘도어락’ 개봉 후 만난 배우 김예원은 온기가 감도는 낮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영화에서 호방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도어락’에서 그가 연기한 효주는 원룸에 숨어든 누군가로 인해 곤경에 처한 직장 동료 경민(공효진 분)을 위해 앞장서고 범인에게 먼저 달려들 만큼 배짱이 두둑하다. 김예원은 “나와 정반대 성격을 가진 캐릭터”라면서 “관객들이 나를 캐릭터처럼 봐줬다면 충분히 표현해낸 것”이라며 안도했다. 라디오도 진행하고 있는 김예원은 “나를 심화학습하는 시간이 됐다”며 연기자로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비중을 따지기보다 캐릭터가 가진 면모를 폭넓게 연기해내고 싶다”며 열의를 드러냈다.

10. 영화에서 범인이 침대 밑에 숨어있었던 탓에 영화를 본 이후부터 침대 밑을 한 번씩 보게 되더라고요.
김예원: 저는 혼자 사는 것도 아닌데 침대 밑이 신경 쓰이더라고요. 현실적 문제와 직결되는 스릴러물이라서 여운이 더 남는 것 같아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단순한 공포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주의가 강해지는 시대, 연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잖아요. 사회적으로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작품에 더 호감이 갔죠. 성별을 떠나서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스토리가 더욱 피부에 와 닿는 공포를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해요.

10. 극 중에서 누군가 도어락을 마구 누르고 문을 억지로 열려고 하잖아요. 실제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김예원: 있어요. 부모님이 집에 안 계실 때 누군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자꾸 틀리더라고요. 문도 열려고 했고. 찰나에 많은 생각이 스치면서 온몸이 굳더군요. 겁이 나서 밖을 보지도 못하고 무거운 물건을 문 앞에 두고 부모님께 어디시냐고 전화를 했어요. 아마 누군가 실수로 그런 거 같은데, 그런 착각에도 공포가 엄습했어요. 보편화된 도어락을 소재로 한 이야기니까 더 현실감이 있었죠.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도어락’의 한 장면./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10. 효주도 경민과 마찬가지로 혼자 살잖아요. 경민을 돕다가 자신도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그게 끔찍하게 느껴졌어요.
김예원: 내게 소중한 사람도 이런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것에 공감하신 게 아닐까요.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주인공 경민의 시선을 따라가고 그러면서 자신을 경민에게 대입하게 되잖아요. 거기에 서울이라는 배경, 현실에서 볼법한 캐릭터 등 실제적인 설정에서 오는 높은 몰입감 때문에 더 적나라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10. 효주와 경민이 마치 탐정 콤비처럼 범인을 추적해가는 모습이 흥미로웠어요. 추리물이나 장르물을 해보는 건 어때요?
김예원: 이번 영화를 하면서 흥미가 생겼어요. 공포물처럼 색깔이 짙은 장르를 즐겨보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장르에 매력을 느껴볼 기회가 적었던 거죠. ‘도어락’을 보면서 왜 스릴러에 마니아층이 있는지 알게 됐어요. 일본의 공포물 시리즈인 ‘기묘한 이야기’를 최근 찾아서 보기도 했어요.

10. 적지만 액션신도 있잖아요. 어렵진 않았나요?
김예원: 액션과는 다르지만 원래 무용을 전공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남들보다 몸을 쓰는 것이 좀 더 수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국가대표2’를 찍을 때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를 연기했는데, 아무리 찰나라도 화면 속에서 어색해 보이는 게 싫었어요. 훈련을 하면서 욕심을 부리다가 어깨에 부상을 입었고 아직도 통증이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적은 분량이지만 몸을 쓰는 게 겁이 났어요.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머리를 부딪치는 연기라서 스트레칭과 무관하긴 했죠. 호호. 그래도 원하는 대로 나왔어요.

10.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도 공효진과 함께 출연했어요. 드라마에서는 라이벌 관계의 직장동료였는데 이번에는 누구보다 절친한 동료 사이에요. 전작과 달라진 관계가 재밌었을 것 같아요.
김예원: 드라마를 찍을 때는 효진 언니와 함께 찍는 장면이 많지 않았어요. 이번에는 아주 밀착했죠. 호호.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언니와 꾸준히 소통했어요. 가까워지는 시간들이 있었던 덕분에 극 중 효주와 경민의 케미도 더 잘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언니의 연기는 ‘라이브(live)’, 살아있어요. 저는 준비가 안 돼 있으면 불안해서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고 촬영장에 가요. 하지만 언니는 현장에서 바로바로 흡수해서 표현하는 스타일이에요. 즉흥성이 뛰어나죠. 언니가 생생한 연기로 저의 연기도 끌어 올려줬어요.

김예원은 “라디오를 진행하며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내가 하고 싶은 걸 알아가면서 스스로가 선명해지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김예원은 “라디오를 진행하며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내가 하고 싶은 걸 알아가면서 스스로가 선명해지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10. 출연작인 영화 ‘써니’ ‘국가대표2’에서는 여배우들이 대거 등장하잖아요. 동료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면서 더욱 에너지를 얻게 되는 편인가요?
김예원: 일을 할 때도 그렇지만, 일상에서도 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존중하고 배려하면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게 되고 그러면서 굉장한 시너지가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연기할 때 흐름이 무너져요. 일상에도 영향을 많이 받고요.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인간이란 존재는 관계로 인해 아주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거나 상처를 받아요. 연기하면서 동료들에게 받는 기운이 크고 저도 동료들에게 기운을 조금이라도 주고 싶어요.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서로 잘 버텨나갈 수 있어요.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한 거죠. 그러면서 ‘써니’로 만난 (천)우희 씨, ‘국가대표2’로 만난 (오)연서 씨와도 절친한 사이가 됐어요. 저는 사실 누구를 새롭게 만나거나 이야기하는 자리가 어색하거든요.

10. 쾌활하고 붙임성 좋은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는데 실제 성격은 다른가 봐요?
김예원: 그래서 항상 괴리가 있어요. 저와 아주 반대되는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할 때 스스로를 배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해요. 조금이라도 내 모습이 묻어나면 그 역할의 몫을 잘 해내지 못하게 될까 봐요. 초등학교 때부터 제 안에서 치열하게 싸워왔어요. 내성적인 성향이라고 말을 뱉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죠. 그 전까지는 약한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숨기려고 했어요. 굳이 겁을 내지 않아도 될 때도 지나치게 겁을 내요. 스스로도 답답하죠. 그래도 많이 나아졌어요. 호호. 하지만 연기한 캐릭터처럼 저를 봐주실 때 관객들에게 충분히 설득이 된 것 같아 다행스러워요.

10. 차분한 감성으로 늦은 밤, 라디오 진행을 하고 있잖아요. DJ 활동은 연기하는 데 어떤 영향을 주나요?
김예원: 라디오는 특정 캐릭터가 아니라 제 모습으로 청취자와 만나는 시간이에요. 라디오와 함께 이미 사계절을 겪었어요. 라디오를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저에 대해 심화학습을 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그러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어진 조건과 상황에 쉽게 타협하지 말고 연기하는 캐릭터를 더 입체감 있게 표현해내고 싶다는 의미에요.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가면서 제 자신도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에요.

10. 극의 주요 인물이 돼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싶다는 욕심은 없나요?
김예원: 캐릭터의 분량이나 무게감을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더 많은 스토리와 캐릭터의 희로애락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이에요. 역할이 커지다 보면 캐릭터를 더 깊이 있게 보여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주어진 범위 안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해요. 제 출연작 가운데 최애 작품이 단막극 ‘내 아내 네이트리의 첫사랑’이에요. 스무 살 차이가 나는 한국인 남편에게 시집온 베트남 처녀를 연기했죠. 상황이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해볼 수 있었던 역할이기에 애정이 가요. 더 폭넓게 연기하고 싶다는 갈증을 느껴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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