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스윙키즈’에서 춤에 재능이 있는 북한군 포로 로기수로 열연한 배우 도경수.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영화 ‘스윙키즈’에서 춤에 재능이 있는 북한군 포로 로기수로 열연한 배우 도경수.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화려한 퍼포먼스, 남다른 가창력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엑소 디오(D.O.)와 연기자로서 도경수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선배님들께 죄송할 만큼 촬영 현장에서 제가 선배님들을 항상 관찰해요. 하하.” 배우 도경수에게 롤모델이 있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에게는 현장이 배움터이고 모든 선배들이 롤모델이다. 연기 레슨도 받아봤지만 무엇보다 현장에서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단다.

도경수는 영화 ‘스윙키즈’(19일 개봉)에서 6·25 전쟁 당시 거제 포로수용소에 갇힌 북한군 포로 로기수를 연기했다. 극 중 기수는 ‘인민 영웅’의 동생이지만 춤에 대한 열정만큼은 이념을 뛰어넘는다. 기수의 열망이 경계를 뛰어넘듯 도경수의 열망도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가리지 않는다. 영화를 연출한 강형철 감독은 도경수에 대해 “소처럼 맑은 눈을 가진 배우”라고 했다. 가수로서도, 연기자로서도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도경수의 눈망울에서 또랑또랑한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10. 전작들에서 마음의 아픔과 상처가 있는 역할들을 많이 해오다가 이번에는 호기롭고 당당한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어떤 점이 좋았나?
도경수: 내 안에 장난스러운 면모를 극대화해서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었다.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추면서 스트레스도 해소됐다. 베니 굿맨의 ‘싱싱싱’이나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러브’ 등 영화에 나온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가 아니어서 익숙하지 않았지만, 촬영하면서 계속 들으니 그 음악들이 좋아졌다.

10. 춤과 음악으로 인해 신나는 장면이 이어지다가 전쟁의 비극을 보여주며 극 중 분위기가 급변하기도 한다. 기수를 연기하며 어려웠던 점은?
도경수: 전쟁과 이념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갈등을 겪는 기수를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 또 당시 사람들이 어떤 가치관과 생활상을 가졌는지 잘 몰랐다. 감독님이 준비해준 자료를 보면서 공부했다. 무엇보다 탭댄스도 쉽지 않았다. 가수로 활동하며 춤을 춰왔기 때문에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배울 때는 몸치가 따로 없었다. 기수가 춤에 재능이 뛰어난 친구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탭댄스를 정말 잘 하는 것처럼 보일지 고민했다. 탭댄스는 발로 치는 드럼 같다. 처음 해보는 악기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연습했다.

10. 기수는 북한군 포로다. 북한말은 어떻게 준비했나?
도경수: 북한말도 고민하던 부분 중 하나였다. 북한말 선생님이 실제로 북에서 내려오신 분이었다. 선생님의 말투에 북한말의 억양이 아직 남아있어서 평소 하는 말들도 귀 기울여 들었다.

도경수는 “‘스윙키즈’의 강점은 ‘흥’”이라며 “영화로 춤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도경수는 “‘스윙키즈’의 강점은 ‘흥’”이라며 “영화로 춤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10. 감독님이 “소처럼 맑은 눈을 가진 배우”라며 “미팅 때 만나러 가니 기수가 앉아있었다”고 칭찬을 많이 하더라. 강 감독과 함께 일한 소감은?
도경수: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몰랐는데, 제가 기수에 딱 맞는 사람이라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 감독님은 “심장이 두근두근, 쿵쾅거리는 영화를 만들 거다”라고 하셨다. 시나리오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감독님과 첫 미팅을 가졌다. 두 번째 미팅 전에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대본을 읽으면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두 번째 만남에서 감독님과 함께 기수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좋은 작품을 만든 감독님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10. 주연이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도경수: 오히려 즐거웠다. 기수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 설레고 기대됐다. 그 동안 해본 적 없는 캐릭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10. 기수의 춤에 대한 열망만은 전쟁과 이념,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다. 그런 기수의 면모가 가장 잘 표현된 장면은?
도경수: ‘모던러브’에 맞춰 춤추는 장면이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춤출 때 기수의 억눌린 열망이 표출된다. 판래(박혜수 분)도 다른 장소에서 같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둘의 모습이 교차편집 돼기 때문에 어떻게 나올지 가장 궁금했다.

10. 그 장면에서 달리면서 탭댄스를 추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떤 생각을 하면서 춤을 췄나?
도경수: 기수와 판래가 춤추고 싶어 하는 마음이 표현되는 장면이니까, 내가 연기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춤으로 해소하자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안나푸르나필름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안나푸르나필름
10. 브로드웨이 최고의 탭댄서로 손꼽히는 자레드 그라임스가 잭슨 역으로 출연했다. 함께 연기한 소감은?
도경수: 좋은 배우다. 자레드 그라임스가 엑소의 ‘늑대와 미녀’ ‘중독’이라는 곡의 안무를 만들어준 안무가 토니 테스터와 실제로 친하신 분이다. 토니 테스터는 제게 스승과 같은데, 자레드 그라임스와는 동료 배우로 만나니 느낌이 또 달랐다.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할 분과 극 중에서 경합을 벌이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 현장에서게 춤도 많이 가르쳐주셨고 춤 때문인지 소통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박)혜수가 영어를 잘해서 통역도 해줬다.

10. 다른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과 달리 연기력 논란이 없다. 그 만큼 캐릭터 이해력이 뛰어나고 대사와 감정 전달에 재능을 보인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도경수: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느낀 적은 없다. 하지만 평소의 내가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을 캐릭터를 통해 알게 된다. 평소 눈물이 없는 편인데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하면서 ‘울컥한다’는 감정을 처음 느껴봤다. 지나고 나서 내 연기를 보면 항상 아쉽다.

10. 노래와 연기, 어느 것이 더 어렵나?
도경수: 둘 다 어렵다. 가수로서 선보이는 앨범과 콘서트도 연기자로서 선보이는 작품과 마찬가지다.

10. 다른 엑소 멤버들도 연기를 하고 있다. 서로 조언도 해줄 것 같은데.
도경수: 항상 응원해준다. ‘스윙키즈’도,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도 멤버들이 다 봤다. 서로 힘내라고 얘기한다.

10. 엑소 콘서트 때 탭댄스로 무대를 꾸며보는 건 어떤가?
도경수: 원래는 지난번 앵콜 콘서트 때 탭댄스를 보여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런데 당시 드라마 촬영 중이라 스케줄이 빽빽했고, 영화 개봉 후에 보여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솔로 무대가 있다면 그런 구성을 해보고 싶다. (단체로 하는 건 어떠냐고 묻자) 그것도 멋있을 것 같다. 백현이 뮤지컬 때문에 탭댄스를 저보다 먼저 배웠다. 내 탭슈즈를 가져가서 춰보기도 하더라.

도경수는 “공감을 자아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도경수는 “공감을 자아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10. 작품을 선택할 때 중점을 두는 점은?
도경수: 작품에 어떤 메시지가 담겼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다. 나도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하다. 도전하며 얻는 쾌감이 크다.

10. 지금 도전해보고 싶은 것은?
도경수: 요리 관련 자격증을 따고 싶다.(웃음) 요리를 좋아해서 평소에도 많이 한다. 여러 분야 중에서도 한식이 좋을 것 같다. 결코 쉽지 않지만 한식의 기본이 되는 양념이 비슷하지 않나. 기본을 잘하면 그래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웃음)

10. 영화에서는 탭 소리가 기수의 심장을 뛰게 한다.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도경수: 최근 거미 선배님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티켓팅을 직접 해본 것도 처음이었다. 플레이어로서 항상 보여주는 입장이었는데, 관객이 돼 보니 ‘팬심’을 알게 됐다. 무대에서 뭘하면 관객들이 좋아하는지 많이 배웠다. 거미 선배님의 노래를 들으면서 가슴이 쿵쾅댔다. 그러면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창뿐만 아니라 작곡과 작사도 욕심난다는 뜻이다.

10. 음악이 가슴을 뛰게 한다면 연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도경수: 연기는 절대 놓지 못할 끈이다. 연기하는 캐릭터를 통해 느껴본 적 없는 감정도 알게 되고 간접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되는 것도 많다. 평생 하지 않을까.

10. 가수가 아니라 배우로서 꾸는 꿈은?
도경수: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가 연기하는 인물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했으면 좋겠다. 작품 안에서 만큼은 ‘도경수’가 아니라 온전히 그 인물이고 싶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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