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영화 ‘미스터 앤 미스터 대디’ 포스터/사진제공=제이브로
영화 ‘미스터 앤 미스터 대디’ 포스터/사진제공=제이브로
요즘 밤이 길고 길다. 이 겨울, 취향에 맞는 군것질거리와 코미디 영화가 필요하다. ‘미스터 앤 미스터 대디’는 뉴멕시코를 배경으로 한다. 뉴멕시코의 사막 풍경이 덥기보다는 따뜻하게 느껴지니, 이 영화는 특별히 한파에 적합한 영화임이 틀림없다. 주연은 폴 러드(폴)와 스티브 쿠건(에라스무스)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 둘이 주연을 맡아 게이 부부로 코미디의 호흡을 맞춘다. 에라스무스는 지역의 유명인사로 푸드와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쿡테이너’다. 파트너인 폴은 언제나 뉴욕으로부터의 제안을 아까워하면서도 에라스무스를 떠나지 못하는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의 제작자다. 둘은 성 같은 고급주택에서 지역의 유명인사들과 파티를 열면서 상류층의(혹은 상류층의 삶을 모방하는) 삶을 살고 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떠나지 못하는 건 어쩌면 이 부유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화 ‘미스터 앤 미스터 대디’의 한 장면. /사진제공=제이브로
영화 ‘미스터 앤 미스터 대디’의 한 장면. /사진제공=제이브로
‘갑.분.스’ 갑자기 분위기 과속 스캔들
커플의 호화스러운 생일파티에 초대장을 받지 못한 천사가 등장한다. 에라스무스의 손자 ‘빌’이다. 아니, 게이 커플에게 손자라니. 빌은 에라스무스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만난 여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의 아들이다. 빌은 친부가 범죄로 붙잡히자 그가 남긴 메모를 따라 에라스무스를 찾아온 것이다. 철없는 이 게이 커플은 과연 10살 먹은 아이에게 충분한 보호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졸지에 부모가 된 철없는 두 남자는 자신들의 애정 확인이나 상습 음주운전, 불안장애 같은 문제는 잠시 제쳐두고 일단 이 천사를 먹이고 재우고 등하교시키는 일에 몰두한다. 빌은 낯선 호의 속에서 나름대로 적응을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손발이 오그라드는 본명 ‘엔젤’ 같은 것은 비밀이다. 물론 새로운 음식 같은 것도 먹어주지 않는다. 허용해 주는 것은 패스트푸드인 타코벨과 아이스크림 정도다. 물론 친구 같은 것도 필요 없고,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니 폴의 약을 훔쳐 비상금도 만들어둔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는 철없는 남자들의 방식은 어른이나 부모보다는 돈 많은 친구에 가깝다. 따끔한 충고 같은 것은 할 입장이 아닌지라, 더 이상 약을 훔쳐 팔지 않으면 일주일에 10만 원씩 주겠다, 같은 협상을 한다. 물론 현실고발 영화가 아니라 코미디 영화니까 이들의 ‘병맛’ 현실 가족 적응기는 귀엽고 유쾌하다.

영화 ‘미스터 앤 미스터 대디’의 한 장면. /사진제공=제이브로
영화 ‘미스터 앤 미스터 대디’의 한 장면. /사진제공=제이브로
원제는 아이디얼 홈(Ideal Home)…사막 같은 인생에서 집을 짓는다면 무엇으로 지어야 할까

에라스무스는 여전히 현실적인 문제에서 도피하는 성향에 허영심과 뻔뻔한 변명 같은 것을 갑옷처럼 두르고 있는 인물이다. 폴도 여전히 피해 의식과 돌발적인 분노, 불안장애 같은 것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가석방된 아들이 빌을 찾아오면 이 둘은 무기력하다. 에라스무스는 원죄 같은 아들과의 관계도 결국 회복하지 못한다.

영화는 상류층의 게이와 최하층의 아이를 만나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게이 커플과 성경, 허영심과 동정심 같은 것들을 엉키게 배치하고 이것들을 코미디로 뒤섞는다. 유머야말로 완전한 집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가벼운 유머, 적당한 온기, 뉴멕시코의 푸르고 더운 하늘의 이미지는 사막 같은 인생에 필수다.

트리에 별 장식이 없어도 괜찮다. 올 한 해 치열하게 살았으니 연말에는 적당한 코미디 영화도 괜찮다. ‘미스터 앤 미스터 대디’를 추천한다.

정지혜(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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