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하루하루 출근하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지금껏 연기한 모든 캐릭터를 좋아했지만 3~4회 분량이라 아쉬웠어요. 들어오는 캐릭터도 화려하거나 아이돌 출신 역이 많아 ‘이게 내 한계일까’ 고민했고요. 차지우 형사를 만나 행복했습니다.”
최근 종영한 MBC ‘배드파파’의 배우 김재경은 이렇게 말했다. 김재경은 극 중 광역수사대 에이스 차지우 형사로 열연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필요 이상의 화장은 하지 않았다. 옷도 협찬 받기 보다는 집에 있는 낡은 옷을 이용했다. 그는 “지우 캐릭터가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캐릭터의 성격을 위해서 ‘어느 날의 지우의 일기’도 써보고, 아빠와의 감정이 중요해서 그 사연도 써봤어요. 인생 그래프도 그려봤죠. 첫 오디션땐 감독님 앞에서 차지우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쫙 했어요. 의상 콘셉트부터 시작해 제가 생각하는 지우는 이렇다고 말했어요. 꼭 하고 싶었으니까요.”
김재경은 “형사라서 날렵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당분과 탄수화물을 끊었다. 옷도 집에 있는 것 위주로 입었다. 보통은 협찬사에서 옷을 받는데 거기에는 예쁜 옷과 새 옷 밖에 없더라는 것. 그는 “목이 늘어진 티셔츠, 무릎 나온 운동복, 밑창 떨어진 신발을 집에서 갖고 와 그대로 입고 신었다”며 “반 이상이 제 옷이었다”고 했다.
김재경이 열연한 ‘배드파파’는 좋은 가장이 되기 위해 나쁜 인간이 되길 선택하는 전(前) 복싱선수 유지철(장혁)의 이야기다. 가장의 이야기를 담다 보니 32부작의 극은 장혁이 연기하는 유지철 캐릭터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차지우도 그의 주변인물에 그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후반으로 갈수록 성장했다. 자신이 맡은 사건이 존경하는 선배 경찰 유지철과 아버지 차승호(정인기)와 연루된 걸 안 뒤 갈등하고 분투했다. 거구의 해결사를 총으로 쏘고, 아버지의 차에 추적기를 심으며 활약했다.
김재경에게도 ‘배드파파’는 도약점이었다. 그는 “이제까지 내가 한 역할 모두 좋아했다. 그런데 대부분 3~4회만 하고 사라지는 특별출연 느낌이었다”며 “지우가 여러 사건을 겪으며 처음과 끝이 많이 달라졌는데 이런 역할은 처음이었다. 대선배들과 호흡할 수 있는 기회도 처음이었다”며 눈을 반짝였다.
“부모님 벌의 선생님과 호흡하는 게 처음이었어요. 정인기 선배님이 너무 잘해주셨어요. 사실 선배들과 호흡을 되게 기대했거든요. 함께 광수대에서 일했던 김병춘(박민식 역) 선배님과 붙는 신이 많았잖아요? 선배님이 드라마와 연극을 병행하셔서, 광수대 멤버들을 초대해주셨어요. 선배님은 여전히 꿈을 꾸는 분이셨어요! ‘3년 뒤, 5년 뒤의 내 모습을 기대해봐’라고 딱 말씀하시는데 너무 멋있는 거예요.”
“장혁 선배님은 말할 것도 없었죠. 예능에서 장 선배를 보고 ‘투머치 토커’라고 하는데, 전 그래서 좋았어요. 하늘같은 선배님이 저한테 말을 많이 걸어주시는 건 엄청 도움이 돼요. 극의 중심을 이끄는 분이라, 모든 캐릭터와의 관계를 생각하고 계셨어요. 제 시야를 확장해준 분입니다.”
차지우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밝혔다. 자신의 20대 시절과 닮았다고 했다. “워커홀릭, 완벽주의인 부분이 닮았다”고 했다.
“오랜 연습생 생활 끝에 겨우겨우 데뷔를 했기 때문에 그 소중한 기회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었요. 제가 100을 가지고 있는데 200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살았거든요. 놀기보다는 성공을 위해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나봐요. 지우도 일이 전부인 아이죠. 그래도 일을 즐긴다는 점은 좋은 것 같아요.”
30대가 된 김재경은 여전히 일을 즐기지만, 일만 하진 않는다. 별명이 ‘취미 부자’다. 그림 그리기, 바느질, 승마, 양궁… 2017년에는 자신의 반려견을 위한 자연식을 알아보던 중 이를 공유하고 싶어 ‘개밥책’(21세기북스)이라는 책도 냈다.
“작년 연말에 ‘2018년은 연중무휴’라고 소원을 적었어요. 지난해에 일이 없었던 게 오디션에 낙방해서거든요. 덕분에 다른 취미를 발견하기도 했지만요, 하하. 들어오는 역할도 화려하거나 아이돌 출신 배역이 많아서, 감사하지만 ‘이게 내 한계일까’ 했어요. 지우를 만나서는 꼭 해내고 싶었고, 도전하고 싶었고, 한계를 깨고 싶었어요.”
인터뷰 시작 전, 김재경은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취미라고 했다. 장갑을 만드는 중이었다. 아직 엄지손가락만 완성돼 있었다. 걸그룹 레인보우 출신으로 연기로 2막을 연 그에게 ‘자신이 지금 배우로서 어디쯤 와 있는 것 같으냐’고 뜨개질에 빗대 물었다.
“뜨개질은 촬영 중 대기시간이 많아서 시작하게 됐는데요, 뜨개질로 한 피스를 완성하려면 목적에 맞는 실과 바늘부터 골라야 해요. 그런 준비가 돼있어야 그때부터 뜨는 것이 시작돼요. 그걸 제 연기경력에 빗댄다면, 이제 ‘어떤 실과 바늘로 떠야겠다’를 막 깨닫게 된 때인 것 같아요. 뭘 만들 거냐고요? 장갑을 만들 거예요. 빨, 주, 노, 초, 파, 남, 보로 손가락마다 색깔이 다른 레인보우 장갑을 만들 겁니다. 제가 오늘만 살거든요. 배우로서는 언제나 설레는, 사람들이 지겨워하지 않고 늘 기대할 수 있는 김재경이 되고 싶습니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최근 종영한 MBC ‘배드파파’의 배우 김재경은 이렇게 말했다. 김재경은 극 중 광역수사대 에이스 차지우 형사로 열연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필요 이상의 화장은 하지 않았다. 옷도 협찬 받기 보다는 집에 있는 낡은 옷을 이용했다. 그는 “지우 캐릭터가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캐릭터의 성격을 위해서 ‘어느 날의 지우의 일기’도 써보고, 아빠와의 감정이 중요해서 그 사연도 써봤어요. 인생 그래프도 그려봤죠. 첫 오디션땐 감독님 앞에서 차지우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쫙 했어요. 의상 콘셉트부터 시작해 제가 생각하는 지우는 이렇다고 말했어요. 꼭 하고 싶었으니까요.”
김재경은 “형사라서 날렵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당분과 탄수화물을 끊었다. 옷도 집에 있는 것 위주로 입었다. 보통은 협찬사에서 옷을 받는데 거기에는 예쁜 옷과 새 옷 밖에 없더라는 것. 그는 “목이 늘어진 티셔츠, 무릎 나온 운동복, 밑창 떨어진 신발을 집에서 갖고 와 그대로 입고 신었다”며 “반 이상이 제 옷이었다”고 했다.
차지우도 그의 주변인물에 그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후반으로 갈수록 성장했다. 자신이 맡은 사건이 존경하는 선배 경찰 유지철과 아버지 차승호(정인기)와 연루된 걸 안 뒤 갈등하고 분투했다. 거구의 해결사를 총으로 쏘고, 아버지의 차에 추적기를 심으며 활약했다.
김재경에게도 ‘배드파파’는 도약점이었다. 그는 “이제까지 내가 한 역할 모두 좋아했다. 그런데 대부분 3~4회만 하고 사라지는 특별출연 느낌이었다”며 “지우가 여러 사건을 겪으며 처음과 끝이 많이 달라졌는데 이런 역할은 처음이었다. 대선배들과 호흡할 수 있는 기회도 처음이었다”며 눈을 반짝였다.
“부모님 벌의 선생님과 호흡하는 게 처음이었어요. 정인기 선배님이 너무 잘해주셨어요. 사실 선배들과 호흡을 되게 기대했거든요. 함께 광수대에서 일했던 김병춘(박민식 역) 선배님과 붙는 신이 많았잖아요? 선배님이 드라마와 연극을 병행하셔서, 광수대 멤버들을 초대해주셨어요. 선배님은 여전히 꿈을 꾸는 분이셨어요! ‘3년 뒤, 5년 뒤의 내 모습을 기대해봐’라고 딱 말씀하시는데 너무 멋있는 거예요.”
차지우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밝혔다. 자신의 20대 시절과 닮았다고 했다. “워커홀릭, 완벽주의인 부분이 닮았다”고 했다.
“오랜 연습생 생활 끝에 겨우겨우 데뷔를 했기 때문에 그 소중한 기회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었요. 제가 100을 가지고 있는데 200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살았거든요. 놀기보다는 성공을 위해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나봐요. 지우도 일이 전부인 아이죠. 그래도 일을 즐긴다는 점은 좋은 것 같아요.”
30대가 된 김재경은 여전히 일을 즐기지만, 일만 하진 않는다. 별명이 ‘취미 부자’다. 그림 그리기, 바느질, 승마, 양궁… 2017년에는 자신의 반려견을 위한 자연식을 알아보던 중 이를 공유하고 싶어 ‘개밥책’(21세기북스)이라는 책도 냈다.
인터뷰 시작 전, 김재경은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취미라고 했다. 장갑을 만드는 중이었다. 아직 엄지손가락만 완성돼 있었다. 걸그룹 레인보우 출신으로 연기로 2막을 연 그에게 ‘자신이 지금 배우로서 어디쯤 와 있는 것 같으냐’고 뜨개질에 빗대 물었다.
“뜨개질은 촬영 중 대기시간이 많아서 시작하게 됐는데요, 뜨개질로 한 피스를 완성하려면 목적에 맞는 실과 바늘부터 골라야 해요. 그런 준비가 돼있어야 그때부터 뜨는 것이 시작돼요. 그걸 제 연기경력에 빗댄다면, 이제 ‘어떤 실과 바늘로 떠야겠다’를 막 깨닫게 된 때인 것 같아요. 뭘 만들 거냐고요? 장갑을 만들 거예요. 빨, 주, 노, 초, 파, 남, 보로 손가락마다 색깔이 다른 레인보우 장갑을 만들 겁니다. 제가 오늘만 살거든요. 배우로서는 언제나 설레는, 사람들이 지겨워하지 않고 늘 기대할 수 있는 김재경이 되고 싶습니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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