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타이거JK : 나는 늘 앨범이 나올 때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을 한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한 것에 대한 짜릿한 느낌이 든다. 이번에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음악 시장이 많이 변해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들이 빠르다는 것이다. 좋아졌다가 또 금방 나빠진다.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유통사가 최신 앨범을 발매한 것에 대해 박수를 치다가 차트에 들어가지 못해서 우울해하는 걸 보니까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나는 원래 차트에 들어가는 가수가 아닌데도 말이다.
10. 정규 10집에 30곡이 수록됐다. 보기 드물게 꽉 찬 앨범이다.
타이거JK : 앨범을 만들 때 ‘이번이 드렁큰타이거의 마지막 앨범이니까 꽉 채워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나한테 좀 짓궂고 지질한 부분이 있다. 그런 내 성격을 노래에 담는 걸 좋아했는데 드렁큰타이거의 음악은 그렇지 않으니 반감을 갖고 계신 분들도 있었다. 억지로 흉내 내거나 따라 하려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더라. 8집부터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하니까 사람들이 이해해줬다. 그래서 2CD로 성격을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CD1은 완전 힙합이다. 드렁큰타이거의 코어 팬을 위한 앨범이다. 사실 4CD로 하려다가 민폐가 될 까 봐 노래를 많이 뺐다. (웃음)
10. 빼놓은 노래는 어떻게 할 건가?
타이거JK : 잘 다듬어서 팬들에게 깜짝 선물을 해주고 싶은데 고민이 많다. 사실 시리즈물로 나갈까 생각도 했다. 할리우드에서는 많이 하지 않나. 우선 이 앨범이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따라 정해지지 않을까. 유통사들의 부담감을 고려해야 하니까 고민하게 된다.
10. 혹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타이거JK : 없다. 외국 아티스트와 작업한 음악이 많은데 앨범에선 제외했다. 팬들을 위해서 영어 작업물을 들어내고 드렁큰타이거만 쓰는 단어들을 선택해서 작업했다.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있지 않나. 멜로디가 많이 들어가서 듣기 쉬운 노래도 뺐다. 차트에 들어갈 수 있는 대중적인 노래는 놔둘 걸 그랬다. (웃음)
10. 국내 차트엔 진입하진 않았지만 해외 반응은 엄청나다. 방탄소년단 RM과 협업한 ‘타임리스(Timeless)’가 26개국 아이튠즈 차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 아이튠즈 힙합차트에서도 1위를 했다.
타이거JK : 정규 10집을 구상할 때 진짜 내 팬을 위한 앨범을 하고 싶었다. 근데 유통업계 전문가가 통계적으로 분석을 해와서는 ‘타이거JK를 따르는 30대 소비 계층이 40%가 넘는다. 이건 기형적이다. 근데 이 소비 계층은 죽은 소비계층이니 좋아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그 말은 내게 팬은 있지만 그들이 CD를 사주지 않으니 10대에 맞춰서 음원을 발매하라는 뜻이었다. 너무 불쾌하고 화가 나서 이번 앨범은 팬들을 위해 정말 작정하고 만들었다. ‘너는 안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난 결국 됐다.
10.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타이거 JK : 해외에서 유명한 언더 래퍼들이 진짜 대박 힙합곡이 나왔다고 연락이 왔다. RM 덕을 봤다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 둘이 유행 따라 만든 곡이 아니라 힙합의 황금기 시절 색깔이 가득한 곡으로 1위를 해 더 기쁘다. 지누션의 션이 ‘형이 아직 힙합을 고집하고 있어서 반갑고 고맙다’는 문자를 해줬다. DM(Direct Message)으로도 감동의 메시지가 많이 온다. 나도 그렇지만 드렁큰타이거의 힙합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가진 분들이 참 많다는 걸 알았다.
10. 피처링에 응해준 동료들에게 남다른 감정이 생겼을 것 같다.
타이거JK : 그렇다. 사실 내가 바라는 건 피처링 그거 하난데 그것만 안 된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았다. 섭섭한 마음보다 스트레스가 컸다. 그래서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내준 RM이나 버논, 은지원, 김종국, 하하, 데프콘 등 여러 후배들에게 고맙다.
10. 타이거JK의 노래 가사들은 심오하다. 마치 암호 풀이를 하는 것 같다.
타이거JK : 예전 힙합계에서는 그런 것들이 확실해야 했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가사의 의미였기 때문에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 10집에서 내가 정해놓은 콘셉트는 시간 여행이었다. 미래에서 와서 이 문화를 심어놨기 때문에 이 노래들을 올드하다고 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미래에서 다 보고 있다는 콘셉트로 시작해서 ‘끄덕이는 노래’ ‘타임리스’ ‘이름만 대면’ 등은 다 시간으로 연결된 수록곡들이다.
10. 가사를 두고 말이 나올 것 같은 수록곡이 있다면?
타이거JK : CD 1에 있는 ‘맨발’. ‘100까지만 샐 줄 아는 계산기’ ‘1부터 10까지만 태워주는 계단식’ 등의 가사가 있는데 차트 이야기다. 유통 수단이고 나 역시 이용하기 때문에 이해를 못 한다는 것이 아니다. (차트 줄 세우기가) 정상으로 또 일상으로 치부되는 것을 보고 가사를 썼다. 유행에 따르고, 유행하는 옷을 입고 비싼 차를 타는 사람들이 맨발로 열심히 걷는 것을 놀리는 데 대해 쓴 노래다. ‘화가 나 기죽어’처럼 랩에서만 할 수 있는 말장난, 힙합에서만 용서되는 유치한 펀치라인 때문에 사실 온라인에서 토론이 일어날 줄 알았다. (웃음)
10. ‘무한도전’ ‘1박 2일’ 등 예능을 통해 타이거JK의 매력이 더 드러났다. 예능 출연이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데도 왜 방송을 잘 하지 않나?
타이거 JK: ‘무한도전’에 출연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노래도 들어줬다. ‘무한도전’의 힘이 참 컸다. 개인적으로 예능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근데 나 혼자 출연하는 것만 좋다. 보통 미래와 함께 출연하는 부부동반 섭외가 들어오거나 집을 공개해주길 원한다. 예능 출연이 싫은 게 아니라 부부 중 한 명은 아티스트로 남고 싶다. 미래는 나보다 음악에 더 빠져있는 사람이고 할 게 많은 아티스트다. 아들 조단이와 하는 광고도 5개는 거절했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울 순 있지만 잃을 게 더 많을 것 같았다.
10. 아티스트 윤미래를 존중하고 존경하는 것 같다.
타이거JK: 그렇다. 나는 윤미래의 광팬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윤미래는 드렁큰타이거의 프로듀서였다. 미래가 만든 곡들이 많고 멜로디 같은 것들도 미래가 짜주고 디렉팅을 봐줬다. 서로 너무 필요한 존재고 요소다. 음악에 있어서 충돌은 없다. 내가 조언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노래를 만들다가 마음에 안 들면 돌려서 말하다가 작업이 잠시 중단된다. 그러면 내가 ‘미래 마음에 안 드는 뭔가가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을 배려해주는 것 같아서 고맙다.
10. 타이거 JK는 필굿뮤직의 리더이기도 하다. 아티스트로서 타이거 JK와 다른 점이 있다면?
타이거JK : 제작자로서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다. 아티스트가 아닌 다른 전문가들의 분석을 듣고 거기에 기대면 밋밋한 음악이 나오는 것 같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듣지 말자고 하면 또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조언한다. 나는 음악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이해해주고 싶다. 발라드로 싱글을 내면 히트곡이 될 것 같은데 가수가 하고 싶은 장르로 EP를 내겠다고 하면 그러라고 한다. 소수를 인정해주면서 한 발짝 더 올라가야 하는데 맞춰가는 게 힘들다. 제작자의 타이거 JK는 돈키호테 같다.
10. 그럼에도제작을 계속하는 이유는?
타이거JK : 팔자다. (웃음) 미래도 나도 하고 싶은 게 음악이고 그걸 하면서 살 팔자인 것 같다. 소속 가수 중 마샬과 주노플로는 나랑만 하겠다고 찾아온 친구들이다. 시작을 했으니 마무리까지 책임져야 하지 않겠나. 가족 같은 친구들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포기 직전까지 갈 때마다 환경이 좋아졌다. 내 레이블에 대한 자부심 하나로 하고 있다.
10. 드렁큰타이거는 어떤 의미인가?
타이거JK : 의미는 없다. 내 팬들은 유행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유행을 만드는, ‘멋’을 아는 멋진 분들이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그것의 마지막 앨범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10. 앞으로 무엇을 위해 음악을 할 예정인가?
타이거JK : K합(Korean Hip Hop). 나는 또 다른 문화의 시초가 될 거다. K팝은 K팝의 장르로 수출되고 있지 않나. 이제 한국의 힙합도 세계적인 장르로 자리 잡히면 멋지지 않을까. 미국 본토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걸 거꾸로 수출하는 것이다. 나는 K합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방탄소년단의 성공도 아무도 몰랐다. 누구와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나의 포트폴리오에 남길 수 있는 하나가 더 생긴다면 멋지게 박수받으며 살 수 있지 않겠나. K팝에서 하는 것들은 똑같이 해보려고 한다. 이번에 시작이 좋았다.
10. 프로모션 계획은?
타이거JK : 안 가본 곳이 없이 구석구석 다 찾아갈 거다. 현재 내 목표는 로컬 스타다. 글로벌 스타가 아니라 로컬 스타. 시골이어도 좋다. 타이거 JK의 CD를 들고 10명 15명 앞에서 공연할 수 있다면 계속할 거다. 드렁큰타이거 초창기 모습의 풍경을 만들면서 다닐 거다. 살도 빼고 머리도 그때로 돌아갈 거다. 나를 통해 내 팬들이 젊었던 시절로 돌아가길 바란다. 관객이 너무 적어서 공연을 할 수 없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의 틀을 허물면서 공연하겠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타이거JK가 자기 음악의 정체성에 따라 한국 힙합계의 상징과도 같았던 ‘드렁큰타이거’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내려놓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길을 개척하기 위한 타이거 JK의 시작이다. 평생 음악을 할 팔자라는 타이거 JK는 힙합 1세대로서 국내 힙합계를 이끌었던 것처럼 ‘K합(Korean Hip Hop)’을 세계에 내놓을 꿈을 꾸고 있다.10. 앨범이 나온 지 10일이 지났다. 발매 전후 달라진 반응이 있나?
타이거JK : 나는 늘 앨범이 나올 때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을 한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한 것에 대한 짜릿한 느낌이 든다. 이번에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음악 시장이 많이 변해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들이 빠르다는 것이다. 좋아졌다가 또 금방 나빠진다.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유통사가 최신 앨범을 발매한 것에 대해 박수를 치다가 차트에 들어가지 못해서 우울해하는 걸 보니까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나는 원래 차트에 들어가는 가수가 아닌데도 말이다.
10. 정규 10집에 30곡이 수록됐다. 보기 드물게 꽉 찬 앨범이다.
타이거JK : 앨범을 만들 때 ‘이번이 드렁큰타이거의 마지막 앨범이니까 꽉 채워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나한테 좀 짓궂고 지질한 부분이 있다. 그런 내 성격을 노래에 담는 걸 좋아했는데 드렁큰타이거의 음악은 그렇지 않으니 반감을 갖고 계신 분들도 있었다. 억지로 흉내 내거나 따라 하려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더라. 8집부터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하니까 사람들이 이해해줬다. 그래서 2CD로 성격을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CD1은 완전 힙합이다. 드렁큰타이거의 코어 팬을 위한 앨범이다. 사실 4CD로 하려다가 민폐가 될 까 봐 노래를 많이 뺐다. (웃음)
10. 빼놓은 노래는 어떻게 할 건가?
타이거JK : 잘 다듬어서 팬들에게 깜짝 선물을 해주고 싶은데 고민이 많다. 사실 시리즈물로 나갈까 생각도 했다. 할리우드에서는 많이 하지 않나. 우선 이 앨범이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따라 정해지지 않을까. 유통사들의 부담감을 고려해야 하니까 고민하게 된다.
10. 혹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타이거JK : 없다. 외국 아티스트와 작업한 음악이 많은데 앨범에선 제외했다. 팬들을 위해서 영어 작업물을 들어내고 드렁큰타이거만 쓰는 단어들을 선택해서 작업했다.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있지 않나. 멜로디가 많이 들어가서 듣기 쉬운 노래도 뺐다. 차트에 들어갈 수 있는 대중적인 노래는 놔둘 걸 그랬다. (웃음)
타이거JK : 정규 10집을 구상할 때 진짜 내 팬을 위한 앨범을 하고 싶었다. 근데 유통업계 전문가가 통계적으로 분석을 해와서는 ‘타이거JK를 따르는 30대 소비 계층이 40%가 넘는다. 이건 기형적이다. 근데 이 소비 계층은 죽은 소비계층이니 좋아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그 말은 내게 팬은 있지만 그들이 CD를 사주지 않으니 10대에 맞춰서 음원을 발매하라는 뜻이었다. 너무 불쾌하고 화가 나서 이번 앨범은 팬들을 위해 정말 작정하고 만들었다. ‘너는 안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난 결국 됐다.
10.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타이거 JK : 해외에서 유명한 언더 래퍼들이 진짜 대박 힙합곡이 나왔다고 연락이 왔다. RM 덕을 봤다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 둘이 유행 따라 만든 곡이 아니라 힙합의 황금기 시절 색깔이 가득한 곡으로 1위를 해 더 기쁘다. 지누션의 션이 ‘형이 아직 힙합을 고집하고 있어서 반갑고 고맙다’는 문자를 해줬다. DM(Direct Message)으로도 감동의 메시지가 많이 온다. 나도 그렇지만 드렁큰타이거의 힙합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가진 분들이 참 많다는 걸 알았다.
10. 피처링에 응해준 동료들에게 남다른 감정이 생겼을 것 같다.
타이거JK : 그렇다. 사실 내가 바라는 건 피처링 그거 하난데 그것만 안 된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았다. 섭섭한 마음보다 스트레스가 컸다. 그래서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내준 RM이나 버논, 은지원, 김종국, 하하, 데프콘 등 여러 후배들에게 고맙다.
타이거JK : 예전 힙합계에서는 그런 것들이 확실해야 했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가사의 의미였기 때문에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 10집에서 내가 정해놓은 콘셉트는 시간 여행이었다. 미래에서 와서 이 문화를 심어놨기 때문에 이 노래들을 올드하다고 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미래에서 다 보고 있다는 콘셉트로 시작해서 ‘끄덕이는 노래’ ‘타임리스’ ‘이름만 대면’ 등은 다 시간으로 연결된 수록곡들이다.
10. 가사를 두고 말이 나올 것 같은 수록곡이 있다면?
타이거JK : CD 1에 있는 ‘맨발’. ‘100까지만 샐 줄 아는 계산기’ ‘1부터 10까지만 태워주는 계단식’ 등의 가사가 있는데 차트 이야기다. 유통 수단이고 나 역시 이용하기 때문에 이해를 못 한다는 것이 아니다. (차트 줄 세우기가) 정상으로 또 일상으로 치부되는 것을 보고 가사를 썼다. 유행에 따르고, 유행하는 옷을 입고 비싼 차를 타는 사람들이 맨발로 열심히 걷는 것을 놀리는 데 대해 쓴 노래다. ‘화가 나 기죽어’처럼 랩에서만 할 수 있는 말장난, 힙합에서만 용서되는 유치한 펀치라인 때문에 사실 온라인에서 토론이 일어날 줄 알았다. (웃음)
10. ‘무한도전’ ‘1박 2일’ 등 예능을 통해 타이거JK의 매력이 더 드러났다. 예능 출연이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데도 왜 방송을 잘 하지 않나?
타이거 JK: ‘무한도전’에 출연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노래도 들어줬다. ‘무한도전’의 힘이 참 컸다. 개인적으로 예능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근데 나 혼자 출연하는 것만 좋다. 보통 미래와 함께 출연하는 부부동반 섭외가 들어오거나 집을 공개해주길 원한다. 예능 출연이 싫은 게 아니라 부부 중 한 명은 아티스트로 남고 싶다. 미래는 나보다 음악에 더 빠져있는 사람이고 할 게 많은 아티스트다. 아들 조단이와 하는 광고도 5개는 거절했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울 순 있지만 잃을 게 더 많을 것 같았다.
10. 아티스트 윤미래를 존중하고 존경하는 것 같다.
타이거JK: 그렇다. 나는 윤미래의 광팬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윤미래는 드렁큰타이거의 프로듀서였다. 미래가 만든 곡들이 많고 멜로디 같은 것들도 미래가 짜주고 디렉팅을 봐줬다. 서로 너무 필요한 존재고 요소다. 음악에 있어서 충돌은 없다. 내가 조언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노래를 만들다가 마음에 안 들면 돌려서 말하다가 작업이 잠시 중단된다. 그러면 내가 ‘미래 마음에 안 드는 뭔가가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을 배려해주는 것 같아서 고맙다.
타이거JK : 제작자로서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다. 아티스트가 아닌 다른 전문가들의 분석을 듣고 거기에 기대면 밋밋한 음악이 나오는 것 같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듣지 말자고 하면 또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조언한다. 나는 음악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이해해주고 싶다. 발라드로 싱글을 내면 히트곡이 될 것 같은데 가수가 하고 싶은 장르로 EP를 내겠다고 하면 그러라고 한다. 소수를 인정해주면서 한 발짝 더 올라가야 하는데 맞춰가는 게 힘들다. 제작자의 타이거 JK는 돈키호테 같다.
10. 그럼에도제작을 계속하는 이유는?
타이거JK : 팔자다. (웃음) 미래도 나도 하고 싶은 게 음악이고 그걸 하면서 살 팔자인 것 같다. 소속 가수 중 마샬과 주노플로는 나랑만 하겠다고 찾아온 친구들이다. 시작을 했으니 마무리까지 책임져야 하지 않겠나. 가족 같은 친구들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포기 직전까지 갈 때마다 환경이 좋아졌다. 내 레이블에 대한 자부심 하나로 하고 있다.
10. 드렁큰타이거는 어떤 의미인가?
타이거JK : 의미는 없다. 내 팬들은 유행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유행을 만드는, ‘멋’을 아는 멋진 분들이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그것의 마지막 앨범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10. 앞으로 무엇을 위해 음악을 할 예정인가?
타이거JK : K합(Korean Hip Hop). 나는 또 다른 문화의 시초가 될 거다. K팝은 K팝의 장르로 수출되고 있지 않나. 이제 한국의 힙합도 세계적인 장르로 자리 잡히면 멋지지 않을까. 미국 본토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걸 거꾸로 수출하는 것이다. 나는 K합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방탄소년단의 성공도 아무도 몰랐다. 누구와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나의 포트폴리오에 남길 수 있는 하나가 더 생긴다면 멋지게 박수받으며 살 수 있지 않겠나. K팝에서 하는 것들은 똑같이 해보려고 한다. 이번에 시작이 좋았다.
10. 프로모션 계획은?
타이거JK : 안 가본 곳이 없이 구석구석 다 찾아갈 거다. 현재 내 목표는 로컬 스타다. 글로벌 스타가 아니라 로컬 스타. 시골이어도 좋다. 타이거 JK의 CD를 들고 10명 15명 앞에서 공연할 수 있다면 계속할 거다. 드렁큰타이거 초창기 모습의 풍경을 만들면서 다닐 거다. 살도 빼고 머리도 그때로 돌아갈 거다. 나를 통해 내 팬들이 젊었던 시절로 돌아가길 바란다. 관객이 너무 적어서 공연을 할 수 없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의 틀을 허물면서 공연하겠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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