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들꽃’(감독 박석영)으로 데뷔한 조수향은 연기의 잔향을 남기며 출발했다. 그해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면서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캐릭터에 스며드는 연기를 선보이는 그녀가 이번에는 영화 ‘소녀의 세계’(감독 안정민)에서 비밀을 간직한 연극반 선배 정수연으로 관객을 마주한다. 오는 29일 개봉을 앞두고, 서울 가로수길의 한 극장에서 조수향을 만났다.
10. 완성된 영화는 어떻게 보았는지?
조수향: 언론시사로 처음 봤는데, 잔뜩 긴장됐다. 사실은 좀 아쉬웠다. 너무 솔직한가? (웃음) 한 2년 정도 전에 찍은 거니까 정확히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쭉 전체적으로 연결해서 보니까 스스로에 대해서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였다. 선화(노정의)와 하남(나라)의 관계는 명확하게 있고, 내가 맡은 수연이란 역은 미묘한 긴장감을 주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못 살린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10. 촬영 시기에 비해서 개봉이 늦었기 때문에 남다른 기분이었을 듯싶다.
조수향: 기분이 너무 좋았다. 감독님한테 온 문자를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와, 개봉한다!
10. 이번 영화에서는 연극부 연출자 겸 반에서는 반장인 완벽한 모범생이다. 소녀였던 그 시절의 모습과 닮았는지?
조수향: 사실 정확하게 내가 어떤 학생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제 영화를 보면서 ‘아, 내가 저렇게 보였겠구나’ 싶었다. 저렇게 악착같이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고. 수연이란 캐릭터는 계속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 나는 그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연필심이 툭 부러질 것처럼. 그러면서 나도 저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상으로는 고등학교 때 재미있었다. 천방지축으로 공연도 하고, 놀기도 하고.
10. 안양예고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조수향: 이번 영화에서 연극부와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실제로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배우들과 매일 모여서 연습했다. 그렇게 연습을 하다 보니까 정말 고등학교 때 생각이 많이 났다.
10. 사실 여중이나 여고에서는 선배에 대한 첫사랑 혹은 풋사랑의 감정이 있기도 하다. 안양예고는 남녀공학이라서 보기 어려웠을 것 같은 광경인데.
조수향: 공학에서는 그런 일은 거의 없다. 그리고 워낙에 잘생기고 예쁜 친구들이 많았다. 그들끼리의 리그가….(웃음)
10. 그 리그의 멤버였을 것 같다.
조수향: 아니다. 수연처럼 연극하는 것을 되게 좋아해서 미친 듯이 잘하고 싶고 뭐 그랬다.
10. ‘소녀의 세계’는 관객에 따라 반응이 확 갈릴 것 같은 작품인데.
조수향: 선화가 갖고 있는 세계 자체가 꽤 공감할만한 부분들을 갖고 있다. 또 동성애 코드가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동성애라기보다는 그 시절에 갖고 있는, 나도 나를 모르겠는 감정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10. 영화에서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나라는 어땠는지?
조수향: 나라는 늘 볼 때마다 멋있다. 체육복 입고 딱 무심하게 앉아있으면, 정말 순정만화에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도 있고. 가까이에서 나라와 정의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얘네, 너무 이쁘다’란 생각이 들었다.
10. 극중에서 ‘로미오와 줄리엣’대본을 고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감정 표현이 많지 않은 캐릭터라서 마치 수연의 마음처럼 보이기도 했다. 때로는 덧붙여지고, 지우고도 싶은….
조수향: 이렇게 정리를 해서 말씀을 해주니까 너무 좋다. (웃음)
10. 개인적으로는 연극부 신들이 좋았다. 인물 간의 팽팽한 감정선을 담아내기에도 좋은 장치여서 좀 더 활용되지 못한 아쉬움이 들었다.
조수향: 실제로 연극부 배우들이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 같은 배우임에도 나를 믿어줬다. 내가 “죄송하지만 매일 만나서 연습하면 안 될까요?” 했을 때 모두 다 흔쾌히 하겠다고 해줬다. 극 중 선주 역할로 나온 조수하 배우가 끼가 엄청 많다. 수하 언니가 펜싱하고 춤 안무를 다 짜줬다. 그래서 펜싱 연습부터 안무 연습까지 꼬박꼬박 다했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줄 맞추고 이런 것들이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10. 감독이 아니라 당신이 연출한 것인가?
조수향: 나는 전체적인 느낌을 수하 언니한테 이야기하고, 언니가 안무를 다 짰다. 부족한 부분은 수정해서 최종 완성된 것을 감독님을 보여드렸더니 마음에 들어하셨다.
10. 어쨌든 극 중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독은 당신 아닌가?
조수향: 맞다. (웃음) 어떻게 하다 보니까. 사실 다 같이 만든 거다.
10. 학교 연극의 풋풋하고 유쾌한 활력이 느껴졌다. 결론은 연출을 잘 했다는 거다.
조수향: 감사하다. 진짜 긴장을 많이 했다. 그리고 전문가의 느낌이라기보다 살짝 어설픈 느낌이 나야 될 것도 같고, 그렇다고 엉성해도 안 되고…. 그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더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10. 영화와는 별개로 당신이 겪었던 ‘소녀의 세계’란?
조수향: 아무 것도 모르면서 치열했던 것 같다.
10. 첫사랑도 궁금하다.
조수향: 좀 늦다. 대학 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는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바로 말을 한다. 상대방이 좋다고 하면 바로 만남을 가진다. 밀당을 잘 못한다. 아슬아슬한 것도 잘 못 견디고. 상대방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는 걸 못한다.
10. 그럼 짝사랑도 안 해본 건가? 짝사랑의 기본은 기다림이니까.
조수향: 거의 안 해봤다.
10.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해보고 싶은 연극이 있다면?
조수향: 너무 하고 싶다. 그때 친했던 친구들 중에서 아직까지 친한 친구도 있다. 그래서 만나면, 우리는 언제 또 무대에 같이 서보냐고 말한다. 함세덕 작가의 ‘동승’이란 작품을 했었는데 그 작품을 다시 해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10. 고전 영화를 즐겨 본다고 들었다.
조수향: 요즘도 즐겨 본다. 이 영화가 시간이 많이 흘러서 고전이 된 느낌인데, 엊그제 ‘존 말코비치 되기’를 봤다. 옛날에는 고전이란 느낌을 못 받았는데 고전 느낌이 들었다. 너무 재미있게 봤다.
10. 최근 영화 중에서 인상적인 작품을 꼽자면?
조수향: ‘팬텀 스레드’와 ‘다키스트 아워’. 최근에 영화를 많이 봤는데 두 작품이 확연하게 인상이 많이 남는다.
10. 판타지적인 요소도 있는 ‘소녀의 세계’에서, 약간 들뜨기도 하는 흐름을 당신의 연기가 잡아주는 순간들이 있다.
조수향: 궁금했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들려주니 너무 감사하다. 사실 배우를 선택한 걸 후회했던 시간들이 있다. 체력적으로 힘든 걸 떠나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일인 것 같아서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다. 진심으로 고려했다. 요즈음 들어서는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중간에 작품을 덜 하면서 나 스스로의 삶을 챙겨보려고 노력을 했다. 시장에 가서, 혹은 여행을 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이 배웠다. 그냥 일상적 대화인데 너무 좋았다. 그러면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다시 용기가 생겼다.
10. 차기작은 ‘배심원들’(감독 홍승완)이다. 제목처럼 배심원 역할인지?
조수향: 8명의 배심원 중 한 명이다.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 때의 이야기다. 시나리오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찍을 때도 재미있었고. 역할도 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연기를 하고, 연기를 할 수 있는 현장에 있어서 갈증을 많이 채울 수 있는 작품이었다.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
10. 완성된 영화는 어떻게 보았는지?
조수향: 언론시사로 처음 봤는데, 잔뜩 긴장됐다. 사실은 좀 아쉬웠다. 너무 솔직한가? (웃음) 한 2년 정도 전에 찍은 거니까 정확히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쭉 전체적으로 연결해서 보니까 스스로에 대해서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였다. 선화(노정의)와 하남(나라)의 관계는 명확하게 있고, 내가 맡은 수연이란 역은 미묘한 긴장감을 주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못 살린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10. 촬영 시기에 비해서 개봉이 늦었기 때문에 남다른 기분이었을 듯싶다.
조수향: 기분이 너무 좋았다. 감독님한테 온 문자를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와, 개봉한다!
10. 이번 영화에서는 연극부 연출자 겸 반에서는 반장인 완벽한 모범생이다. 소녀였던 그 시절의 모습과 닮았는지?
조수향: 사실 정확하게 내가 어떤 학생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제 영화를 보면서 ‘아, 내가 저렇게 보였겠구나’ 싶었다. 저렇게 악착같이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고. 수연이란 캐릭터는 계속 무언가를 열심히 한다. 나는 그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연필심이 툭 부러질 것처럼. 그러면서 나도 저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상으로는 고등학교 때 재미있었다. 천방지축으로 공연도 하고, 놀기도 하고.
10. 안양예고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조수향: 이번 영화에서 연극부와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실제로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배우들과 매일 모여서 연습했다. 그렇게 연습을 하다 보니까 정말 고등학교 때 생각이 많이 났다.
10. 사실 여중이나 여고에서는 선배에 대한 첫사랑 혹은 풋사랑의 감정이 있기도 하다. 안양예고는 남녀공학이라서 보기 어려웠을 것 같은 광경인데.
조수향: 공학에서는 그런 일은 거의 없다. 그리고 워낙에 잘생기고 예쁜 친구들이 많았다. 그들끼리의 리그가….(웃음)
10. 그 리그의 멤버였을 것 같다.
조수향: 아니다. 수연처럼 연극하는 것을 되게 좋아해서 미친 듯이 잘하고 싶고 뭐 그랬다.
조수향: 선화가 갖고 있는 세계 자체가 꽤 공감할만한 부분들을 갖고 있다. 또 동성애 코드가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동성애라기보다는 그 시절에 갖고 있는, 나도 나를 모르겠는 감정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10. 영화에서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나라는 어땠는지?
조수향: 나라는 늘 볼 때마다 멋있다. 체육복 입고 딱 무심하게 앉아있으면, 정말 순정만화에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도 있고. 가까이에서 나라와 정의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얘네, 너무 이쁘다’란 생각이 들었다.
10. 극중에서 ‘로미오와 줄리엣’대본을 고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감정 표현이 많지 않은 캐릭터라서 마치 수연의 마음처럼 보이기도 했다. 때로는 덧붙여지고, 지우고도 싶은….
조수향: 이렇게 정리를 해서 말씀을 해주니까 너무 좋다. (웃음)
10. 개인적으로는 연극부 신들이 좋았다. 인물 간의 팽팽한 감정선을 담아내기에도 좋은 장치여서 좀 더 활용되지 못한 아쉬움이 들었다.
조수향: 실제로 연극부 배우들이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 같은 배우임에도 나를 믿어줬다. 내가 “죄송하지만 매일 만나서 연습하면 안 될까요?” 했을 때 모두 다 흔쾌히 하겠다고 해줬다. 극 중 선주 역할로 나온 조수하 배우가 끼가 엄청 많다. 수하 언니가 펜싱하고 춤 안무를 다 짜줬다. 그래서 펜싱 연습부터 안무 연습까지 꼬박꼬박 다했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줄 맞추고 이런 것들이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10. 감독이 아니라 당신이 연출한 것인가?
조수향: 나는 전체적인 느낌을 수하 언니한테 이야기하고, 언니가 안무를 다 짰다. 부족한 부분은 수정해서 최종 완성된 것을 감독님을 보여드렸더니 마음에 들어하셨다.
10. 어쨌든 극 중 ‘로미오와 줄리엣’의 감독은 당신 아닌가?
조수향: 맞다. (웃음) 어떻게 하다 보니까. 사실 다 같이 만든 거다.
10. 학교 연극의 풋풋하고 유쾌한 활력이 느껴졌다. 결론은 연출을 잘 했다는 거다.
조수향: 감사하다. 진짜 긴장을 많이 했다. 그리고 전문가의 느낌이라기보다 살짝 어설픈 느낌이 나야 될 것도 같고, 그렇다고 엉성해도 안 되고…. 그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더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조수향: 아무 것도 모르면서 치열했던 것 같다.
10. 첫사랑도 궁금하다.
조수향: 좀 늦다. 대학 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는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바로 말을 한다. 상대방이 좋다고 하면 바로 만남을 가진다. 밀당을 잘 못한다. 아슬아슬한 것도 잘 못 견디고. 상대방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는 걸 못한다.
10. 그럼 짝사랑도 안 해본 건가? 짝사랑의 기본은 기다림이니까.
조수향: 거의 안 해봤다.
10.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해보고 싶은 연극이 있다면?
조수향: 너무 하고 싶다. 그때 친했던 친구들 중에서 아직까지 친한 친구도 있다. 그래서 만나면, 우리는 언제 또 무대에 같이 서보냐고 말한다. 함세덕 작가의 ‘동승’이란 작품을 했었는데 그 작품을 다시 해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10. 고전 영화를 즐겨 본다고 들었다.
조수향: 요즘도 즐겨 본다. 이 영화가 시간이 많이 흘러서 고전이 된 느낌인데, 엊그제 ‘존 말코비치 되기’를 봤다. 옛날에는 고전이란 느낌을 못 받았는데 고전 느낌이 들었다. 너무 재미있게 봤다.
10. 최근 영화 중에서 인상적인 작품을 꼽자면?
조수향: ‘팬텀 스레드’와 ‘다키스트 아워’. 최근에 영화를 많이 봤는데 두 작품이 확연하게 인상이 많이 남는다.
10. 판타지적인 요소도 있는 ‘소녀의 세계’에서, 약간 들뜨기도 하는 흐름을 당신의 연기가 잡아주는 순간들이 있다.
조수향: 궁금했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들려주니 너무 감사하다. 사실 배우를 선택한 걸 후회했던 시간들이 있다. 체력적으로 힘든 걸 떠나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일인 것 같아서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다. 진심으로 고려했다. 요즈음 들어서는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중간에 작품을 덜 하면서 나 스스로의 삶을 챙겨보려고 노력을 했다. 시장에 가서, 혹은 여행을 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이 배웠다. 그냥 일상적 대화인데 너무 좋았다. 그러면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다시 용기가 생겼다.
10. 차기작은 ‘배심원들’(감독 홍승완)이다. 제목처럼 배심원 역할인지?
조수향: 8명의 배심원 중 한 명이다.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 때의 이야기다. 시나리오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찍을 때도 재미있었고. 역할도 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연기를 하고, 연기를 할 수 있는 현장에 있어서 갈증을 많이 채울 수 있는 작품이었다.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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