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어느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여름 신작으로, 일본 제목의 뜻은 좀도둑 가족이다. 한국어 제목은 의미가 좀 약해졌지만 그래도 이 가족이 어떤 가족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 가족은 혈연은 없지만 의미적으로 가족을 구성하고 있다. 함께 식사를 하고 가벼운 관심과 애정을 나누면서 서로를 보살핀다. 대단한 세리머니나 축복 속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생존을 위해 잘 맞는 합을 보여준다.
얼핏 보면 할머니를 부양하며 그녀의 낡은 일본식 집에서 살고 있는 아들 부부 가족과 어린 처제의 전통적인 3대 대식구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아버지 오사무와 아들 쇼타는 마트에 심부름(도둑질)을 하러 다녀오면서 유리를 만난다. 이들은 테라스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꼬마 여자아이를 데려와 음식과 잠자리를 내어주었다가 가족이 된다. 그리고 이 가족들이 실은 모두 이런 유사 납치, 혹은 유인으로 이루어진 관계라는 것이 드러난다. 이들의 관계는 견고함과 허술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돌보지 않은 일본식 정원이 있는 하츠에의 낡고 좁은 집은 무엇인가들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이 집이 영화의 은유적 표현이라면 집 안팎에 쌓여 있는 짐들, 이것은 사실상 이 가족 구성원이다. 언젠가 필요해 집안에 들였으나 이제는 쓸모를 알 수 없고 쓰레기처럼 변한 것. 버릴 수도 없고, 남기면 불편한 것. 일용직 노동자, 세탁 공장의 숙련공, 쾌락 뒤에 방치 유기된 어린 아이,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면 성 상품으로 전략하는 젊음. 이 어느 가족은 이 짐들을 어느 순간까지 최대한 쌓아 두면서 함께 살고 있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그의 영화에 ‘일본’이 구조화된다는 것이고, 감독의 시선은 일본이라는 국가가 구성하는 세계 내부의 냉정한 시각을 가진 자의식이기도 하다. 일본의 국가주의를 흔하게 지켜보는 우리로서는 ‘유니콘’같은 자기 분석 또는 자기 해체의 시각을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남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로도 연결된다. 유사한 시대와 세대 구성을 우리 사회도 하고 있을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사유는 언제나 그의 조국인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비춰보게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10년간 사유했던 가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이 긴 연휴에 자신에게 적용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 추석의 가족상봉과 대화합의 시간이 있든 없든 간에 추석 연휴에 가족에 대한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어느 가족’의 이 가족은 우리가 믿고 있는 그 가족이 아니다.
정지혜(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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