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사진=MBC ‘시간’ 방송 캡처
사진=MBC ‘시간’ 방송 캡처
서현과 김정현 주연의 MBC ‘시간’이 지난 25일 뚜껑을 열었다.

이날 방송은 재벌 2세 천수호(김정현)가 호텔에서 여자의 시신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여자는 지난 밤 천수호가 부른 성매매 종사자. 재벌가 자식인 천수호에게 ‘갑질’ 행패를 당했던 백화점 주차 안내원 설지현(서현)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었다.

이후 천수호의 회사 변호사이자 설지현의 남자친구인 신민석(김준한)이 나타났다. 시체를 부둥켜 안고 있는 천수호를 최초로 목격했다. 극 말미 신민석은 사건 현장에서 “정의가 결국 승리한다”는 문구가 적힌 자신의 펜을 발견했다. 얼마 전 그가 천수호의 약혼자 은채아(황승언)에게 빌려줬던 것이었다. 현장에 은채아가 있었음을 알게된 것. 천수호, 설지현, 신민석, 은채아. 악연의 시작이었다.

흥미로운 구조, 진부한 캐릭터

MBC ‘시간’ 방송 캡처/사진제공=MBC
MBC ‘시간’ 방송 캡처/사진제공=MBC
도돌이표처럼 돌아가는 하루의 시간처럼 ‘시간’ 1·2회의 구조는 흥미로웠다. 설지현의 동생 설지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시작해 그 이유가 하나 둘 밝혀지며 다시 처음의 사건 장소로 되돌아갔다. 이 가운데 각각 캐릭터들의 사연, 특히 망나니 재벌 2세 천수호의 시한부 선고가 빠르게 밝혀졌다.

하지만 캐릭터의 디테일들은 극도로 진부했다. 촘촘히 채워가야 할 극 중반이 늘어졌다. 재벌은 백화점 주차 안내 노동자를 무릎 꿇린다. 물질적으로 안락한 스물일곱 살 성인이지만, 여전히 ‘첩의 아들’이라는 꼬리표에 열등감을 느낀다. 열등감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향한 폭력적인 성향으로 드러난다. 약혼녀에게 무례하고, 레스토랑에서는 유리컵을 깨부순다.

SNS에 갑질 논란이 일자 돈다발을 들이민다. 새로울 것이 없다. 재벌과 엮이는 ‘가난한 캔디 여주인공’이라는 설정도 아직까지 특별하지는 않다. 서현과 동생 설지은 역을 맡은 윤지원의 호흡은 돋보였다. 하지만 설지은은 시작과 동시에 죽어버렸다.

김정현, ‘메소드 연기’ 하기엔 시간이 아깝다

MBC ‘시간’ 방송 캡처/사진제공=MBC
MBC ‘시간’ 방송 캡처/사진제공=MBC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천수호 역의 김정현은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상대 역인 서현의 팔짱을 거절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다는 게 요지였다. 대중이 한 사람의 태도와 인성을 단죄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겠지만, 함께 연기하는 서현의 성숙한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김정현은 ‘천수호에게 깊이 빠져 있다. 삶이 자꾸 천수호 쪽으로 기운다’며 ‘전력 투구 중이다. 방송을 보면 알 것’이라고 해명했다. ‘내 삶에 천수호가 끼어드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태도 논란’은 곧 ‘메소드 연기’ 논란이 됐다. 메소드 연기란 극 중 인물과 동일시를 통한 극사실주의적인 연기 스타일을 뜻한다. 첫 방송 이후에는 김정현을 향해 “논란을 잠재운다” “연기 진짜 잘한다”라는 평이 주를 이루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의 연기와는 별개로 천수호 캐릭터는 기존 미디어가 생산해온 재벌 이미지에 철저히 의지하고 있다. 약자에게 소리를 지르고, 자기 감정에만 충실하고, 갑질을 하고 돈다발을 내미는 그런 재벌이다.이런 인물은 현실에도 많다. 굳이 ‘메소드 연기’로 보여줄 이유가 있을까. 시청자가 보고 싶은 건 배우의 연기를 통한 새로운 캐릭터다. 서현, 김준한, 황승언 등 신선한 배우들과 함께 ‘시간’ 속에서 점차 변화하는 그의 성장은 좀 더 지켜봐야겠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