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배우 이유비는 시(詩)를 즐겨 읽는다. 때론 SNS에 마음에 드는 시를 적어 올린다. 최근에는 김철현 작가가 쓴 ‘돌아설 수 없는 길’을 읽으며 가슴이 아렸다고 한다. 음악도 좋아한다. 좋은 가사는 한 편의 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4년 전부터 직접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예전에 써놓은 가사를 보면 그 때 자신의 감정이 읽혀서 좋단다. 이유비는 “하지만 내가 쓴 가사는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며 웃었다.
이유비는 지난 15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서 계약직 물리치료사 우보영을 연기했다. 우보영도 이유비처럼 시를 좋아한다. 시인을 꿈꿨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진로를 바꿨다. 감수성이 풍부한 탓에 작은 일에도 눈물을 잘 흘려 별명이 ‘울보영’이다.
“작품을 이끌어가야 하는 역할이라 항상 에너지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동시에 시청자들이 질리지 않도록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작가님께서 SBS ‘피노키오’ 속 유래의 털털한 모습에서 보영이가 떠오르셨대요. 그런데 보영이는 유래보다 착하잖아요, 싫은 소리도 잘 못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털털함을 표현할까 고민했죠.”
이유비는 우보영을 연기하면서 예전의 자신을 다시 만났다. 작은 일에도 기뻐하거나 슬퍼하던 때로 돌아갔다. “보영이는 감정에 솔직하고 생각이 순수해요. 그렇게 살아야 좀 더 살맛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이유비는 일희일비하지 않게 됐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야 하는 직업이라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그는 “그런데 나를 아는 사람들이 이 인터뷰를 본다면 ‘네가 정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웃었다.
어린 시절 꿈은 뮤지컬 배우였다. 연기와 노래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배우 조승우가 출연하는 작품은 거의 빼놓지 않고 챙겨볼 정도다. 그래서 이유비는 현실 때문에 시인의 꿈을 포기했던 우보영이 짠하다. 그러면서도 기특하다.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기 때문이다.
“배우는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게 목표잖아요. 작품도 바뀌고, 상황도 바뀌고, 해야 하는 생각도 바뀌고. 보영이를 보면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다짐을 하는 제 자신이 떠올라요.”
첫 회에서 우보영이 친절 사원 상을 눈앞에서 뺏기던 장면은 특히 애틋하다. 이유비는 “다른 사람의 일엔 늘 공감해주던 보영이가 막상 자기의 일에 대해서는 굉장히 강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런 우보영에게서 이유비는 자신의 모습을 봤다. 누군가 울면 함께 눈시울을 붉히다가도 자신의 일 앞에선 강해지려고 이를 악무는 자신을.
“고등학생 때부터 그랬던 거 같아요. 예술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치열했거든요. 연예계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 때문에 내가 흔들리면 결국 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흔들리고 상처받다보면 자꾸 주눅 들게 되고 결국 그게 내 손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덕분에 과감하게 연예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던 걸지도 몰라요. 그런데 어릴 땐 강했는데,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다른 사람들 말에 쉽게 무너지는 것 같아요. 어릴 때에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마냥 덤덤하진 않지만 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해요, 안 좋은 얘기도.”
이유비는 우보영을 연기하면서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고 했다. 우보영에게 배운 점도 있다. 힘든 일에 갇혀 있지 말자는 것이다. 이유비는 “좌절하거나 상처 받은 날에도 에너지 있게 일상을 보내려고 한다”며 “예전에는 사람에게 기대려고 했는데 요즘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지낸다. 누군가에게 얘기하면 힘든 게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비의 꿈은 거창하지 않다. 매 작품, 자신이 가진 역량을 다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2015년 MBC 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를 촬영하다가 다쳐 2년 가까이 쉬어야 했지만, 덕분에 작품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알게 됐다.
“지금 제게 가장 중요한 건 일 같아요. 그동안 제 인생보다 일이 우선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젠 진짜 열심히 달려왔다고 자신할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내년이면 서른 살이 되는데, 그 때까진 그런 경험이 필요할 것 같거든요. 그러고 나선 천천히, 앞만 보는 게 아니라 옆과 뒤까지 살펴보면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이유비는 지난 15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서 계약직 물리치료사 우보영을 연기했다. 우보영도 이유비처럼 시를 좋아한다. 시인을 꿈꿨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진로를 바꿨다. 감수성이 풍부한 탓에 작은 일에도 눈물을 잘 흘려 별명이 ‘울보영’이다.
“작품을 이끌어가야 하는 역할이라 항상 에너지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동시에 시청자들이 질리지 않도록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작가님께서 SBS ‘피노키오’ 속 유래의 털털한 모습에서 보영이가 떠오르셨대요. 그런데 보영이는 유래보다 착하잖아요, 싫은 소리도 잘 못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털털함을 표현할까 고민했죠.”
어린 시절 꿈은 뮤지컬 배우였다. 연기와 노래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배우 조승우가 출연하는 작품은 거의 빼놓지 않고 챙겨볼 정도다. 그래서 이유비는 현실 때문에 시인의 꿈을 포기했던 우보영이 짠하다. 그러면서도 기특하다.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기 때문이다.
“배우는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게 목표잖아요. 작품도 바뀌고, 상황도 바뀌고, 해야 하는 생각도 바뀌고. 보영이를 보면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새로운 다짐을 하는 제 자신이 떠올라요.”
“고등학생 때부터 그랬던 거 같아요. 예술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치열했거든요. 연예계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 때문에 내가 흔들리면 결국 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흔들리고 상처받다보면 자꾸 주눅 들게 되고 결국 그게 내 손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덕분에 과감하게 연예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던 걸지도 몰라요. 그런데 어릴 땐 강했는데,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다른 사람들 말에 쉽게 무너지는 것 같아요. 어릴 때에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마냥 덤덤하진 않지만 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해요, 안 좋은 얘기도.”
이유비는 우보영을 연기하면서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고 했다. 우보영에게 배운 점도 있다. 힘든 일에 갇혀 있지 말자는 것이다. 이유비는 “좌절하거나 상처 받은 날에도 에너지 있게 일상을 보내려고 한다”며 “예전에는 사람에게 기대려고 했는데 요즘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지낸다. 누군가에게 얘기하면 힘든 게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비의 꿈은 거창하지 않다. 매 작품, 자신이 가진 역량을 다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2015년 MBC 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를 촬영하다가 다쳐 2년 가까이 쉬어야 했지만, 덕분에 작품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알게 됐다.
“지금 제게 가장 중요한 건 일 같아요. 그동안 제 인생보다 일이 우선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젠 진짜 열심히 달려왔다고 자신할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내년이면 서른 살이 되는데, 그 때까진 그런 경험이 필요할 것 같거든요. 그러고 나선 천천히, 앞만 보는 게 아니라 옆과 뒤까지 살펴보면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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