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배우 류효영은 ‘쿨’하다.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왈가왈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질투하거나 이기려는 마음도 없다. 대신 류효영은 자기 자신과 싸운다. 스스로를 들여다보면서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려고 분투한다. “나는 나와 싸우고 있다”는 류효영을 만났다.
류효영은 5월 6일 종영한 TV조선 주말드라마 ‘대군 - 사랑을 그리다'(이하 ‘대군’)에서 진양대군(주상욱)의 부인 윤나겸을 연기했다. 윤나겸은 3남 7녀의 대가족에서 차녀로 태어나 주목받지 못한 설움을 가진 인물로, 명문가 여식들과 어울리며 수준과 명성을 쌓기 위해 애쓴다. 진양대군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윤나겸의 인생도 초라하게 막을 내리지만 류효영은 “나겸의 딸만큼은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취적인 윤나겸의 성격은 실제 류효영과도 닮았다. 류효영도 뭔가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정신은 류효영을 추동하는 중요한 힘이다.
‘대군’은 류효영의 첫 사극이다. 머리에 꽂은 비녀가 무거워 하늘을 제대로 볼 수도 없었지만 “쪽진 머리가 예쁘게 보였다”며 그는 웃었다. 작품을 연출한 김정민 감독이 영상미를 중요하게 여긴 덕분에 만족스러운 비주얼이 나왔다고 한다. 류효영은 “여러 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면서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가 맡은 역할을 돋보이게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겸이는 기본적으로 외로움을 갖고 있었어요. 사랑 받고 싶은 욕구가 권력에 대한 야망으로 번지고, 그러다보니 넘어서는 안 될 선까지 넘어버렸다고 봤습니다. 나겸이의 외로움 안에서 다양한 감정을 끄집어내려고 했어요. 후유증이요? 아직은 없어요. 현장에서 정말 재밌게 놀았거든요. 인터뷰가 끝나고 포상휴가까지 다녀오면 그 땐 공허할 것 같아요.”
촬영장 분위기는 언제나 화기애애했다. 열다섯 살 연상의 배우 주상욱과 부부로 호흡을 맞췄지만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한다. 류효영은 “현장에서는 상욱 선배님과 장난치느라 바빴다. 나를 많이 배려해주시고 긴장을 풀어주신 덕분에 편안하게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윤시윤·진세연 등 또래 배우들이 많았던 덕분에 즐기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
류효영은 2010년 춘향선발대회에서 진에 오른 것을 계기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광주 출신인 그는 열여덟 살 어린 나이에 상경했다. 대도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부터 ‘김치가 입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귀여운 고민까지 소녀는 옷가방에 차곡차곡 쌓았다. 같은 해 9월 혼성그룹 남녀공학의 멤버로 데뷔해 활동하다가 2012년 KBS2 드라마 ‘학교 2013’에서 이강주를 연기하면서부터 연기에 재미를 붙였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를 저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 때의 경험을 연기로 표현할 수도 있을 테고요. 뭐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아이돌 가수든 록 가수든, 출신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어요? ‘아이돌이 연기를 얼마나 잘 하겠어?’라는 반응을 보며 ‘그래? 내가 한 번 보여줄게’라고 마음을 굳히기도 했고요.”
류효영은 연기가 좋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돼 다양한 인생을 경험하는 것이 재밌다”고 했다. 그는 배움에도 열려 있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선배들의 조언 때문이다. 지난해 MBC 일일드라마 ‘황금주머니’에 출연한 뒤로는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해졌다.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감정을 털어낼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단다.
“단순히 돈을 받고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요즘엔 소외계층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작품에 관심이 생겼어요. 비단 소수자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연기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주고 싶습니다.”
쌍둥이 동생인 류화영도 아이돌 그룹을 거쳐 배우가 됐다. 류효영은 “화영이와 서로 모니터 해주며 응원을 나눈다”며 “‘대군’을 보더니 화영이도 사극을 하고 싶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류효영 역시 류화영이 연기했던 KBS2 드라마 ‘매드독’의 장하리처럼 액션을 소화할 수 있는 역할에 욕심이 있다.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가 운동”이라면서 “무사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비교와 평가에 노출돼 있는 것이 연예인의 숙명이지만 류효영은 경쟁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질투심도 없다. 다만 그는 “난 언제나 나 자신과 싸운다”고 말한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그는 이기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도 제 안에서 찾는다. 류효영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슬럼프를 겪기 마련”이라면서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내느냐가 평생 풀어야할 숙제”라고 말했다.
“전 스스로를 많이 괴롭히는 편이에요. 한 번도 제 연기에 만족한 적이 없거든요. ‘대군’을 찍으면서도 감독님은 ‘괜찮다’고 하시는데 저는 늘 아쉽더라고요. 요즘엔 자신을 괴롭히는 시간을 빨리 벗어나는 방법을 연습하고 있어요.”
요즘엔 봉사와 나눔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소외 계층의 얘기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면 출연료를 받지 않고 연기할 의향도 있단다. 인터뷰에 동석한 소속사 비에이엠컴퍼니 관계자 역시 “배우가 원한다면 기꺼이 지원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류효영은 기회가 된다면 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류효영의 이런 성장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2016년 전 소속사 MBK엔터테인먼트와 법적인 분쟁을 벌이면서 류효영은 한 뼘 더 성숙했다. 그는 “만약 내가 순탄하게 정상까지 올라갔다면 내가 가진 것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을 것 같다”면서 “그래서 그 때가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 때의 고난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내가 겪는 일들을 더욱 소중하게 느낄 수 있게 됐어요. 신은 인간이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주신다는 말을 믿으면서 버텼죠. 앞으로 더 힘든 일이 닥칠 수도 있겠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제가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전 그 무엇도 무섭거나 두렵지 않아요.”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류효영은 5월 6일 종영한 TV조선 주말드라마 ‘대군 - 사랑을 그리다'(이하 ‘대군’)에서 진양대군(주상욱)의 부인 윤나겸을 연기했다. 윤나겸은 3남 7녀의 대가족에서 차녀로 태어나 주목받지 못한 설움을 가진 인물로, 명문가 여식들과 어울리며 수준과 명성을 쌓기 위해 애쓴다. 진양대군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윤나겸의 인생도 초라하게 막을 내리지만 류효영은 “나겸의 딸만큼은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취적인 윤나겸의 성격은 실제 류효영과도 닮았다. 류효영도 뭔가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정신은 류효영을 추동하는 중요한 힘이다.
“나겸이는 기본적으로 외로움을 갖고 있었어요. 사랑 받고 싶은 욕구가 권력에 대한 야망으로 번지고, 그러다보니 넘어서는 안 될 선까지 넘어버렸다고 봤습니다. 나겸이의 외로움 안에서 다양한 감정을 끄집어내려고 했어요. 후유증이요? 아직은 없어요. 현장에서 정말 재밌게 놀았거든요. 인터뷰가 끝나고 포상휴가까지 다녀오면 그 땐 공허할 것 같아요.”
촬영장 분위기는 언제나 화기애애했다. 열다섯 살 연상의 배우 주상욱과 부부로 호흡을 맞췄지만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한다. 류효영은 “현장에서는 상욱 선배님과 장난치느라 바빴다. 나를 많이 배려해주시고 긴장을 풀어주신 덕분에 편안하게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윤시윤·진세연 등 또래 배우들이 많았던 덕분에 즐기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를 저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 때의 경험을 연기로 표현할 수도 있을 테고요. 뭐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아이돌 가수든 록 가수든, 출신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어요? ‘아이돌이 연기를 얼마나 잘 하겠어?’라는 반응을 보며 ‘그래? 내가 한 번 보여줄게’라고 마음을 굳히기도 했고요.”
류효영은 연기가 좋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돼 다양한 인생을 경험하는 것이 재밌다”고 했다. 그는 배움에도 열려 있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선배들의 조언 때문이다. 지난해 MBC 일일드라마 ‘황금주머니’에 출연한 뒤로는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해졌다.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감정을 털어낼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단다.
“단순히 돈을 받고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요즘엔 소외계층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작품에 관심이 생겼어요. 비단 소수자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연기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주고 싶습니다.”
쌍둥이 동생인 류화영도 아이돌 그룹을 거쳐 배우가 됐다. 류효영은 “화영이와 서로 모니터 해주며 응원을 나눈다”며 “‘대군’을 보더니 화영이도 사극을 하고 싶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류효영 역시 류화영이 연기했던 KBS2 드라마 ‘매드독’의 장하리처럼 액션을 소화할 수 있는 역할에 욕심이 있다.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가 운동”이라면서 “무사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전 스스로를 많이 괴롭히는 편이에요. 한 번도 제 연기에 만족한 적이 없거든요. ‘대군’을 찍으면서도 감독님은 ‘괜찮다’고 하시는데 저는 늘 아쉽더라고요. 요즘엔 자신을 괴롭히는 시간을 빨리 벗어나는 방법을 연습하고 있어요.”
요즘엔 봉사와 나눔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소외 계층의 얘기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면 출연료를 받지 않고 연기할 의향도 있단다. 인터뷰에 동석한 소속사 비에이엠컴퍼니 관계자 역시 “배우가 원한다면 기꺼이 지원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류효영은 기회가 된다면 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류효영의 이런 성장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2016년 전 소속사 MBK엔터테인먼트와 법적인 분쟁을 벌이면서 류효영은 한 뼘 더 성숙했다. 그는 “만약 내가 순탄하게 정상까지 올라갔다면 내가 가진 것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을 것 같다”면서 “그래서 그 때가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 때의 고난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내가 겪는 일들을 더욱 소중하게 느낄 수 있게 됐어요. 신은 인간이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주신다는 말을 믿으면서 버텼죠. 앞으로 더 힘든 일이 닥칠 수도 있겠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제가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전 그 무엇도 무섭거나 두렵지 않아요.”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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