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그룹 동방신기가 6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그룹 동방신기가 6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그룹 동방신기는 2년 11개월 만에 국내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면서 ‘서클(Circle, 원)’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의미에서다. 원에는 무한하다는 속성도 있다. 어디에서 끝나는지 알 수 없는 원처럼, 동방신기라는 운명 또한 영원할 것이라는 약속이다.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동방신기 콘서트-서클 #웰컴(TVXQ! CONCERT-CIRCLE #welcome)’이 열렸다.

동방신기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서 영감을 얻어 무대를 연출했다. 10미터 높이의 슬로프 무대에서 턱시도 차림으로 나타난 두 사람은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관객들을 맞았다. 웅장한 연출 속에서 비장하게 등장하던 지난 공연과는 사뭇 살랐다. 첫 곡은 ‘바운스(Bounce)’였다. 관악기 연주가 현란하게 춤을 췄다. 스윙재즈 풍의 노래가 무대의 콘셉트와 훌륭하게 어우러졌다.

동방신기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영감을 얻어 파티 콘셉트로 공연을 꾸몄다.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동방신기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영감을 얻어 파티 콘셉트로 공연을 꾸몄다.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볼거리가 풍성한 공연이었다. ‘섬씽(Something)’ ‘너는 내꺼’ ‘평행선’ ‘운명’ ‘수리수리’ 등 리드미컬한 노래들 사이사이로 재치 있는 연출이 돋보였다. 2층으로 구성된 무대 곳곳을 누비며 댄서들과 동방신기가 짝을 이뤄 춤을 추는 모습이 흡사 브로드웨이 쇼 뮤지컬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무게감을 덜어내고 세련미를 채웠다. 데뷔 15년 차의 관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들을 많이 준비했다”던 최강창민의 예고대로 과거의 히트곡도 대거 선곡됐다. 한동안 동방신기를 떠나 있던 팬들이 8집 활동을 보며 많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접한 두 사람은 과거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는 무대를 잔뜩 마련했다. ‘더 웨이 유 아(The Way You Are)’ ‘믿어요’ ‘주문 - 미로틱(MIROTIC)’ ‘풍선’ 등 과거의 히트곡은 물론 데뷔곡 ‘허그(Hug)’까지 들려줬다. 동방신기가 어떻게 자신의 길을 이어왔는지 가장 직관적으로 알게 한 선곡이었다. 거창한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노래와 춤이, 무대 위 두 사람의 모습이 동방신기의 역사이자 현재였다.

공연 제목 ‘서클’에 영원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동방신기.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공연 제목 ‘서클’에 영원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동방신기.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공연은 ‘꿈’과 ‘왜’, ‘라이징 선(Rising Sun)’을 지나면서 절정에 다다랐다. 동방신기는 이동식 무대를 타고 2층 관객들에게도 가까이 다가갔다. 최강창민이 솔로곡 ‘클로저(Closer)’에서 상반신을 탈의하고 복근을 드러냈을 땐 객석에서 열광적인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열정 만수르’(열정 부자)라는 별명을 가진 유노윤호는 “여러분의 열정이 너무 뜨겁다. 내가 원래 땀을 잘 흘리지 않는 편인데 지금 땀이 너무 많이 난다. 역시 여러분들은…”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 들었다.

인상적이었던 건 공연 중반 나온 영상이었다. 최강창민이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유노윤호는 TV를 보며 열정적으로 안무를 연습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었다. 두 사람이 출연한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패러디한 것이 분명한 이 영상은 이들의 성격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영상에서 유노윤호를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던 최강창민은 이내 그의 옆에 서서 연습에 합류했다. 영상을 보며, 다시 한 번 ‘원’이라는 공연 제목을 생각한다. 원은 동방신기가 된 두 사람의 모습이기도 하다. 평행선만큼 다르던 두 사람은 ‘동방신기’라는 하나의 선을 이뤘다. 그리고 그 선은 돌고, 돌고, 또 돌며 원이 된다. 끝나지 않을 원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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