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사진제공=tvN ‘라이브’
사진제공=tvN ‘라이브’
tvN 주말드라마 ‘라이브'(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조명하며 안방극장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피해자가 분노하지 못하는 사회에 대해서다.

‘라이브’는 지난 15일 방송으로 전국 가구 시청률 6.7%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일상의 소소한 가치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뛰어다니는 지구대 경찰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매회 시청자들의 이목을 끈다.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 성폭행 등 ‘라이브’가 다루는 사건들은 참 씁쓸하지만, 2018년 지금 발생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범죄이다. 이 드라마는 우리가 애써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던 사회 문제들을 세심하게 짚어낸다. 나아가 따뜻한 위로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특히 피해자가 제대로 분노하지 못하는 사회 현실을 짚어낸 사건들은 방송 후 화제로 떠올랐다. 지난 15일 방송에서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도 문제의 원인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는 오양촌(배성우)의 딸 송이(고민시)의 장면이 그렇다. 데이트 폭력에 대해 송이는 “남자친구가 원래 착하다”며 모든 건 양다리를 걸친 자신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오양촌은 문제점을 분명하게 짚어냈다. 그는 “착하고 안 착하고는 문제가 아니다. 네가 양다리 걸친 건 정말 나쁜 짓이지만, 그렇다고 네 허락 없이 네 몸에 손대는 게 정당화될 수 없다. 이해받을 수도 없다. 그건 범죄”라고 했다. 오양촌의 일침은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에 경각심을 일깨웠다.

한정오(정유미)와 성폭행 피해 자매들의 이야기 역시 중요하게 다가왔다. 가정 폭력을 참고 견디던 자매들은 성폭행마저 부인하고 진술을 거부했다. 자신의 상처를 돌보기보다 사회에 대한 불신이 더 컸기 때문이다. 한정오는 그 사실에 가슴 아파했다. 한정오 역시 성폭행을 당한 상처가 있다. 그는 “분명히 알아야 돼. 그 어떤 것도 네 잘못이 아니야. 범인의 잘못”이라고 위로했다.

회피하지 않고 더 강하게 맞서야만 바뀔 수 있다. 분노의 대상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향해야 한다. 한정오는 어째서 그날 그 시간에 그 길을 택했는지, 자신에게 분노를 쏟아내기 보다 범인에게 분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브’는 이 같은 한정오의 용기를 통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문을 열었다.

데이트 폭력, 성폭행뿐만이 아니다. ‘라이브’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범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개인간 비공식 입양 절차에 따른 아동 방치 문제, 법을 악용하는 촉법소년의 문제, 단순한 가정사로 치부할 수 없는 가정 폭력 문제, 이에 따른 폭력의 대물림 등이다. 매회 뜨거운 화두와 위로를 던지며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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