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혜성처럼 등장한 배우. 지난 11일 종영한 KBS2 ‘황금빛 내 인생’에서 주인공 서지안을 연기한 신혜선은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배우처럼 보인다. 신인에게는 좀처럼 자리를 내주지 않는 주말드라마로 신혜선은 주연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데뷔 5년 차이지만 이렇다 할 배역이 없었던 그에게는 파격적인 기회였다. 그리고 ‘황금빛 내 인생’이 방영되는 지난 6개월 동안 신혜선은 주변의 우려를 놀라움으로 바꿔놓았다.
신혜선은 KBS2 드라마 ‘학교 2013’에서 이름 없는 단역으로 데뷔했다. 그를 설명하는 말은 ‘승리고 2학년 2반 학생’이 전부였다. 소속사도 없고 일도 없었다. 대신 시간은 많았다. 그 때마다 신혜선은 자신의 미래를 상상했다. 그래서 그는 요즘 매일이 신기하다. 데뷔 초 상상했던 일들이 미약하게나마 혹은 상상보다 멋지게 펼쳐졌기 때문이다.
‘황금빛 내 인생’의 서지안은 해성그룹 창립자의 친손녀가 됐다가 다시 ‘흙수저’로 돌아온 사연 많은 캐릭터다. 보잘 것 없는 집안 때문에 울었고 해성그룹이 무서워 떨었다. 최도경(박시후)을 사랑해서 울다가 최도경을 밀어내며 악다구니를 쓰기도 했다. 신혜선의 눈에는 눈물 마를 날이 없었지만 덕분에 드라마의 시청률은 45%(닐슨코리아, 전국기준)까지 올랐다.
“시청률이 이렇게까지 잘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하지만 드라마가 재밌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죠. 전개가 워낙 빨랐던 데다 예측하기도 힘들었어요. 도경과 지안이의 멜로, 가족이 화해하는 모습도 시청자들께서 많이 궁금해 한 것 같고요. 대본을 받을 때마다 다음 회가 궁금해질 정도로 내용이 재밌었어요. 대본을 읽으면 읽을수록 지안이의 감정이 더욱 자세하게 느껴졌습니다.”
‘황금빛 내 인생’은 가난 때문에 분열됐던 가족이 저마다 자신의 삶을 바로 세우고 다시 화해하는 과정을 담았다. 전작 KBS2 ‘내 딸 서영이’에서 부녀의 화해를 뜨겁게 그려냈던 소현경 작가는 ‘황금빛 내 인생’을 통해 다시 한 번 현 시대의 가족상을 그려냈다. 신혜선은 “소현경 작가님의 팬이었다. 데뷔 전부터 소 작가님의 작품을 꼭 하고 싶었다. 대본을 읽고 ‘무조건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안이에게 공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지안의 목표지향적인 성격은 신혜선이 tvN ‘비밀의 숲’에서 연기한 영은수 검사와 닮았다. 영 검사도 서지안처럼 제 능력을 인정받고자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소속사 없이 홀로 오디션을 보고, 광고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던 신혜선의 과거와도 닮았다. 신혜선은 “지안이나 영 검사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있다는 점에서 나와 비슷하다”며 웃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닐까요. 거기에 운이 더해지고 적절한 시기를 만나면 좋을 결과가 나오는 것 같고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노력하는 건 필수조건이라 제 입으로 ‘저 열심히 살았어요!’ ‘저 노력했어요!’라고 말하기가 조금 민망해요.”
신혜선은 “나를 불타오르게 만드는 캐릭터가 좋다”고 했다. 좋은 캐릭터는 재밌는 대본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편성을 따지거나 분량을 재지도 않는다. 그는 “난 계산적으로 연기할 능력이 안 된다. 그동안 운이 좋았다”며 “연기하는 내가 재밌으면 보는 사람도 재밌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평가받는 것이 숙명인 직업. 하지만 신혜선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객관적인 눈이 필요하다”면서 시청자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살펴본다. 칭찬에 쉽게 들뜨려 하지 않고 근거가 타당하다면 좋지 않은 평가도 흡수한다. 그는 “감독님이나 선배님들이 중심을 잡아주시는 덕분”이라며 “든든한 지원군 같다. 함께 버텨주는 사람들이 있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함과 행복함에 비례해 부담감도 커진다. 신혜선은 “그동안 ‘황금빛 내 인생’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받았는데 이제 서지안이 아닌 신혜선으로 나와서 나 혼자 부딪혀야 해서 두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시청률이 무서운 것은 아니다. 다만 앞으로 연기할 캐릭터를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가면 갈수록 선택의 순간이 많아지고 고민도 많아져요. 어쩌면 타협해야 하는 순간들도 오겠죠. 이렇게 어른이 되는 건가 봐요.(웃음) 예전에는 나에 대해 생각하거나 미래를 꿈꾸는 시간이 있었는데 요즘은 혼자만의 여유를 가질 시간이 없더라고요. 그게 조금은 아쉽… 아니 사실 아쉽지는 않아요. 혼자 사색하는 거 되게 심심하거든요. 하하하. 저는 일하는 게 좋아요.”
신혜선은 차기작으로 SBS ‘사의 찬미’를 택했다.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다. 데뷔 전 라디오에서 윤심덕과 김우진의 이야기를 듣고 감수성이 풍부해진 경험이 있다는 그는 흔쾌히 ‘사의 찬미’ 출연을 결정했다. 2부작이라 촬영 일정이 길지도 않고 시대극에도 욕심을 내고 있던 터였다.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 촬영에 앞서 미국 하와이에서 패션지 화보를 찍는다. 그 후 아프리카로 떠나 굿네이버스와 봉사활동에 나선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황금빛 내 인생’ 포상 휴가에서도 하루 먼저 돌아왔다. 방송가는 물론 광고계에서도 러브콜이 뜨겁다. 한마디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재밌고 행복해요. 좋아하는 일을 할 땐 열정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일만 아는 어른이 된다면 서글플 것 같아요. 뭐든 즐길 수 있는 사람,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 화가 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상처를 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죠. 그 때마다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 여유가 제 안에 생겼으면 좋겠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신혜선은 KBS2 드라마 ‘학교 2013’에서 이름 없는 단역으로 데뷔했다. 그를 설명하는 말은 ‘승리고 2학년 2반 학생’이 전부였다. 소속사도 없고 일도 없었다. 대신 시간은 많았다. 그 때마다 신혜선은 자신의 미래를 상상했다. 그래서 그는 요즘 매일이 신기하다. 데뷔 초 상상했던 일들이 미약하게나마 혹은 상상보다 멋지게 펼쳐졌기 때문이다.
‘황금빛 내 인생’의 서지안은 해성그룹 창립자의 친손녀가 됐다가 다시 ‘흙수저’로 돌아온 사연 많은 캐릭터다. 보잘 것 없는 집안 때문에 울었고 해성그룹이 무서워 떨었다. 최도경(박시후)을 사랑해서 울다가 최도경을 밀어내며 악다구니를 쓰기도 했다. 신혜선의 눈에는 눈물 마를 날이 없었지만 덕분에 드라마의 시청률은 45%(닐슨코리아, 전국기준)까지 올랐다.
“시청률이 이렇게까지 잘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하지만 드라마가 재밌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죠. 전개가 워낙 빨랐던 데다 예측하기도 힘들었어요. 도경과 지안이의 멜로, 가족이 화해하는 모습도 시청자들께서 많이 궁금해 한 것 같고요. 대본을 받을 때마다 다음 회가 궁금해질 정도로 내용이 재밌었어요. 대본을 읽으면 읽을수록 지안이의 감정이 더욱 자세하게 느껴졌습니다.”
서지안의 목표지향적인 성격은 신혜선이 tvN ‘비밀의 숲’에서 연기한 영은수 검사와 닮았다. 영 검사도 서지안처럼 제 능력을 인정받고자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소속사 없이 홀로 오디션을 보고, 광고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던 신혜선의 과거와도 닮았다. 신혜선은 “지안이나 영 검사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있다는 점에서 나와 비슷하다”며 웃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닐까요. 거기에 운이 더해지고 적절한 시기를 만나면 좋을 결과가 나오는 것 같고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노력하는 건 필수조건이라 제 입으로 ‘저 열심히 살았어요!’ ‘저 노력했어요!’라고 말하기가 조금 민망해요.”
불특정 다수에게 평가받는 것이 숙명인 직업. 하지만 신혜선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객관적인 눈이 필요하다”면서 시청자의 반응을 적극적으로 살펴본다. 칭찬에 쉽게 들뜨려 하지 않고 근거가 타당하다면 좋지 않은 평가도 흡수한다. 그는 “감독님이나 선배님들이 중심을 잡아주시는 덕분”이라며 “든든한 지원군 같다. 함께 버텨주는 사람들이 있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함과 행복함에 비례해 부담감도 커진다. 신혜선은 “그동안 ‘황금빛 내 인생’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받았는데 이제 서지안이 아닌 신혜선으로 나와서 나 혼자 부딪혀야 해서 두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시청률이 무서운 것은 아니다. 다만 앞으로 연기할 캐릭터를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가면 갈수록 선택의 순간이 많아지고 고민도 많아져요. 어쩌면 타협해야 하는 순간들도 오겠죠. 이렇게 어른이 되는 건가 봐요.(웃음) 예전에는 나에 대해 생각하거나 미래를 꿈꾸는 시간이 있었는데 요즘은 혼자만의 여유를 가질 시간이 없더라고요. 그게 조금은 아쉽… 아니 사실 아쉽지는 않아요. 혼자 사색하는 거 되게 심심하거든요. 하하하. 저는 일하는 게 좋아요.”
그는 드라마 촬영에 앞서 미국 하와이에서 패션지 화보를 찍는다. 그 후 아프리카로 떠나 굿네이버스와 봉사활동에 나선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황금빛 내 인생’ 포상 휴가에서도 하루 먼저 돌아왔다. 방송가는 물론 광고계에서도 러브콜이 뜨겁다. 한마디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재밌고 행복해요. 좋아하는 일을 할 땐 열정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일만 아는 어른이 된다면 서글플 것 같아요. 뭐든 즐길 수 있는 사람,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앞으로 화가 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상처를 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죠. 그 때마다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 여유가 제 안에 생겼으면 좋겠어요.”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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