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영화 ‘쓰리 빌보드’ 포스터/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쓰리 빌보드’ 포스터/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내 딸이 죽었다” “아직도 범인을 못 잡은 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경찰 서장?”

영화 ‘쓰리 빌보드'(감독 마틴 맥도나)는 빨간 배경에 검은색으로 쓰여진 강렬한 세 문장과 함께 시작된다. 세 개의 빌보드 광고판에 새겨진 딸 잃은 엄마의 분노는 세상을 뜨겁게 만들었다.

딸이 잔인하게 살해 당한 후 상실감과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막다른 길에 놓인 밀드레드(프란시스 맥도맨드). 하지만 경찰들은 범인을 잡기는커녕 수사는 뒷전에 두고 흑인들을 괴롭히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그렇게 딸의 죽음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던 어느 날, 밀드레드는 우연히 마을 입구에 세워진 대형 광고판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광고판에 경찰서장 월러비(우디 해럴슨)을 향한 도발적인 광고를 실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광고는 세간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고 마을의 존경을 받는 경찰서장 월러비와 경찰들은 믿을 수 없는 경찰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조용한 마을의 평화를 바라는 마을 사람들은 경찰관 편에 서서 밀드레드를 비난하고, 심지어 위협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딸을 잃은 슬픔과 분노는 그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밀드레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세상과의 뜨거운 사투를 멈추지 않는다.

영화 ‘쓰리 빌보드’ 스틸컷/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쓰리 빌보드’ 스틸컷/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쓰리 빌보드’는 딸을 잃은 엄마의 분노와 슬픔을 희석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무겁지 않은 유머를 더해 부드럽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자칫하면 심각하고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관객으로 하여금 거부감이 들게 하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한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여성 캐릭터의 등장도 인상적이다. 밀드레드는 오직 죽은 딸을 위해 분노를 뿜어낸다. 그리고 범인을 쫓고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다른 남성 캐릭터에게 어떤 물리적인 도움도 받지 않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그 어떤 캐릭터보다 강인하고, 그 어떤 캐릭터보다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쓰리 빌보드’는 오늘(15일) 개봉한다. 15세 관람가.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