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웃는 남자’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왼쪽부터), 그레고리 포플릭 의상 디자이너, 연출과 극본을 맡은 로버트 요한슨, EMK뮤지컬 컴퍼니 엄홍현 대표, EMK 인터내셔널 김지원 대표, 김유선 분장 디자이너 /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웃는 남자’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왼쪽부터), 그레고리 포플릭 의상 디자이너, 연출과 극본을 맡은 로버트 요한슨, EMK뮤지컬 컴퍼니 엄홍현 대표, EMK 인터내셔널 김지원 대표, 김유선 분장 디자이너 /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관객들이 마음에 간직하고 갈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공연이 좋은 작품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예요. 보는 이들도 푹 빠져야죠.”

공연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의 말이다. 그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필동 스페이스 아트1에서 열린 뮤지컬 ‘웃는 남자’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작품을 만든 배경부터 상세하게 설명했다.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웃는 남자’는 공연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가 2013년부터 약 5년간 제작비 175억 원을 투자해 만든 뮤지컬이다. 오는 7월 1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제작진도 자신의 분야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들로 꾸렸다. EMK와 한국에서 10년 동안 호흡을 맞추며 뮤지컬 ‘레베카’ ‘몬테크리스토’ ‘더 라스트 키스’ ‘엘리자벳’ ‘팬텀’ 등을 완성한 로버트 요한슨이 연출과 극본을 맡았으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으로 유명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나섰다. 여기에 JTBC ‘팬텀싱어’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김문정 음악감독이 가세했다. 이외에도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 그레고리 포플릭 의상 디자이너, 김유선 분장 디자이너 등이 손을 잡았다.

프랭크 와일드혼을 제외한 제작진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저마다 자신이 맡은 분야의 준비 과정과 결과물을 소개했다. ‘웃는 남자’에 애착이 깊다는 로버트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 ‘웃는 남자’를 봤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머릿속으로 뮤지컬을 구상했다”고 했다. 그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프랭크에게 연락해 ‘웃는 남자’를 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공연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 (왼쪽) /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공연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 (왼쪽) /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로버트는 “프랭크는 영화를 3번 보고, 넘버(뮤지컬 삽입곡)의 반을 작곡했다. 그도 매료된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EMK의 엄홍현 대표에게 작품을 소개했고, 자신들의 계획도 전달했다. 엄 대표 역시 작품에 빠져 뮤지컬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엄 대표는 이날 “세계적으로 뮤지컬의 제작비를 줄여가는 추세에 ‘웃는 남자’는 반대다. 제작비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은 알려져야 하는 목표가 정확하다.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서 “돈을 아끼지 않고 국내를 넘어 해외에도 수출할 계획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웃는 남자’는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그윈플렌의 여정을 담는다. 이를 통해 사회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를 조명할 예정이다. 관객들은 빈민층과 귀족의 삶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당시 영국을 통해 현재 우리를 돌아볼 수 있다.

제작진은 이 작품의 주제와도 같은 ‘부유한 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지은 것이다’란 문구에 주목했다. 특히 오필영 디자이너는 이 말에서 디자인의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오 디자이너는 “무대에서 부유한 자들과 가난한 이들의 세계를 보여주고, 어떻게 두 세계를 공존할 수 있게 만들지 고민했다. 극중 부자들은 재미를 위해 가난한 아이들의 입을 찢는 등 상처를 주면서 기쁨을 얻는다. 그들의 세계는 내면의 상처로 가득할 것 같았다”며 “부유한 자들은 그 상처를 가리기 위해 두꺼운 옷과 메이크업을 하면서 약점을 들키지 않으려고 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무대 모형을 보여줬다.

의상을 맡은 그레고리 포플릭도 고민의 과정을 털어놨다. 로버트에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그는 “로버트가 어느 한 시대에 국한시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며 “다양한 시대를 모으자고 해 다채롭게 접근했다. 이미 185개의 의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레고리는 귀족부터 하인들의 의상까지 모두 공개했다. 이들의 의상과 장신구의 의미까지 세세하게 설명하며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

뮤지컬 ‘웃는 남자’ 포스터 /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웃는 남자’ 포스터 /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웃는 남자’의 주인공인 그윈플렌은 범죄 집단의 만행으로 얼굴에 상처가 생겼다. 칼로 입을 찢어 평생 웃고 살아야 하는 광대가 된 것이다. 김유선 분장 디자이너는 “한동안 사람 입만 보고 다녔다. ‘어떻게 입을 찢을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5, 6개 버전을 준비했고, 대극장에서 잘 보이고 배우들이 노래도 해야 하기 때문에 접착력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출연자는 아직 미공개다. 로버트 요한슨은 “놀랄만한 배우로 꾸리고 있다. 같이 일할 생각에 설렐 정도”라며 “무대 위에서 빛나는 배우를 이렇게 많이 보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귀띔했다. 엄 대표 역시 “‘웃는 남자’의 대본을 보고 출연하고 싶다고 연락온 배우들이 많다”고 했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주·조연은 물론이고 단역까지 일일이 오디션을 보고 뽑고 있다. 작은 배역까지도 욕심을 내서 챙겨보기로 한 것”이라며 “그만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웃는 남자’는 오는 7월 10일부터 8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뒤 9월 4일부터 10월 28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다시 막을 올린다. 이에 대해 엄 대표는 “예술의전당 30주년 기념 공연으로 결정돼 한달 여간 공연한다. 세심하게 준비한 작품인데다 제작비도 막대하게 들여서 한 번으로 공연을 마치기 아쉬웠다”고 밝혔다.

하나의 작품으로 모인 이들의 자신감은 넘쳤다. 자신들이 처음 받은 감동을 무대 위에서 표현하기 위해 5년 동안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로버트는 “관객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놀랄만한 광경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엄 대표는 “상위 1%가 부를 독점하는 현상에 따른 세계 인권 문제와 여전히 사회 이슈로 다뤄지는 부당한 대우 등 ‘웃는 남자’는 시의성 있는 주제와 강렬한 이야기를 갖춰 관객들에게 쾌감을 선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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