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SBS ‘키스 먼저 할까요’의 감우성(왼쪽부터),  KBS2 ‘추리의 여왕2’의 권상우,  JTBC ‘미스티’의 지진희. / 사진=텐아시아DB
SBS ‘키스 먼저 할까요’의 감우성(왼쪽부터), KBS2 ‘추리의 여왕2’의 권상우, JTBC ‘미스티’의 지진희. / 사진=텐아시아DB
나이 든 성인 남자를 이르는 ‘아재’는 다양한 상황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다. 사전적 의미는 ‘아저씨’의 낮춤말이지만 실제로 낮춤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신 트렌드나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할 경우 ‘아재 취향’ ‘아재 패션”아재 개그’처럼 부정적으로 쓰이기도 하고, ‘아재 파탈’ ‘아재 미소’처럼 젊은 세대와는 차별화되는 장점이나 매력을 부각하기 위해 쓰이기도 한다. 처음엔 부정적으로 주로 쓰였던 ‘아재’가 ‘아재 세대’만의 개성을 존중하고 평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할까.

요즘 안방극장을 휘젓는 ‘아재’들의 활약이 그런 사례다. 패기와 젊음을 자랑하는 배우들과 달리 아재 배우들은 특유의 노련미로 여심을 사로잡는다. SBS ‘키스 먼저 할까요’의 감우성, KBS2 ‘추리의 여왕2’로 돌아온 권상우, JTBC ‘미스티’에서 열연 중인 지진희까지… 이른바 ‘멜로 아재’들의 대약진 시대다.

“우선 지금은 키스 먼저 합시다”

SBS ‘키스 먼저 할까요’ 감우성 스틸 / 사진제공=SM C&C
SBS ‘키스 먼저 할까요’ 감우성 스틸 / 사진제공=SM C&C
‘키스 먼저 할까요’에서 감우성은 특유의 감성적인 분위기로 복잡 미묘한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그가 연기하는 손무한은 한때 카피라이터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후배들의 뒷담화 주인공이 된 ‘옛날 남자’다. 그런 그가 6년 전 비행기에서 만났던 안순진(김선아)과 재회한 뒤 달라지고 있다. “좋아하지 말라”며 그를 밀어내면서도 불면증을 앓는 안순진이 걱정돼 함께 자자고 제안하는 등 신경을 쓴다.

감우성은 사연이 있어 보이는 깊은 눈빛과 상대방을 집중하게 만드는 목소리만로 설렘을 유발한다. “나랑 일곱 번만 자요. 우선 지금은 키스 먼저 합시다”라는 고백은 방송 직후 ‘명장면’으로 꼽히며 회자됐다.

감우성은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은 뒤 열지 않으려는 모습부터 점차 감정에 솔직해지는 중년 남성의 모습을 섬세하게 연기한다. 감정 변화의 폭이 크진 않지만 진중하고 깊은 ‘감우성 표 멜로’는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중년의 썸, 이렇게 설렐 수 있다니…

KBS2 ‘추리의 여왕2’ 권상우 스틸 / 사진제공=추리의 여왕 시즌2 문전사, 에이스토리
KBS2 ‘추리의 여왕2’ 권상우 스틸 / 사진제공=추리의 여왕 시즌2 문전사, 에이스토리
권상우는 형사 하완승 역을 맡아 유쾌한 ‘츤데레 멜로’로 여심을 사고 있다. ‘추리의 여왕2’에서 유설옥 역의 최강희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며 더욱 견고해진 케미를 뽐낸다.

사건을 쫓는 데 집중했던(시즌1) 두 사람이 매일 붙어 다니며 서로를 신경 쓰기 시작했고, 결국 ‘썸’에 이르게 됐다(시즌2). 하완승은 유설옥 주위를 맴돌며 그가 편안하게 추리를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다.

다정다감하게 상대방을 챙겨주는 스타일은 아니기에 “그럼 아줌마가 납치당했는데 기다리고만 있어?” “가깝다고 쫓아오지 마”라는 식의 티격태격 애정 표현법이 오히려 큰 설렘으로 다가온다. 농익은 로맨스를 할 법한 나이지만 반지를 사놓고 긴장해 식은땀까지 흘리는 모습이 순수해서 더욱 신선하다.

권상우는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철들지 않은 소년의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문득문득 진지한 감정의 흐름까지 표현하며 캐릭터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시청자들은 “권상우 아닌 하완승은 상상할 수도 없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괜찮아, 내가 사랑하면 돼”

JTBC ‘미스티’ 지진희 스틸 / 사진제공=글앤그림
JTBC ‘미스티’ 지진희 스틸 / 사진제공=글앤그림
지진희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반응이다. 격정 멜로드라마 ‘미스티’를 통해서다.

강태욱은 고혜란(김남주)이 자신의 배경을 탐낸다는 걸 알면서도 그의 욕망까지 이해하고 결혼한 남자다. 하지만 고혜란의 유산 이후 점차 마음의 거리가 멀어졌고 쇼윈도 부부가 됐다. 강태욱은 아내가 살인 용의자가 된 뒤 각성했다. “남편으로서 변호인으로서, 이젠 나한테 기대줘”라는 고백은 명대사에 등극하며 안방극장에 설렘을 선사했다.

지진희는 아내를 사랑하지만 상처 때문에 이를 부정하고, 다시 감정에 솔직해지는 강태욱의 복잡다기한 감정의 흐름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지는 사랑을 그려내는 지진희의 연기 내공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지닌 외모와 진심이 담긴 눈, 중저음의 목소리로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높이며 “역대급 남자 주인공의 탄생”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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