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황금빛 내 인생’ 포스터 / 사진제공=KBS
KBS2 ‘황금빛 내 인생’ 포스터 / 사진제공=KBS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족 전체가 위기에 처했어도, 재벌가와 악연으로 얽혔어도 가족들의 사랑과 믿음으로 모든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것이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의 매력이자 인기 요인이었다. 한데 종영까지 4회만 남겨놓은 이 드라마가 전에 없던 막장 요소로 시청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황금빛 내 인생’은 쌍둥이로 자란 서지안(신혜선)과 서지수(서은수)를 필두로 평범한 집안과 재벌가 해성그룹이 엮이며 벌어지는 이야기의 가족 드라마다. 극 초반부터 신선한 소재와 속도감 넘치는 전개, 배우들의 열연 등으로 호평을 받았고 ‘마의 시청률’로 불리는 40%를 훌쩍 뛰어넘으며 인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높은 인기에 취해서일까. 최근 방송에선 대미를 향해 달려가는 드라마의 무리한 설정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와해 위기에 놓인 가정의 회복을 그리는 과정이라고는 해도 상식을 벗어난 재벌가의 갑질, 초능력에 가까운 등장인물의 문제해결력, 등장인물을 금세 죽였다 살렸다 하는 오락가락 설정 등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해성그룹의 회장 노양호(김병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 재벌가의 갑질이 드라마 전체 내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두 딸 노명희(나영희)와 노진희(전수경)를 양 손에 두고 저울질하며 경쟁을 부추겼다. 오로지 자신이 일궜다고 생각하는 해성그룹만 중요할 뿐 딸도, 사위도, 유력한 계승자인 외손자마저도 장기판의 말을 다루듯 조종하는 대상일 뿐이다. 차기 회장으로 점찍어둔 외손자 최도경(박시후)이 “나는 더 이상 할아버지의 강아지 노릇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집을 나가자, 그가 하는 모든 사업을 방해했다.

또 최도경이 서지안(신혜선)과 엮인 후 변했다고 판단해 서지안의 아버지 서태수(천호진)를 찾아가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 잃어버렸던 해성가의 손녀를 20여년 만에 찾았으나 가짜였다는 사실이 뉴스를 통해 알려지자 모든 것을 서태수가 덮어쓰도록 강요했다. 이해도 배려도 없이 불도저처럼 돌진하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불편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노양호에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최도경이 할아버지가 쓰러지자 갑작스럽게 회사로 돌아가고, 이모와 이모부의 계략에 의해 노양호 회장이 해임되자 분노하며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

서지안(신혜선)은 ‘완성형 슈퍼우먼’이 되고 있다. 해성그룹 신입사원 때부터 큰 프로젝트를 척척 해내긴 했지만, 많은 방해를 딛고 스스로 얻은 성과라 통쾌했다. 지난 25일 방송에서 서지안, 서지수, 선우혁은 최도경을 돕기 위해 해성그룹의 소액주주들에게 전화를 돌려 위임장을 받는 작업을 벌였다. 해성그룹의 직원도 아닌 평범한 이들이 전화 한통으로 위임장을 받아내는 모습은 다소 억지스러웠다.

위염 증세를 보여 시청자들을 불안하게 했던 서태수는 상상암이라는 진단을 받은 데에 이어 다시 위암 확진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처음 상상암이라는 낯선 병명에 당혹감을 표했다. 하지만 그동안 가족에게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꼈던 서태수의 속사정이 설득력 있게 전개돼 “오히려 다행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가 다시 한 번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

재검사에서 의사는 “위암 4기다. 복막까지 전이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몸 상태인데도 직전 검사에서 암이 발견되지 않은 건 현재 의료 수준으로 볼 때 터무니없는 전개다. 서태수는 이날 방송에서 또다시 하늘을 원망하며 “왜 죽겠다고 할 땐 살리고, 살겠다고 하니 또 죽이느냐”고 울부짖었다. 가족들의 극진한 관심 속에 상상암이라는 걸 알고 다시 삶의 의지를 회복한 서태수가 또다시 좌절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도 허무감을 넘어 분노를 유발했다.

26일 시청률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48회의 시청률은 29.3%를 기록했다. 자체 최고 시청률 44.6%에 비해선 대폭 하락했다. 같은 시간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폐막식이 진행돼 시청자들이 분산됐기도 하지만 꼭 그렇다고만은 하기도 어렵다.

종영까지 4만 남았지만 ‘황금빛 내 인생’은 아직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흔히 스토리 콘텐츠의 특징으로 ‘비일상성’을 든다. 일상적이고 흔한 이야기는 관심을 끌 수 없기 때문에 비일상적이고 독특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콘텐츠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면 가지 않은 것만 못하다고 했다. 상식과 이성을 벗어나 억지와 무리가 지나치면 가족드라마의 장점을 잃고 막장 드라마로 기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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