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다. 한 우물만 파다가는 목을 축일 수 없다고 한다. 배우 인교진은 수없이 흔들리면서도 포기하진 않았다. 20년을 ‘연기’라는 한 우물만 팠고 드디어 물을 만났다.
인교진은 최근 종영한 KBS2 ‘저글러스’에서 활약했다. 드라마는 기업 조직의 상층부를 구성하는 임원들과 그들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여비서들의 이야기다. 인교진은 악하지만 허당 매력을 지닌 YB 광고기획부 조상무 전무 역을 맡아 극에 재미를 더했다.
조상무 전무는 의리보다는 승리, 남보다는 자신이 먼저인 인물이다. 야망 가득한 기회주의자로, 주인공들을 줄기차게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인교진은 특유의 친근함과 유쾌함을 무기로 만화적인 캐릭터를 그려냈다. 악역임에도 밉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감독·작가님이 묘하게 귀여운 구석이 있는 인물을 연기해 달라고 했어요. 캐릭터를 입체감 있게 그려내고 싶어서 대본에 없는 설정들을 넣기도 했죠. 예의 없게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갔고 일부러 과장해서 웃었어요. 제 연기 색을 많이 입힌 캐릭터라 애착이 갑니다.”
드라마 최종회에서 조상무 전무는 부정과 비리 등이 밝혀져 옥살이를 했다. 성공에 눈이 멀었던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시종일관 코믹한 모습을 보이던 그가 진심으로 쏟아내는 눈물에 보는 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최근에 코믹한 성향의 캐릭터를 자주 맡았잖아요. 눈물 연기를 안 한지 너무 오래돼서 걱정을 많이 했죠. 그래서 마지막 눈물 연기에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이 정도면 납득할 만하다’ 싶어서 만족했습니다. 드라마 종영 이후에 감옥 신을 몇 번이나 돌려봤게요. 하하.”
인교진은 ‘저글러스’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얻었다는 호평에 쑥스러운 듯 웃었다. “사실 댓글도 자주 챙겨본다”며 “‘드라마에 인교진 지분 30%’라는 댓글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고 털어놨다.
인교진의 코믹 연기는 처음이 아니다. KBS2 ‘백희가 돌아왔다(이하 백희)’(2016), ‘완벽한 아내’(2017), ‘란제리 소녀시대’(2017) 등에서 줄곧 유쾌한 밉상 캐릭터를 맡았다. 배우로서는 비슷한 캐릭터를 맡는 것에 대해 갈증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인교진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겹지 않느냐고 되레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요. 전혀요. ‘인교진스럽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그만큼 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부산에 거의 도착했다는데 굳이 서울로 유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부산을 충분히 즐기다 보면 또 천천히 돌아갈 날이 오겠죠. 비슷하게 보여도 캐릭터들의 직업이나 살아온 환경 등이 다르니 새롭게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답니다. 물론 항상 범인이었기 때문에 범인 잡는 형사도 해보고 싶고 멜로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하하.”
그는 2000년 MBC 29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단역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주목받지 못하자 20대 초반의 패기는 사라졌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예명으로 활동을 한 적도 있고 드라마 ‘얼마나 좋길래’(2006) 종영 후엔 미국으로 도피한 적도 있다.
“공허함이 심했어요. 미국으로 떠난 친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곤 120만 원짜리 티켓을 사서 무작정 떠났죠. 한국에서의 생활은 다 접고 미국에서 새 출발을 하려고 했어요.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한국에 있던 매니저 형에게 두 달 전에 봤던 영화 ‘신기전’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얘길 들었죠. 미국에 간지 한 달 만에 고민 없이 돌아왔습니다. 하하.”
다시 돌아왔지만 활약은 미비했다. 능력이 없다고 그는 자책했다. 그러던 중 ‘백희’를 만났다. 이 작품에서 인교진은 섬월도에서 한우 농가를 하는 홍두식 역을 맡았다. 맛깔스러운 사투리 연기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단 4부작으로 제작된 드라마는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큰 화제를 모았고 이는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예전엔 서울말을 쓰려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백희’에선 제가 나고 자란 동네의 사투리로 연기를 했어요. 이렇게 잘 될 줄 몰랐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줘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백희’ 이후엔 뭘 하더라도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그의 말처럼 ‘백희’ 이후 존재감이 빛나기 시작했다. ‘완벽한 아내’에서는 심부름센터의 소장 홍삼규를 맡아 미스터리한 극에서 감초 역할을 했고 ‘란제리 소녀시대’에서는 권위적인 선생님 오만상 역을 맡아 밉상 매력과 의외의 따뜻함을 동시에 보여줬다.
“알게 모르게 내공이 쌓인 걸까요. 한 우물을 파니까 조금 늦어어서 그렇지 되긴 되더라고요. 아버지가 항상 ‘한 우물만 파라’며 용기를 주셨어요. 그렇게 말씀하면서도 위태로운 절 보며 얼마나 불안하셨겠어요. 시작한 일을 진득하게 해내는 것도 중요하고 그를 믿어주는 주변 사람들의 용기도 중요한 것 같아요.”
연기 이전에 인교진은 배우 소이현과 결혼하며 주목받았다. 두 사람은 2014년 10월 결혼했고 현재 26개월, 4개월 된 두 딸을 뒀다. 인교진은 “결혼이 내 인생의 ‘신의 한수’였다”고 자랑했다.
“저, 결혼 정말 잘했죠? 하하.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편인데 아내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덜 받아요. 제가 안정되도록 잘 잡아주죠.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다는 게 행복해요. 두 딸을 키우다 보니 여자를 다치게 하는 못된 역할은 못할 것 같아요.”
인교진은 올해의 목표를 묻자 “조연상을 받고 싶다”고 했다. 두 차례 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던 탓에 갈증이 더욱 커졌다.
“작년에 조연상 후보가 됐다기에 샤워를 하며 혼자 수상 소감을 준비해 봤어요. 고마운 사람들이 생각나고 눈물이 그렇게 나더라고요. 샤워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죠. 하하. KBS 조연상 경쟁에 굉장히 세요. 꼭 한 번 받아보고 싶습니다. 물론 상보다 더 중요한 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고요.”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인교진은 최근 종영한 KBS2 ‘저글러스’에서 활약했다. 드라마는 기업 조직의 상층부를 구성하는 임원들과 그들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여비서들의 이야기다. 인교진은 악하지만 허당 매력을 지닌 YB 광고기획부 조상무 전무 역을 맡아 극에 재미를 더했다.
조상무 전무는 의리보다는 승리, 남보다는 자신이 먼저인 인물이다. 야망 가득한 기회주의자로, 주인공들을 줄기차게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인교진은 특유의 친근함과 유쾌함을 무기로 만화적인 캐릭터를 그려냈다. 악역임에도 밉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감독·작가님이 묘하게 귀여운 구석이 있는 인물을 연기해 달라고 했어요. 캐릭터를 입체감 있게 그려내고 싶어서 대본에 없는 설정들을 넣기도 했죠. 예의 없게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갔고 일부러 과장해서 웃었어요. 제 연기 색을 많이 입힌 캐릭터라 애착이 갑니다.”
드라마 최종회에서 조상무 전무는 부정과 비리 등이 밝혀져 옥살이를 했다. 성공에 눈이 멀었던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시종일관 코믹한 모습을 보이던 그가 진심으로 쏟아내는 눈물에 보는 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최근에 코믹한 성향의 캐릭터를 자주 맡았잖아요. 눈물 연기를 안 한지 너무 오래돼서 걱정을 많이 했죠. 그래서 마지막 눈물 연기에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이 정도면 납득할 만하다’ 싶어서 만족했습니다. 드라마 종영 이후에 감옥 신을 몇 번이나 돌려봤게요. 하하.”
인교진은 ‘저글러스’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얻었다는 호평에 쑥스러운 듯 웃었다. “사실 댓글도 자주 챙겨본다”며 “‘드라마에 인교진 지분 30%’라는 댓글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고 털어놨다.
“지겹지 않느냐고 되레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요. 전혀요. ‘인교진스럽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그만큼 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부산에 거의 도착했다는데 굳이 서울로 유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부산을 충분히 즐기다 보면 또 천천히 돌아갈 날이 오겠죠. 비슷하게 보여도 캐릭터들의 직업이나 살아온 환경 등이 다르니 새롭게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답니다. 물론 항상 범인이었기 때문에 범인 잡는 형사도 해보고 싶고 멜로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하하.”
그는 2000년 MBC 29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단역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주목받지 못하자 20대 초반의 패기는 사라졌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예명으로 활동을 한 적도 있고 드라마 ‘얼마나 좋길래’(2006) 종영 후엔 미국으로 도피한 적도 있다.
“공허함이 심했어요. 미국으로 떠난 친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곤 120만 원짜리 티켓을 사서 무작정 떠났죠. 한국에서의 생활은 다 접고 미국에서 새 출발을 하려고 했어요.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한국에 있던 매니저 형에게 두 달 전에 봤던 영화 ‘신기전’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얘길 들었죠. 미국에 간지 한 달 만에 고민 없이 돌아왔습니다. 하하.”
다시 돌아왔지만 활약은 미비했다. 능력이 없다고 그는 자책했다. 그러던 중 ‘백희’를 만났다. 이 작품에서 인교진은 섬월도에서 한우 농가를 하는 홍두식 역을 맡았다. 맛깔스러운 사투리 연기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단 4부작으로 제작된 드라마는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큰 화제를 모았고 이는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
“예전엔 서울말을 쓰려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백희’에선 제가 나고 자란 동네의 사투리로 연기를 했어요. 이렇게 잘 될 줄 몰랐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줘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백희’ 이후엔 뭘 하더라도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그의 말처럼 ‘백희’ 이후 존재감이 빛나기 시작했다. ‘완벽한 아내’에서는 심부름센터의 소장 홍삼규를 맡아 미스터리한 극에서 감초 역할을 했고 ‘란제리 소녀시대’에서는 권위적인 선생님 오만상 역을 맡아 밉상 매력과 의외의 따뜻함을 동시에 보여줬다.
“알게 모르게 내공이 쌓인 걸까요. 한 우물을 파니까 조금 늦어어서 그렇지 되긴 되더라고요. 아버지가 항상 ‘한 우물만 파라’며 용기를 주셨어요. 그렇게 말씀하면서도 위태로운 절 보며 얼마나 불안하셨겠어요. 시작한 일을 진득하게 해내는 것도 중요하고 그를 믿어주는 주변 사람들의 용기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저, 결혼 정말 잘했죠? 하하.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편인데 아내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덜 받아요. 제가 안정되도록 잘 잡아주죠.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다는 게 행복해요. 두 딸을 키우다 보니 여자를 다치게 하는 못된 역할은 못할 것 같아요.”
인교진은 올해의 목표를 묻자 “조연상을 받고 싶다”고 했다. 두 차례 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던 탓에 갈증이 더욱 커졌다.
“작년에 조연상 후보가 됐다기에 샤워를 하며 혼자 수상 소감을 준비해 봤어요. 고마운 사람들이 생각나고 눈물이 그렇게 나더라고요. 샤워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죠. 하하. KBS 조연상 경쟁에 굉장히 세요. 꼭 한 번 받아보고 싶습니다. 물론 상보다 더 중요한 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고요.”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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