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론셀은 고향에 돌아오던 날 상점에 간다. 어머니와 동생들에게 귀향 선물을 사주려던 것이다. 고작 설탕과 사탕 막대기 정도인데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인 파피(조나단 뱅스)를 만나 봉변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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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두 가족이 나온다. 제이미의 가족은 농장을 꾸려보겠다는 헨리의 고집으로 멤피스 시에서 미시시피주 델타로 옮겨오긴 했지만 낭만과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헨리의 아버지 파피는 매사에 불평불만이 가득한 가부장적인 인물이고 농사일에 대한 준비 없이 이주해온 헨리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지칠 대로 지쳐 있다. 헨리의 부인 로라(케리 멜리건)는 험한 환경에서 두 딸을 키우면서 시아버지나 남편보다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시동생 제이미에게 더 의지한다. 비록 농장주이긴 하지만 안으로부터 심각하게 병들어 있는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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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의 문제의식을 끌어낸다. 론셀이 입대하는 날과 전쟁이 끝나 돌아오던 날을 주목해 보면 이들 가족이 얼마나 끈끈한 연대의식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콩가루 헨리네 가족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아무리 큰 부상을 입어 생계가 막막할지라도, 아무리 플로렌스가 야밤에 차출되어 자식들보다 주인집 아기들을 돌보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아무리 론셀이 혀가 잘린 채 처참하게 실려 돌아올지라도 튼튼한 가족애를 끊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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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미시시피를 떠나고 나서야 드디어 마음에 평화를 찾는다. 제이미는 도시로, 론셀은 사랑하는 여인이 기다리는 벨기에로 돌아가야만 했다. 두 사람은 어차피 농사일이나 인종차별 따위에 속하는 자들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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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족을 교차 서술하고 전쟁이 시작하기 전부터 전쟁과 전쟁 후까지 꽤 길게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연결고리를 튼튼하게 만들어 어색하지 않았다.
특히 눈이 나빠 낮에는 언제나 선글라스를 끼고 다녀야 하는 플로렌스의 상징성과 힘은 없지만 늘 옳은 생각을 하는 로라가 주는 안락함. 플로렌스와 로라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의 참여자이자 증인으로 내레이션을 담당하며 그녀들의 차분한 목소리는 영화가 갖는 서사에 힘을 보태준다. 그리고 흑인 영가를 유도하는 햅의 설교는 활력에 넘친다. 그의 설교 일부분을 옮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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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식(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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