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1990년생인 김태리에게 영화 ‘1987’에서 맡은 87학번 신입생 연희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30년 전 연희의 마음은 지금 김태리가 느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인물 모두 희망 없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세상이 바뀔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사가 말했고 2016년 촛불집회가 보여줬다. 한 명, 한 명이 모인 광장은 큰 힘을 발휘했고 희망의 불을 밝혔다. 연희와 김태리는 광장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김태리가 ‘1987’에서 연기한 연희는 당시 가장 보편적인 시민의 모습을 대변한다. 권력이 부당한 것도 잘 알고 그에 맞서는 이들의 선택이 옳다는 것 또한 알지만 저항했던 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잘 알기에 침묵에 동조한다. 하지만 삼촌 한병용(유해진)과 운명적으로 만난 한 남자(강동원)를 통해 갈등을 겪게 된다.
“연희랑 저랑 맞닿은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본 다음 작은 믿음이 생겼죠. 나라가 엉망이 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길은 우리한테 있구나’라는 희망이요. 사실 전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있다면 우리사회는 디스토피아라고 생각했거든요.”
김태리는 지난해 연말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용기나 사명감을 갖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광장에서 다양한 세대들을 마주했고 부정적인 생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광장에서 어른들이 연설하는 것보단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에 집중했어요.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들, 그 부모들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우리가 가진 힘을 광화문 광장에서 확인했어요.”
김태리는 광화문을 통해 1987년을 간접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연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깊은 역사공부가 필요했다.
“1987년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어요. 개요부터 시작해서 어떤 게 원인이었는지 무슨 사건들이 발생했는지 공부했죠. 팟캐스트나 영상을 통해서도 접했고요. 무엇보다도 당시를 겪었던 선배 배우들과 감독이 해주는 말들을 많이 참고했죠. 학생 때 공부하던 거랑은 느낌이 많이 달랐어요.”
영화에서 연희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된다. 스무살, 한창 멋 내고 즐길 나이에 시대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고민에 빠진다. 실제 김태리의 신입생 땐 어떤 모습이었을까.
“제가 신입생일 때는 고민이란 게 없었죠. 사실 어떤 고민을 하고 살았는지 기억은 나진 않지만 조금 더 가벼웠던 것 같아요. 교복을 벗고 새로운 세상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그런 느낌이었죠. 어딘가에 구속되기 싫은 신입생 생활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연극 동아리를 시작했는데 연기에 구속돼버렸죠. 하하.”
대학생 때 연기를 접한 김태리는 2016년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데뷔작 하나로 신인여우상을 휩쓸었고 그를 향한 시선과 기대감은 1년 만에 확 바뀌었다.
“허탈한 기분이 들었어요. 영화 ‘1987’의 선택 받았을 때 ‘이렇게 쉽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죠. 어떻게 보면 치열함 없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선택 받은 게 큰 복이지만 어색했어요. 너무 쉽게 저를 선택하신 건 아닌지, 또 저는 너무 쉽게 선택 받은 건 아닌지. 그런 생각들이 한동안 저를 괴롭혔죠.”
김태리는 ‘충무로 신데렐라’로 불렸지만 기쁘지만은 않았단다.
“‘아가씨’ 막 끝냈을 땐 부담감이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어요. 당연히 부족하죠. 연기를 계속 할 거기 때문에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비는 시간, 여유 시간이 생기면 그 순간순간에 불안과 공포가 찾아오더라고요.”
힘들었던 속내를 밝히면서도 김태리는 마냥 웃었다. 그는 “부담감이 있지만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면서 즐겁게 연기하고 싶다”며 “더 재밌는 현장을 만나고 싶고 연기하는 또래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싶다.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열심히 연기하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두 인물 모두 희망 없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세상이 바뀔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사가 말했고 2016년 촛불집회가 보여줬다. 한 명, 한 명이 모인 광장은 큰 힘을 발휘했고 희망의 불을 밝혔다. 연희와 김태리는 광장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김태리가 ‘1987’에서 연기한 연희는 당시 가장 보편적인 시민의 모습을 대변한다. 권력이 부당한 것도 잘 알고 그에 맞서는 이들의 선택이 옳다는 것 또한 알지만 저항했던 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잘 알기에 침묵에 동조한다. 하지만 삼촌 한병용(유해진)과 운명적으로 만난 한 남자(강동원)를 통해 갈등을 겪게 된다.
“연희랑 저랑 맞닿은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본 다음 작은 믿음이 생겼죠. 나라가 엉망이 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길은 우리한테 있구나’라는 희망이요. 사실 전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있다면 우리사회는 디스토피아라고 생각했거든요.”
김태리는 지난해 연말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용기나 사명감을 갖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광장에서 다양한 세대들을 마주했고 부정적인 생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광장에서 어른들이 연설하는 것보단 초등학생, 중고등학생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에 집중했어요.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들, 그 부모들이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우리가 가진 힘을 광화문 광장에서 확인했어요.”
김태리는 광화문을 통해 1987년을 간접적으로 느꼈다. 하지만 연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깊은 역사공부가 필요했다.
“1987년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어요. 개요부터 시작해서 어떤 게 원인이었는지 무슨 사건들이 발생했는지 공부했죠. 팟캐스트나 영상을 통해서도 접했고요. 무엇보다도 당시를 겪었던 선배 배우들과 감독이 해주는 말들을 많이 참고했죠. 학생 때 공부하던 거랑은 느낌이 많이 달랐어요.”
“제가 신입생일 때는 고민이란 게 없었죠. 사실 어떤 고민을 하고 살았는지 기억은 나진 않지만 조금 더 가벼웠던 것 같아요. 교복을 벗고 새로운 세상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그런 느낌이었죠. 어딘가에 구속되기 싫은 신입생 생활을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연극 동아리를 시작했는데 연기에 구속돼버렸죠. 하하.”
대학생 때 연기를 접한 김태리는 2016년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데뷔작 하나로 신인여우상을 휩쓸었고 그를 향한 시선과 기대감은 1년 만에 확 바뀌었다.
“허탈한 기분이 들었어요. 영화 ‘1987’의 선택 받았을 때 ‘이렇게 쉽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죠. 어떻게 보면 치열함 없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선택 받은 게 큰 복이지만 어색했어요. 너무 쉽게 저를 선택하신 건 아닌지, 또 저는 너무 쉽게 선택 받은 건 아닌지. 그런 생각들이 한동안 저를 괴롭혔죠.”
김태리는 ‘충무로 신데렐라’로 불렸지만 기쁘지만은 않았단다.
“‘아가씨’ 막 끝냈을 땐 부담감이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어요. 당연히 부족하죠. 연기를 계속 할 거기 때문에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비는 시간, 여유 시간이 생기면 그 순간순간에 불안과 공포가 찾아오더라고요.”
힘들었던 속내를 밝히면서도 김태리는 마냥 웃었다. 그는 “부담감이 있지만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면서 즐겁게 연기하고 싶다”며 “더 재밌는 현장을 만나고 싶고 연기하는 또래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싶다.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열심히 연기하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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