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화유기’ 포스터(왼쪽)와 문제가 된 CG 사고 장면 / 사진=tvN 제공, ‘화유기’ 2회 방송화면 캡처
‘화유기’ 포스터(왼쪽)와 문제가 된 CG 사고 장면 / 사진=tvN 제공, ‘화유기’ 2회 방송화면 캡처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에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믿기 힘든 방송 지연 및 컴퓨터그래픽(CG) 사고와 제작 스태프 낙상 사고에 tvN은 편성을 두 번이나 변경했다.

‘화유기 사태’의 발단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벌어진 두 차례의 방송 지연 사고였다. 이날 ‘화유기’ 2회는 와이어나 녹색 크로마키 부분이 CG 처리가 되지 않은 채 방송되다가 갑자기 중단됐다. 방송이 두 차례나 지연되는 동안 tvN은 자체 예능과 드라마 예고편을 내보냈다.

‘방송사 내부 사정으로 지연되고 있다. 잠시 후 재개될 예정이다’라고 급하게 띄운 자막만 믿고 ‘화유기’ 2회를 재미있게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tvN에서 무슨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지 다 외웠다’고 불만을 토로했을 정도다. 결국 tvN은 2회를 급히 중단했고, 다음날 ‘요괴라는 특수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마지막 편집까지 최선을 다하다가 지연됐다. 사과 드린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더 큰 문제는 하루 전날 발생한 낙상 사고였다. 지난 23일 경기 용인의 ‘화유기’ 세트장에서 외주사의 의뢰를 받은 용역업체의 소도구 제작 스태프가 새벽에 급하게 불려나가 샹들리에를 달다가 3m 높이의 천장에서 떨어져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스태프의 가족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안전 장비는 아예 없었다. 해당 스태프는 ‘화유기’의 외주업체가 고용한 2차 외주업체의 직원이었다. 스태프의 가족은 “갑이 시키는 일을 을이 어떻게 안 할 수가 있나. ‘화유기’ 제작진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 우리 가족에게 말 한마디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이후 제작진은 “3회는 원래대로 편성되고 4회만 일주일 미뤄 1월 6일 방송된다”는공식 입장을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7일 ‘화유기’ 제작 중단 및 책임 규명 요구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8일 ‘화유기’ 세트장을 방문해 사고 원인과 사후 안전 조치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사건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화유기’ 제작진은 29일 “’화유기’ 3회 편성도 최소 1주일 미룬다. 제작 환경을 보완하기 위함”이라는 공식 입장을 추가로 발표했다. 같은 날 한 매체는 3회 결방에 대해 배우들은 제작진으로부터 전혀 듣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 배우 측 관계자는 텐아시아에 “3회가 결방될 수도 있다는 데 대해 언질은 받았던 상태였다. 4회 결방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배우들도 다급한 상황을 이해하고 인지하고 있다. 제작진의 선택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자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유기’의 정상적 방송을 위해 3회나 4회의 결방 혹은 방연 연기보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원인 진단과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이다. ‘화유기 사태’의 원인은 CG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드라마인데도 일반 드라마처럼 방송 일정을 잡아놓고 무리하게 작업을 몰아부친 제작진의 안이한 태도, 제작 현장에서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 외주업체가 다시 다른 업체에 재하청을 주는 이중 하청구조에서 일어난 불통(不通)과 갑질 문제, 첫 방송 사고 이후 임기응변식의 대응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장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했고 사고의 경중이 어떤지, CG의 현실적인 작업 속도는 어떤지 제작진 내부에서 충분히 소통했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방송이 1주일 연장되든, 그 이상 연장되든 제작 환경 재정비 과정에서 제작진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될 문제다.

‘화유기’ 사태는 tvN 드라마 특유의 참신함과 재미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초유의 사태에 ‘화유기’ 방송 중단을 외치는 시청자들도 있지만 ‘화유기’ 정상화를 바라는 시청자들도 많다. 2회까지 완성본이 보여준 재미와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이다. 대본대로라면 3~4회 이후에는 이야기 전개에 탄력이 붙어 재미가 배가될 참이다.

‘화유기’는 아직도 기대작이다. 대본을 맡은 홍자매의 필력은 2회에서 빛을 발했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탄탄했다. ‘넷플릭스’와 글로벌 판권 계약까지 체결한 만큼 ‘화유기’가 초반의 시련을 딛고 매끄럽고 완성도 높게 종영까지 달려가기를 기대한다. 그러자면 드라마 제작환경의 재정비가 시급하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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