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첫 번째 정규앨범 ‘inside’로 돌아온 가수 양다일 / 사진제공=브랜뉴뮤직
첫 번째 정규앨범 ‘inside’로 돌아온 가수 양다일 / 사진제공=브랜뉴뮤직
2011년 정키의 데뷔곡 ‘잊혀지다’ ‘이토록 뜨거운 순간’에 객원보컬로 참여하며 처음 목소리를 알린 가수가 있다.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내걸고 데뷔한 것은 그로부터 4년이 지나서다. 2015년 데뷔곡 ‘널’을 발표한 뒤 디지털싱글, 미니앨범, OST 등 다양한 형태로 자신만의 감성을 담은 음악들을 선보였다.

오늘(29일) 첫 번째 정규앨범 ‘inside’를 내놓은 싱어송라이터 양다일의 얘기다. 정규앨범을 내기까지 걸린 시간에 대해 양다일은 “때를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대중가수로서 입지를 다지는 시간, 창작자로서 자신의 색깔을 찾는 시간을 거쳐 마침내 “그 때가 왔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색깔로 가득 찬 앨범이 나왔다”고 자신했다.

10. 데뷔 후 첫 번째 정규앨범을 내놓은 소감은?
양다일: 이전에는 앨범을 낼 때마다 압박감이 뒤따랐다. 이번 앨범에는 그런 게 없었다. 성적보다 앨범 자체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가 더 커서 그런 것 같다.

10. 압박감에서 벗어나게 된 이유는?
양다일: 여러 이유가 있다. 그 중 가장 현실적인 것은 먹고 사는 데 여유가 생겨서다. 첫 싱글부터 두 번째 미니앨범을 내기까지는 항상 벅찼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내 음악을 사랑해주신 덕분에 경제적인 부담이 덜어졌다. 또 전에 신곡을 냈을 때는 한 시간마다 음원 차트 순위를 확인했다. 어느 순간 그게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았다. 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찾아서 들어주니까.

10. 성적에 민감했나?
양다일: 심하게 민감했다. 유복하지 않았던 집안 환경 때문에 과거에는 음악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예전에는 공장처럼 틀어박혀 말 그대로 음악을 ‘작업’했다. 음악이 발표되면 성적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확인하고…. 물론 지금도 음악이 내 생계 수단이지만 그때보다는 좀 더 즐기게 됐다.

10. 데뷔 3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정규앨범이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양다일: 실제로 앨범을 작업한 기간은 7~8개월 정도다. 작년에도 여러 곡을 만들었는데 쪼개서 싱글과 미니앨범으로 발매했다. 정규앨범을 내기까지 내적 갈등이 많았다. ‘지금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다 작년에 두 번째 미니앨범을 내놨을 때쯤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올해 초부터 정규앨범 작업에 들어갔다.

10. 확신이 든 계기는 무엇인가?
양다일: ‘양다일의 색깔’이 뚜렷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름대로 가수로서의 입지도 다졌고 활동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아쉬웠던 점들도 확실히 깨우쳤다. 또 ‘양다일의 정규앨범’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어느 정도 생긴 뒤 내고 싶었는데 그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10. 이번 앨범에 담긴 ‘양다일의 색깔’은?
양다일: 그동안 나의 내면적인 고민, 어두운 감성을 좋아했던 분들은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앨범은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 안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가사를 통해 나만의 감성을 오롯이 표현하고자 했다.

10. 결과물에 만족하나?
양다일: 여태 낸 모든 앨범 중에서 가장 만족하는 앨범이다. 완성도도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10. 왜 사랑인가?
양다일: 사람은 여러 감정을 갖고 있다. 일, 인간관계, 그리고 사랑. 특히 사랑과 이별 안에서는 여러 감정이 오간다. 누구와 사랑하다 이별하고 나면 충격적일 정도로 다중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원망하다가 그리워하다가, 또 시간이 오래 지나면 원망도 그리움도 아닌 아련함만 남는다. 그런 내면의 감정들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래서 앨범의 제목도 ‘inside’다.

10. 수록곡 대다수가 이별 후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 사이에 ‘inside’ ‘착각’ ‘또라이’와 같이 설렘을 담은 곡들이 배치됐는데 트랙 순서에 의미가 있나?
양다일: 수록된 곡들 사이에 시간의 흐름이 분명 존재하지만 앨범에 실을 때는 이를 뒤섞었다. 비슷한 느낌의 노래가 계속 이어질 때 듣는 이가 느낄 피로를 줄이기 위해서다.

10. 타이틀곡 ‘미안해’는 정키가 작곡했는데.
양다일: 이번 앨범을 위해 스케치까지 포함해서 70~80개 곡들을 만들었다. 그 중에 추리고 추려서 열곡을 정했다. 그리고 정키 형에게 들고 갔다. 제일 친한 형이라서 이전에도 앨범을 만들면 정키 형에게 가장 먼저 들려줬다. 지난 앨범 때 형이 “나는 다 좋은데 네가 좀 더 너를 내려놓고 대중적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랬는데 이번에는 “내가 말한 방향대로 오긴 왔는데 너무 왔다”고 하는 거다.(웃음) 형이 “확실한 타이틀곡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나머지 수록곡들도 설득력을 가질 것 같다”고 하길래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정키 형은 물론 형이 속한 소속사의 다른 작곡가들까지 다함께 ‘미안해’를 만들어줬다. 녹음까지 마치고 사람들에게 들려주니 모두가 “이게 타이틀감”이라고 했다.(웃음)

양다일은 자유로운 작업 환경을 보장해주는 소속사에 고맙다고 했다. / 사진제공=브랜뉴뮤직
양다일은 자유로운 작업 환경을 보장해주는 소속사에 고맙다고 했다. / 사진제공=브랜뉴뮤직
10. 이번 앨범에 대해 소속사 브랜뉴뮤직의 대표 프로듀서 라이머의 반응은 어땠나?
양다일: 알다시피 우리 회사는 힙합을 한다. 반면 나는 R&B 가수이기 때문에 작업에 있어 자유롭다. 대표님에게는 올해 초에 “저 정규앨범 만들게요”라고 한 마디만 했다.(웃음) 대표님이 6개월을 기다리다 “언제 들려줄 거냐”고 물었다. 그 뒤로 한 달에 한 번씩 연락해서 앨범의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앨범이 전부 완성된 10월에 최종적으로 들려주고 함께 구체적인 사안들을 정리했다.

10. 작업 환경이 자유로운 만큼 책임도 따를 텐데.
양다일: 물론이다. 그렇지만 그 덕분에 양다일이라는 가수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개 회사들처럼 일정한 시스템과 주기에 따라 관여 받으며 앨범을 만들었다면 내가 지금처럼 음악을 할 수 있었을까?(웃음) 오히려 회사에 고맙다.

10. 곡을 작업하는 속도는 빠른 편인가?
양다일: 그렇다. 어떤 감성에 딱 꽂히면 곡은 빨리 나온다. 편곡을 제외하고 한 곡을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은 두 시간 정도? 나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작곡가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10.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
양다일: 시집이나 수필집도 읽고 영화도 많이 본다. 어떤 문구나 어휘에 꽂히면 거기에 내 경험, 내 이야기를 떠올리며 보태는 식이다.

10. 이번 앨범 수록곡 중에서 ‘꽂히는’ 데 오래 걸린 곡은?
양다일: 7번 트랙 ‘또라이’다. 가이드까지 다 녹음을 마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가사가 안 떠오르는 거다. 보다 밝은 느낌, 사랑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내가 많이 다뤄보지 않은 주제라 벽에 부딪혔다. 그러던 어느 날 영화 ‘바닐라 스카이’(2001, 감독 카메론 크로우)를 봤다. 여자 주인공인 페넬로페 크루즈(소피아 세라노 역)가 참 사랑스러웠다. 범상치 않은 성격을 가졌는데 기본적인 예의는 잘 지키는 캐릭터였다. 그를 보고 쓴 가사가 ‘또라이’다. 두 달 동안 못 쓰고 있던 가사를 1분 만에 절반이나 썼다.(웃음)

10. 가장 애착이 가는 곡과 이유는?
양다일: ‘잘 지내고 있는 거니’. 오랜 시간 만난 연인과 헤어지고 난 뒤의 시점을 표현한 노래다. 그렇게 오래 만났는데 헤어지고 나서 연락 한 번을 안 한 사이. 나도 참 독한 놈인데, 너도 참 독한 애구나… 그런 마음을 가사로 표현했다. 곡을 쓰면서 그 감정에 많이 취해 있었다.

10. 연애 경험이 많아 보이는데.(웃음)
양다일: 많지도, 적지도 않다. 적당한 것 같다.(웃음) 그냥 다양한 방식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고 또 주기도 했다.

10. 앨범에 다른 가수가 피처링한 곡이 하나도 없는데 이유가 있나?
양다일: 이전까지는 꼭 피처링 곡을 넣었다. 그런데 ‘inside’는 양다일이라는 아티스트의 역사에 기록될 첫 번째 정규앨범이지 않나. 소비 경향에 따라 싱글앨범이 주로 나오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아티스트를 대표할 수 있는 건 정규앨범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첫 번째 앨범이기에 오롯이 ‘나’로만 채우고 싶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양다일로 가득하기를 바랐다.

10. 이번 앨범으로 전하고 싶었던 것은?
양다일: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슬플 때 슬픈 노래를 들으면 더 나락으로 빠지잖나. 나는 그렇다. 한편으로 우울할 때 우울한 걸 보면서 은연중에 위로받기도 한다. 스스로 내 아픔에 대해 시원하게 털어놓지 못할 때 비슷한 이야기의 노래나 영화가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앨범이 그런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 앨범에 표현된 감성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많다면 나 역시 이때의 내 감정이 틀린 게 아니라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앨범 자체가 참 좋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양다일 / 사진제공=브랜뉴뮤직
“앨범 자체가 참 좋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양다일 / 사진제공=브랜뉴뮤직
10. 듣고 싶은 칭찬이 있다면?
양다일: 노래를 잘한다는 말은 오히려 부담스럽다. 식은땀이 날 정도다.(웃음) 특히 행사를 앞두고 그런 칭찬을 듣거나 댓글을 보면 왠지 공연장에 그걸 쓴 사람이 있을 것 같고, 그래서 더 잘 불러야 한다는 부담감에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나는 노래를 엄청나게 잘하는 가수는 아니다. 대신 가사를 전부 내가 쓰기 때문에 가사가 좋다는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다. “양다일의 앨범 자체가 참 좋다”는 말을 들으면 더 좋겠고.(웃음)

10. ‘노래를 엄청나게 잘하는 가수가 아니’라고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텐데.
양다일: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목소리 때문이 아닐까. 목소리는 내가 들어도 좋다.(웃음) 어머니도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셨다고 들었다. 또 미술을 전공한 아버지에게서 예술적인 감각도 물려받은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만화가가 꿈이었다.(웃음)

10. 아직도 만화가를 꿈꾸나?
양다일: 웹툰이 활성화되고부터는 웹툰 작가가 꿈이 됐다.(웃음) 원래 올해 웹툰을 그리고 싶었다. 장황하게 스토리도 다 써 놨다. 사랑 이야기도 있고 SF물도 있다. 만약 웹툰 작가로 활동하게 된다면 본명이 아닌 새로운 이름을 쓸 생각이다. ‘양다일’이라는 이름이 일종의 편법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웃음) 언젠가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웹툰을 꼭 그려보고 싶다.

10.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없나?
양다일: 에세이는 내가 조금 더 많이 느끼고 겪어본 다음에 쓰고 싶다. 20대의 내가 쓰는 에세이는 나중에 봤을 때 좀 창피할 것 같다.(웃음) 나이가 들면서 기분과 감정, 또는 사랑과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도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서른이나 마흔 즈음에 써보고 싶다.

10. 새해가 밝으면 27살이 되는데,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기분은 어떤가?
양다일: 아직은 나이에 대한 압박감이나 부담이 없다. 내후년에 28살이 되면 들 것 같다. 서른이 더 가까워질 때.(웃음) 아직은 안정권이다.

10. 어릴 때 꿈꾼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얼마큼 닮았나?
양다일: 전혀 다르다. 누구나 그렇듯이 어릴 때는 어른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사랑이, 관계가 이렇게 힘든 건 줄 몰랐다. 특히 20대인 지금 관계의 어려움에 크게 직면할 일이 많았다. 직업도 다르다. 초등학생 때는 장래희망에 ‘좋은 아빠’라고 적었다.(웃음) 이렇게 화려한 직업을 갖고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니… 행복하다.

10. 2017년은 어떤 해였나?
양다일: 행복했지만 다른 때보다 조금 더 힘들었던 해기도 하다. 전보다 나아진 삶, 윤택해진 삶은 행복했는데 그로 인해 새로 부딪혀야 했던 문제들 때문에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10. 2018년은 어떤 한 해가 되기를 바라나?
양다일: 마냥 행복했으면 좋겠다,(웃음)

10.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양다일: 모두가 서로를 다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어렵다. 심지어 부모님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하는 때가 있지 않나. 그게 너무 안타깝다. 부디 내년에는 서로 이해하고 이해받는 한 해가 되기를….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