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흑기사’ 포스터 / 사진제공=n.CH Ent
KBS2 ‘흑기사’ 포스터 / 사진제공=n.CH Ent
절절한 로맨스에 유쾌한 코미디, 충격을 선사하는 미스터리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오피스 얘기까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다양한 반찬들이 한 식탁에 펼쳐진 격이다. 아이러니하다. 보기도 좋고 맛도 좋다.

KBS2 수목드라마 ‘흑기사’가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28일 8회가 13.2%를 기록했다. 적수 없는 수목극 1위다.

‘흑기사’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위험한 운명을 받아들인 순정파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전생에서부터 인연이 이어진 문수호(김래원)와 정해라(신세경)을 주축으로, 전생에 두 사람에게 지은 죄로 인해 불로불사의 벌을 받고 있는 베키(장미희)와 샤론(서지혜)이 주인공 라인업을 완성했다.

‘흑기사’는 한 단어로 규정하기 힘들다. 애초 방송사 측은 ‘판타지 로맨스’라고 알렸다. 하지만 뜨거운 멜로는 기본이고 유쾌한 로맨틱코미디, 미스터리에 판타지, 오피스드라마까지 한 데 모았다.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음에도 드라마의 복합장르적 성격이 ‘흑기사’의 흥행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살았지만 운이 따르기 시작하며 모든 것을 다 갖게 된 문수호. 그런 그가 정해라 앞에선 모든 걸 내려놓고 자신의 마음을 직진으로 표현한다. 매 회 “앞에 있는 남자, 가슴이 뜁니다” “내가 너 좋아하니까” 등의 대사는 ‘심쿵 어록’으로 불리며 온라인에서 화제다.

정해라와 전 남자친구 최지훈(김현준)의 만남은 웃음을 유발한다. 앞서 최지훈은 검사라고 거짓말했다가 들킨 뒤 정해라를 냉정한 말로 차버렸다. 이제 와서 “사랑을 늦게 깨달았다”는 찌질한 모습과 그에게 살벌하게 욕하거나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선물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정해라의 티격태격은 톰과 제리처럼 그려져 재밌다.

KBS2 ‘흑기사’ 스틸 / 사진=방송 화면 캡처
KBS2 ‘흑기사’ 스틸 / 사진=방송 화면 캡처
드라마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흑기사’식 유머가 터져 나와 재미를 더한다. 문수호에 대한 집착에 눈이 먼 샤론이 정해라로 변신하며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베키의 말대로 “200년을 살고도 철이 안 든” 그의 허당기는 웃음을 유발한다. 양장점 직원에게 “네가 더 예뻐”라는 말을 듣기 위해 노력했고 문수호의 마음을 돌리고자 정해라의 얼굴을 하고 길에 침을 뱉거나 포장마차에 드러눕기도 했다.

그럼에도 샤론과 베키의 존재는 여전히 미스터리하다. 두 사람의 몸엔 고통스러운 문신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샤론은 악행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회차에선 문수호로 변신해 정해라 앞에 나타나며 긴장을 더했다.

로맨스를 중심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의 직업은 큰 관전 포인트가 아니다. 그러나 ‘흑기사’는 여행사 직원으로서 정해라의 모습도 꽤 심도 있게 보여주며 재미를 더한다. 제 안위가 우선인 이기적인 본부장(김결)을 구슬리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고 분투하는 정해라의 모습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자아내기에도 충분했다.

‘흑기사’는 로맨스에만 치중하지 않았다. 이 다채로운 상황을 이질감 없이 담아내는 섬세한 연출과 극과 극의 분위기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호연은 매회 호평을 얻고 있다. 지난 6일 첫 회 방송에서 6.9%를 기록하며 무난하게 출발했던 ‘흑기사’다. 반환점을 돌기까지 쉼 없이 상승세를 이어왔기에 후반부가 더욱 기대된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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