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극본 유보라, 연출 김지원, 이하 ‘그사이’)가 명장면과 명대사를 쏟아내며 시청자들의 가슴에 스며들고 있다.
내공 탄탄한 배우들과 눈과 귀를 사로잡을 제작진의 합류로 기대를 모았던 ‘그사이’는 첫 방송부터 진짜 멜로의 저력을 선보였다. 상처를 묵묵히 이겨내며 살아가는 강두(이준호)와 문수(원진아)의 일상이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특히 서로에게 서서히 물들어 가는 과정은 설렘 지수를 높였다. 김진원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유보라 작가의 따뜻한 온기가 묻어나는 필력, 캐릭터에 몰입한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지며 명장면과 명대사도 쏟아졌다. 시청자들의 감성을 깨운 명장면&명대사를 짚어봤다.
◆ 상처 입은 두 남녀 이준호X원진아, 세상을 향한 분노 표출
‘그사이’는 쇼핑몰 붕괴사고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강두와 문수의 일상을 그려냈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다고 상처가 아문 것은 아니었다. 붕괴된 터에 들어서는 바이오타운은 그런 두 사람의 상처를 다시 건드렸다. 누군가에게는 48명밖에 안 죽어서 다행이라며 안도의 기억으로 남아있고, 사망자의 이름만 새겨 넣은 추모비로 흔적을 덮고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 할 사고지만 강두와 문수에게는 여전히 진행형의 삶이었다. 동이 틀 때까지 추모비를 부수며 분노하는 강두와 쇼핑몰 모형을 부수는 문수의 서로 다른 표출 방식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시선, 그 ‘사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생각할 지점을 던진 명장면이었다.
◆ 남겨진 이들의 진심 “불행 중 다행 같은 건 없다. 불행은, 그냥 불행한 거야”
쇼핑몰 붕괴 현장에서 문수는 극적으로 구조돼 살아남았지만 동생 연수는 돌아오지 못했다. “너라도 살아서 다행이다”는 아버지 동철(안내상)의 말은 위로이자 안도였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 같은 건 없다. 불행은 그냥 불행한 거다”라는 문수의 내레이션은 남겨진 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대변했다. 사고 후 10여년이 흘렀지만 동생 연수를 두고 자리를 떠났다는 죄책감에 늘 끝이 똑같은 꿈을 꾸는 문수, 술과 악다구니로 자신을 괴롭히며 딸의 죽음을 잊지 않으려는 윤옥, 가족의 곁을 떠나 겉도는 동철의 상처는 그대로였다. 이들의 씻을 수 없는 상처는 사고 전에 누렸던 일상적인 행복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일상을 견디며 살아가야하는 이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이 문수의 담담한 목소리로 전해지며 시청자들의 가슴에 더욱 날카롭게 박혔다.
◆ 같은 상처 간직한 이준호X원진아, 심장이 먼저 반응한 운명적 빗속 만남
밀린 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자리를 잃게 된 강두는 물류센터 관리에게 시비를 걸다가 흠씬 두들겨 맞았다. 쏟아지는 빗속 외진 골목에 쓰러져 정신을 잃어가는 강두를 발견한 사람은 문수였다. 피투성이가 된 강두에게 두렵고 떨리는 손길로 다가가는 문수의 손목을 강두가 잡아채며 뜨겁고 긴장되는 눈빛이 부딪쳤다. 대사 없이 눈빛만으로 절박함을 드러낸 이준호와 떨림을 고스란히 전하는 원진아의 연기력이 더해져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이 더욱 강렬하게 시청자들에게 와 닿았다. 과거 붕괴 사고 현장에 함께 있었던 두 사람의 인연이 운명처럼 다시 얽히는 순간이기도 했던 빗속 만남은 앞으로 강두와 문수가 보여줄 멜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이준호X나문희 “미치지 않고 어떻게 살아, 이 미친 세상을”
사고 후유증으로 진통제를 달고 살아야 하는 강두와 그런 강두에게 약을 파는 할머니(나문희)의 케미는 투박하지만 따뜻한 위로를 전했다. 강두는 어머니의 제사를 지내고 공허하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려 할머니를 불러냈다. 몸이 안 좋은 할머니에게 운동이라도 시켜주려 일부러 불러낸 강두와, 투덜대면서도 약을 건네며 그의 상태를 걱정하는 할머니의 세심한 배려에서 두 사람이 함께한 세월 동안 쌓인 깊은 정이 느껴졌다. 온기를 나누듯 나란히 앉아 담배를 피우는 강두와 할머니의 뒷모습은 존재만으로도 서로 위안이 되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줬다. 뒷모습뿐이었지만 두 사람이 짊어진 삶의 무게까지 느낄 수 있어 긴 여운을 남겼다.
◆ 원진아의 가슴 저릿한 오열 “죽으려면 말하고 죽어, 나 무섭다고”
아픔을 속으로 삭이고 감내하는 데 익숙한 문수가 뜨거운 감정을 토해내며 오열하던 장면은 먹먹함을 안겼다. 자신을 망가뜨리며 살아가는 엄마가 버겁지만 그런 엄마마저 자신을 떠나가 버릴까 두려운 문수는 “죽으려면 나한테 말하고 죽어. 약속해. 나, 무섭다고”라며 울었다. 문수와 윤옥 모녀는 때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삶을 버티는 가장 큰 의지가 돼 주는 관계. 문수는 엄마가 아픈 게 낫겠다며 모진 말을 했지만 그 안에는 엄마에 대한 애틋함이 담겨있었다. 특히 두려움과 걱정, 긴장이 풀린 후의 허탈과 분노, 슬픔까지 복합적인 감정의 결을 생생하게 살린 원진아의 오열 연기는 문수 그 자체의 감정을 전하며 눈시울을 뜨겁게 만을었다.
지난 방송에서는 쇼핑몰 붕괴 부지에 세워지는 바이오타운 건설을 매개로 강두와 문수, 주원(이기우)과 유진(강한나)까지 운명처럼 모이게 됐다. 네 사람 사이에 서로 다른 감정들이 싹트기 시작하고 과거의 인연과 현재의 아픔이 선명히 드러나면서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1시 방송된다.
최정민 인턴기자 mmm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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