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미영 시나리오 작가]
언니 추천으로 ‘러빙 빈센트’를 본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한껏 들뜬 목소리로 필자에게 테오 같은 동생이 되어 주겠노라 했다. 영혼의 교감보다 경제적인 후원이 솔깃한 필자는 매달 정기적인 후원을 약속하라고 했다. 동생과 농으로 주고받는 대화 속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글쟁이에게 필요한 후원이란 무엇일까. 굳이 찾자면 물감쯤에 해당하는 프린터 카트리지, 몸과 영혼을 각성시키는 커피, 그리고 “당신의 글이 읽고 싶다”는 따끈한 말 한마디.
2002년 일본에서 체류하던 시절 ‘고흐전’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우연이었다. 근처를 지나는 길에 발견한 미술관이었다. 그곳에서 교과서나 화집으로 익숙했던 고흐의 그림을 마주했는데 낯설었다. 낯설음도 잠시, 어느새 고흐가 그려낸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그려낸 인물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책을 읽고 영화를 봐야만 가능했던 경험을 하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는 필자처럼, 아니 필자보다 훨씬 더 길게, 깊게 고흐와 교감한 많은 화가들이 참여한 영화다. 그들은 견우와 직녀를 이어주는 오작교처럼 관객과 고흐 사이를 붓으로 이어줬다. 물론 더할 나위 없는 고흐의 작품과 밑그림 역할을 한 배우들의 호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빈센트 반 고흐는 29세에 첫 소설을 쓴 후 매일 새벽 4시마다 소설을 쓰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닮았다. 그 역시 비슷한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후 8년 동안 800점을 그렸다. 화가와 소설가로서 두 사람의 지구력은 경탄을 자아낸다. 물론 고흐는 생전 단 한 점만이 팔린 굴곡진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의 눈길이 머물렀던 것들마다 뭉클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그림을 남겼다. 그렇게 그는 사라지지 않는, 하나의 빛나는 이름이 되었다.
‘별이 빛나는 밤’이란 말을 들으면 고흐의 그림에 앞서 가수 이문세가 떠오른다. 고교 시절을 라디오 프로인 ‘별이 빛나는 밤에’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 갑갑한 일상을 뛰어넘는 피터팬의 요정가루가 아마 그 당시의 소년소녀 특히 소녀들에게는 별밤이었다.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앞으로 고흐의 이름을 들으면 눈앞에 ‘러빙 빈센트’가 주르륵 흘러내릴 것 같다. 그리고 10대보다 더 세찬 40대를 사는 필자의 하루하루에 고흐의 그림은 각별한 위로가 될 듯싶다. 고흐의 바람처럼 말이다.
영화의 엔딩에도 나온, 고흐가 테오에게 쓴 편지를 덧붙인다.
‘나는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따뜻한 사람이구나… 너의 사랑하는 빈센트가’
[작가 박미영은 영화 ‘하루’ ‘빙우’ ‘허브’의 시나리오, 국악뮤지컬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의 극본,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의 동화를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스토리텔링 입문 강사와 영화진흥위원회의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박미영 시나리오 작가 press@tenasia.co.kr
2002년 일본에서 체류하던 시절 ‘고흐전’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우연이었다. 근처를 지나는 길에 발견한 미술관이었다. 그곳에서 교과서나 화집으로 익숙했던 고흐의 그림을 마주했는데 낯설었다. 낯설음도 잠시, 어느새 고흐가 그려낸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그려낸 인물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책을 읽고 영화를 봐야만 가능했던 경험을 하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는 필자처럼, 아니 필자보다 훨씬 더 길게, 깊게 고흐와 교감한 많은 화가들이 참여한 영화다. 그들은 견우와 직녀를 이어주는 오작교처럼 관객과 고흐 사이를 붓으로 이어줬다. 물론 더할 나위 없는 고흐의 작품과 밑그림 역할을 한 배우들의 호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빈센트 반 고흐는 29세에 첫 소설을 쓴 후 매일 새벽 4시마다 소설을 쓰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닮았다. 그 역시 비슷한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후 8년 동안 800점을 그렸다. 화가와 소설가로서 두 사람의 지구력은 경탄을 자아낸다. 물론 고흐는 생전 단 한 점만이 팔린 굴곡진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의 눈길이 머물렀던 것들마다 뭉클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그림을 남겼다. 그렇게 그는 사라지지 않는, 하나의 빛나는 이름이 되었다.
‘별이 빛나는 밤’이란 말을 들으면 고흐의 그림에 앞서 가수 이문세가 떠오른다. 고교 시절을 라디오 프로인 ‘별이 빛나는 밤에’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 갑갑한 일상을 뛰어넘는 피터팬의 요정가루가 아마 그 당시의 소년소녀 특히 소녀들에게는 별밤이었다.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앞으로 고흐의 이름을 들으면 눈앞에 ‘러빙 빈센트’가 주르륵 흘러내릴 것 같다. 그리고 10대보다 더 세찬 40대를 사는 필자의 하루하루에 고흐의 그림은 각별한 위로가 될 듯싶다. 고흐의 바람처럼 말이다.
영화의 엔딩에도 나온, 고흐가 테오에게 쓴 편지를 덧붙인다.
‘나는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따뜻한 사람이구나… 너의 사랑하는 빈센트가’
[작가 박미영은 영화 ‘하루’ ‘빙우’ ‘허브’의 시나리오, 국악뮤지컬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의 극본,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의 동화를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스토리텔링 입문 강사와 영화진흥위원회의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박미영 시나리오 작가 pres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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