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이승환 전국투어 콘서트 ‘공연의 끝 High End’ 현장 / 사진제공=하늘이엔티
이승환 전국투어 콘서트 ‘공연의 끝 High End’ 현장 / 사진제공=하늘이엔티


시작부터 화끈했다. 날개를 달고 등장한 이승환은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사랑하나요’를 연이어 부르며 초반부터 열기를 끌어올렸다. 지난 1~3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가수 이승환의 전국투어 콘서트 ‘공연의 끝 High End’ 서울 공연. 150여분 동안 이승환은 앵콜곡까지 포함해 모두 26곡을 불렀다. 이승환은 거의 모든 곡마다 다른 무대를 연출했다. ‘공연 장인’이라는 별명답게 섬세하고 세련된 연출로 명실상부한 ‘공연의 끝’을 선보였다.

이승환은 공연 서두에 “공연의 끝’은 콘서트팀에서 자극적이어야 한다며 지은 이름인데 저는 노래나 하겠습니다”라는 화끈한 멘트로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다. ‘덩크슛’을 부를 때는 천장에서 동그란 조명들이 내려와 환상적이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붉은 낙타’에서는 역발상이 돋보였다. 이승환 앞으로 바다와 산을 역동적으로 가로지르는 반투명한 화면이 세워졌고 그 뒤에서 이승환이 ‘붉은 낙타’를 불렀다.

‘슈퍼히어로’를 부를 때는 슈퍼히어로를 형상화한 거대한 피규어 상이 무대 중앙에 세워졌다. 고조된 열기에 관객들도 뛰면서 ‘슈퍼히어로’를 즐겼다. 움직이는 전구가 또다시 천장에서 내려왔다. 이승환이 곡의 말미에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청춘”이러고 외치자 사람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가족’에서 ‘사랑해요 고마워요’라는 후렴구가 나오자 관객들이 종이 비행기를 날리며 장관을 연출했다. 관객들은 코러스가 끝날 때까지 몇 번씩이고 비행기를 날리며 이 순간을 즐겼다.

이승환의 무대 매너 또한 신선했다. ‘그대가 그대를’을 부를 때 이승환은 스탠딩 마이크를 잡고 360도로 돌며 화려함의 끝을 보여줬다.

스탠딩마이크를 자유자재로 회전하며 눈길을 사로잡은 가수 이승환 / 사진제공=하늘이엔티
스탠딩마이크를 자유자재로 회전하며 눈길을 사로잡은 가수 이승환 / 사진제공=하늘이엔티
이승환의 절묘한 분위기 전환은 왜 그가 ‘공연의 신’인지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승환은 애절하고 포근한 느낌으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던 ‘가족’ 다음에는 몽환적이고 슬픈 분위기의 ‘사랑일 뿐이야’를 불렀다. 이때 이승환은 진성과 가성에 따라 두 개의 마이크를 번갈아 사용해 최고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승환을 ‘과잉 칭송’하는 영상은 웃음을 자아냈다. ‘과잉 진지, 과잉 칭송의 영상이니 프로불편러는 주의하시라’는 재치있는 멘트로 시작한 영상은 그간 이승환이 걸어온 길과 허구를 적절히 섞어 이승환의 다음 무대를 기다리는 대기 시간이 훌쩍 지나가도록 만들었다. “‘돈의 신’이라는 노래로 인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는 멘트로 영상이 마무리되자 곧바로 이승환은 ‘돈의 신’을 불렀다.

이승환은 머니건을 들고 지폐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일어나 흥겨운 분위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이승환은 돈 그림이 그려진 단상 위에 올라 마이크 세 개를 번갈아 가며 노래를 불렀다. 원색의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이미지를 반갈아 사용한 영상이 어우러져 화려함을 더했다.

‘돈의 신'(위)과 ‘지(GEE)’를 부르고 있는 가수 이승환 / 사진제공=하늘이엔티
‘돈의 신'(위)과 ‘지(GEE)’를 부르고 있는 가수 이승환 / 사진제공=하늘이엔티
이날 공연의 백미는 이승환과 세션이 편곡한 소녀시대 ‘GEE’와 Mnet ‘프로듀스101 시즌2’ 배경음악 편곡 부분이었다. 이승환은 ‘GEE’를 록밴드 음악으로 재해석해 들려줬다. 기타리스트도 보컬로 참여해 흥을 더했다. 래퍼들의 등장은 ‘신의 한 수’였다.

‘프로듀스101 시즌2’ 배경음악 편곡을 보여줄 때는 ‘오늘밤 주인공은’이라는 외침과 함께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 드러머 등에게 차례로 조명을 비추며 솔로 연주를 선사했다. 두 명의 기타리스트는 무대 단상에 차례로 올라 경연하듯 연주하는 색다른 모습을 연출했다. 신선했다. 드러머의 솔로 연주도 강렬했다.

데뷔 28년을 맞은 이승환인 만큼 오래된 팬들이 많았지만 ‘공연의 끝’은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콘서트였다. 실제로 공연장에는 혼공족(혼자 공연을 보러 온 사람)도 꽤 많이 보였다. 커플이나 부부, 부모님 또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까지 관객은 다양했다.

이승환의 전국투어 콘서트 ‘공연의 끝: High End’는 오는 9~10일 수원, 16일 부산, 23일 광주, 25일 부천, 30~31일 대구로 이어진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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