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옥’은 저에게 도전이었어요. 첫 누아르였죠.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주저하기도 했지만 해보니까 색다른 맛이 있더라고요.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가면서 많이 의지했어요. 재밌는 작업이었습니다.”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미옥’(감독 이안규)에서 임상훈 역을 맡아 열연한 이선균이 이같이 말했다. 극중 임상훈은 조직의 언더보스 나현정(김혜수)을 위해 해결사가 된 인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결핍과 콤플렉스로 똘똘 뭉쳤다.
“인물들의 관계와 엇갈린 감정, 이 안에 응축된 공기가 좋았어요. 특히 임상훈이 나현정과 김 회장(김무성)에게 느끼는 이질감과 질투심, 자격지심이 개 농장에서 폭발하는 모습들이요. 저는 상훈이 마치 개 농장에 있는 유기견 같다고 생각했어요. 위태롭고 애처로웠죠.”
이선균은 그간 다양한 작품을 했지만 드라마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미스코리아’ ‘파스타’ ‘커피프린스 1호점’ 등 유독 로맨틱코미디 장르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연기 변신에 관객들의 기대가 큰 이유다.
“이미지 때문에 그런지 누아르 장르 대본이 많이 안 들어왔어요. 형사물은 많이 했는데 이런 색깔의 누아르는 처음이죠.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가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전작들에서는 장면마다 제가 나오니까 책임감이 컸는데 이번에는 많이 의지했어요. 특히 김혜수 선배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죠.”
/사진제공=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이선균과 김혜수는 ‘미옥’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췄다. 김혜수와 애증의 관계를 그린 그는 연기하는 내내 감탄했다고 했다.
“김혜수 선배는 뭐든지 열심히 하고 모범적으로 해요. 그 모습을 보면서 ‘김혜수라는 브랜드가 생길 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30년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는 게 그만큼 노력하고 자기관리를 한 결과인 거잖아요. 뭐든지 결코 대충하는 법이 없어요. 스태프나 리허설 등 사소한 곳곳에 섬세하게 신경을 써서 저 또한 자극을 받았죠.”
이선균은 ‘미옥’을 한 편의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마지막 단계까지 도달하기 위한 각 인물들의 처절한 싸움, 그 속의 얽히고설킨 감정들이 관전 포인트라면서 말이다.
“영화 찍는 동안 게임 같았어요. 모든 인물들이 끝을 보거든요. 특히 현정이 험난한 싸움을 하고 상훈에게 가는 장면은 더 게임 같았죠. 영화를 보면서 인물들의 스타일링이나 다른 점들이 오히려 더 비현실적으로 그려졌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핍된 인물들의 이야기, 김혜수 선배의 멋진 액션에 집중해서 봐주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