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거대한 제작비 투입,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모으는 톱스타들의 출연만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별★영화]는 작지만 다양한 별의별 영화를 소개한다. 마음 속 별이 될 작품을 지금 여기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편집자주]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2: 아디오스’ 스틸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2: 아디오스’ 스틸
1995년 미국의 한 레코딩 프로듀서가 쿠바 음악가들의 합주를 녹음하기 위해 쿠바를 찾았다. 당시는 쿠바의 전통음악이 뒤로 물러나며 음악가들도 뿔뿔이 흩어진, 쿠바 음악의 침체기였다. 프로듀서는 흩어져 있던 노인 연주자들을 모았고, 허름한 스튜디오에서 6일 만에 라이브로 녹음을 끝냈다. 그렇게 세계적 그룹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BVSC)이 탄생했다. 70대 노인들로 구성된 BVSC의 음악은 발매와 동시에 쿠바 음악 붐을 일으켰다.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2: 아디오스(이하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2)’는 잊혀진 쿠바의 음악으로 전 세계 대중음악사의 기적을 만들어냈던 거장 뮤지션들이 2016년 월드 투어를 끝으로 영원한 안녕을 고하는 과정을 기록한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다. 프로듀서 닉 골드가 멤버들을 모으는 과정과 음악에 대한 그들의 열정, 죽음에 이르는 모습까지 별다른 기교 없이 담아냈다. 삶이 힘들지언정 노래 앞에선 낭만을 잃지 않은 그들의 열정이 110분 동안 화면을 채웠다. 특히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1’에선 공개되지 않았던 암스테르담 첫 라이브 공연 전 리허설 장면이나 뮤지션들의 꾸밈없는 모습들이 담겼다.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2: 아디오스’ 스틸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2: 아디오스’ 스틸
2016년 이들의 백악관 공연은 BVSC의 정체성을 더욱 확장했다. 1959년 이후 단절됐던 미국과 쿠바의 교류를 회복시키는 역할까지 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BVSC는 미국과 쿠바를 잇는 강력한 유대, 우정, 문화, 음악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국경선은 물론 언어, 시간까지 초월한 쿠바 음악의 힘을 보여줬다.

생활고에 시달렸던 뮤지션들이 비로소 다시 맞는 전성기. 그렇기에 나이 든 뮤지션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는 과정은 더욱 가슴 아프다. 특히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1대 보컬 이브라힘 페레르의 이야기가 심도 있게 다뤄져 눈물샘을 자극한다. 재즈의 거장이었지만 부르주아 음악으로부터 외면 당한 뒤엔 생계 유지를 위해 구두를 닦았던 그다.

다시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선 그는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생전 마지막 무대에선 산소 호흡기에 의존하면서도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그를 사랑했던 홍일점 보컬 오마라 포르투온도가 이브라힘 페레르를 애도하며 쏟아내는 ‘치자꽃 두 송이’는 보는 이들에게 전율을 선사한다.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2: 아디오스’ 스틸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2: 아디오스’ 스틸
누구나 쉽게 말하는 단어 ‘열정’. 하지만 그들만큼 뜨거웠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2’는 쿠바 음악의 역사를 되짚는 의미인 동시에 그들이 음악의 번성과 침체기, 다시 황금기를 맞으며 변치 않았던 열정에 대한 찬사다.

무대가 끝나도 그들의 이야기는 기억되듯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2’가 끝나도 그 여운은 오래 갈 것이다. 오늘(26일) 개봉. 12세 관람가.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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