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2010년 4인조 밴드 씨엔블루는 화려하게 등장하자마자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대표 K팝 밴드로 자리 잡았다. 그룹의 기타리스트 겸 보컬 이종현은 무대가 점점 편해졌다. 프로의 멋이 따라왔다. 이종현은 그것을 경계했다. 20대 초반의 두근거림이 사라지자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그를 다시 긴장하게 만든 건 연기였다.
2012년 SBS ‘신사의 품격’에서 콜린 역을 맡으며 연기를 시작한 그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 시간이 지나도 떨림을 감출 수 없는 연기에 매료됐다. 이후 그는 웹드라마 등에서 주요 배역을 맡으며 스펙트럼을 쌓았다. ‘연기돌’에 대한 편견이 따라붙었지만 그쯤은 감내할 정도로 연기가 좋았다.
지난 3일 종영한 KBS2 8부작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에서는 정체가 모호한 약방 총각 주영춘 역을 맡았다. 일반 미니시리즈에 비해 짧은 회차였지만 이종현은 모든 것을 쏟아냈기에 성취감도 있었다. “연기에 대한 호평을 처음으로 받아봤다”며 감격한 표정이었다.
10. 일주일 전에 캐스팅이 확정됐다고 들었다. 2년 만의 드라마 출연인데 너무 급하게 합류한 건 아닌가?
이종현: 대본을 보고 욕심은 났지만 ‘할 수 있겠니?’라는 질문을 받고 갈등이 컸다. 오랜만에 하는 연기니까 잘 해내고 싶은데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 때문에 놓치기엔 너무 아쉬운,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기회를 포기한다면 내게 오는 기회가 점점 적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10. 그렇게 참여해서 호평을 받았으니 성취감이 클 텐데.
이종현: 예전에 한 선배가 ‘네가 생각해서 연기한 것과 남들이 생각하는 게 일치하는 순간이 올 거다. 그때 네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선명해질 거다’라고 한 적이 있다. 이번에 그걸 느꼈다. 물론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시청자들이 호평해주는 걸 처음 봤다.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10. 이국적 외모라고 생각했는데 약방 총각 캐릭터가 잘 어울렸다. 캐릭터를 위해 신경 쓴 부분은?
이종현: 극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중에서도 성장하는 지점이 가장 잘 드러난 캐릭터였다. 초반엔 불안정한 정체불명의 느낌이었다면 사랑 등의 감정을 배우며 좋은 사람이 되려는 변화 과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다.
10. 영춘 캐릭터와 자신의 싱크로율은?
이종현: 내 어릴 때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남중, 남고를 나와서 여학생을 보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리던 때가 있었다. 그런 순수함이 내게도 있었다. 지금은? 서울생활 10년이다. 조금 퇴색된 것 같다. 그래도 순수를 지향한다.(웃음)
10. 극 말미 혜주(채서진)를 떠나려고 했는데 비겁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이종현: 비겁한 게 아니라 지나치게 어른스러워지려고 노력한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고 한 선택 아닌가. 남자라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비슷한 일이 있던 것도 같고…
10. 연기를 하며 첫사랑을 떠올려봤을 것 같다.
이종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여학생과 어쩌다 손을 스치고 놀라는 순수한 감정들을 지어서 연기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내 과거를 계속해서 생각했다.
10. 현장에서 맏형이었다. 동생들이 잘 따랐나?
이종현: 나이 차이가 크게 난 건 아니지만 동생들과 있으니 이상한 책임의식이 생겼다. 동생들이 힘든 티도 안 내고 웃으면서 연기하는 걸 보며 나 역시 자극을 많이 받았다. 내가 그들 나이 땐 욕심이 앞서 내 것만 챙기기 바빴던 것 같다. 동생들 덕분에 배웠다.
10. 함께 연기한 보나, 도희 등도 가수 활동을 먼저 시작한 ‘연기돌’이다. 함께 한 소감은?
이종현: 따로 만나서 얘기를 한 적은 없지만 무언의 응원을 했다. 그 친구들이 겪어온 고통도 알고 앞으로 겪어나갈 게 얼마나 힘들지도 안다. 동시에 연기가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도 안다. 나를 포함해서 연기돌들이 잘 해냈으면 좋겠다.
10. ‘신사의 품격’ 이후 TV드라마로 복귀하기까지 공백이 길었던 이유는?
이종현: 음악도 하다 보니 연기에 집중할 수도 없었고, 둘을 병행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연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찾다 보니 시간이 길어졌다. 하지만 조금은 마음이 바뀌었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긴다. 놓치고 싶지 않다. 비난의 목소리를 많이 들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그걸 이겨낼 정도로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내게 주어진 기회니, 이 무게를 자각하고 많은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 연기에 왜 그렇게 욕심이 생기는 걸까?
이종현: 음악을 하면서 무대가 편해지고 여유가 생기니 20대 초반에 느꼈던 뜨겁고 긴장된 삶이 식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서 오는 갈증과 불안이 심했다. 하지만 연기는, 와! 정말 떨린다. 현장에서 한 선배한테 ‘이건 언제까지 떨리나요’ 하고 물어본 적도 있다. 선배들 역시 ‘난 지금도 떤다’고 말하더라. 리딩을 할 때 심장이 뛰고 ‘어떻게 하지’라고 고민하는 그 자체가 행복하다.
10. 밴드 씨엔블루의 멤버 4인이 모두 연기 중이다. 만나면 무슨 얘길 하나?
이종현: 연기에 대해서 코멘트를 하진 않지만 마음 깊이 서로를 응원한다. 보통 ‘우리 이제 어떻게 하냐’라며 한탄을 한다.(웃음) 20대 초반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서 앞으로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다. 그래서 더 멤버들에게 의지한다. 난 미완성의 사람이었지만 그들과 함께 함으로써 지난 10년 동안 많이 성숙한 것 같아 고맙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2012년 SBS ‘신사의 품격’에서 콜린 역을 맡으며 연기를 시작한 그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 시간이 지나도 떨림을 감출 수 없는 연기에 매료됐다. 이후 그는 웹드라마 등에서 주요 배역을 맡으며 스펙트럼을 쌓았다. ‘연기돌’에 대한 편견이 따라붙었지만 그쯤은 감내할 정도로 연기가 좋았다.
지난 3일 종영한 KBS2 8부작 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에서는 정체가 모호한 약방 총각 주영춘 역을 맡았다. 일반 미니시리즈에 비해 짧은 회차였지만 이종현은 모든 것을 쏟아냈기에 성취감도 있었다. “연기에 대한 호평을 처음으로 받아봤다”며 감격한 표정이었다.
10. 일주일 전에 캐스팅이 확정됐다고 들었다. 2년 만의 드라마 출연인데 너무 급하게 합류한 건 아닌가?
이종현: 대본을 보고 욕심은 났지만 ‘할 수 있겠니?’라는 질문을 받고 갈등이 컸다. 오랜만에 하는 연기니까 잘 해내고 싶은데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 때문에 놓치기엔 너무 아쉬운,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기회를 포기한다면 내게 오는 기회가 점점 적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10. 그렇게 참여해서 호평을 받았으니 성취감이 클 텐데.
이종현: 예전에 한 선배가 ‘네가 생각해서 연기한 것과 남들이 생각하는 게 일치하는 순간이 올 거다. 그때 네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선명해질 거다’라고 한 적이 있다. 이번에 그걸 느꼈다. 물론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시청자들이 호평해주는 걸 처음 봤다.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10. 이국적 외모라고 생각했는데 약방 총각 캐릭터가 잘 어울렸다. 캐릭터를 위해 신경 쓴 부분은?
이종현: 극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중에서도 성장하는 지점이 가장 잘 드러난 캐릭터였다. 초반엔 불안정한 정체불명의 느낌이었다면 사랑 등의 감정을 배우며 좋은 사람이 되려는 변화 과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다.
10. 영춘 캐릭터와 자신의 싱크로율은?
이종현: 내 어릴 때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남중, 남고를 나와서 여학생을 보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리던 때가 있었다. 그런 순수함이 내게도 있었다. 지금은? 서울생활 10년이다. 조금 퇴색된 것 같다. 그래도 순수를 지향한다.(웃음)
이종현: 비겁한 게 아니라 지나치게 어른스러워지려고 노력한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고 한 선택 아닌가. 남자라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비슷한 일이 있던 것도 같고…
10. 연기를 하며 첫사랑을 떠올려봤을 것 같다.
이종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여학생과 어쩌다 손을 스치고 놀라는 순수한 감정들을 지어서 연기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내 과거를 계속해서 생각했다.
10. 현장에서 맏형이었다. 동생들이 잘 따랐나?
이종현: 나이 차이가 크게 난 건 아니지만 동생들과 있으니 이상한 책임의식이 생겼다. 동생들이 힘든 티도 안 내고 웃으면서 연기하는 걸 보며 나 역시 자극을 많이 받았다. 내가 그들 나이 땐 욕심이 앞서 내 것만 챙기기 바빴던 것 같다. 동생들 덕분에 배웠다.
10. 함께 연기한 보나, 도희 등도 가수 활동을 먼저 시작한 ‘연기돌’이다. 함께 한 소감은?
이종현: 따로 만나서 얘기를 한 적은 없지만 무언의 응원을 했다. 그 친구들이 겪어온 고통도 알고 앞으로 겪어나갈 게 얼마나 힘들지도 안다. 동시에 연기가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도 안다. 나를 포함해서 연기돌들이 잘 해냈으면 좋겠다.
10. ‘신사의 품격’ 이후 TV드라마로 복귀하기까지 공백이 길었던 이유는?
이종현: 음악도 하다 보니 연기에 집중할 수도 없었고, 둘을 병행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연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찾다 보니 시간이 길어졌다. 하지만 조금은 마음이 바뀌었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긴다. 놓치고 싶지 않다. 비난의 목소리를 많이 들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그걸 이겨낼 정도로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내게 주어진 기회니, 이 무게를 자각하고 많은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 연기에 왜 그렇게 욕심이 생기는 걸까?
이종현: 음악을 하면서 무대가 편해지고 여유가 생기니 20대 초반에 느꼈던 뜨겁고 긴장된 삶이 식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서 오는 갈증과 불안이 심했다. 하지만 연기는, 와! 정말 떨린다. 현장에서 한 선배한테 ‘이건 언제까지 떨리나요’ 하고 물어본 적도 있다. 선배들 역시 ‘난 지금도 떤다’고 말하더라. 리딩을 할 때 심장이 뛰고 ‘어떻게 하지’라고 고민하는 그 자체가 행복하다.
10. 밴드 씨엔블루의 멤버 4인이 모두 연기 중이다. 만나면 무슨 얘길 하나?
이종현: 연기에 대해서 코멘트를 하진 않지만 마음 깊이 서로를 응원한다. 보통 ‘우리 이제 어떻게 하냐’라며 한탄을 한다.(웃음) 20대 초반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서 앞으로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다. 그래서 더 멤버들에게 의지한다. 난 미완성의 사람이었지만 그들과 함께 함으로써 지난 10년 동안 많이 성숙한 것 같아 고맙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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