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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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타의 TV 출연이 급증하고 있다.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 TV를 불문하고 그렇다. 원조는 ‘국민 MC급’으로 자리잡은 강호동이다. 일회성·화제성 출연에 그쳤던 스포츠 스타의 방송 출연은 씨름스타 강호동의 등장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그런 스타는 소수였다.

요즘 상황은 또 다르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스포테인먼트에 눈을 뜬 스타들이 늘면서 방송계 진출이 붐을 이루고 있다. 최근 활약이 두드러지는 대표적인 스포테이너는 강호동, 안정환, 이천수, 이동국, 추성훈, 서장훈, 김동현 등이다. 가장 움직임이 활발한 스타는 농구선수 출신 서장훈이다. 현재 출연 중인 방송 프로그램만 10개가 넘는다. 추성훈은 가족까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추블리네’란 애칭까지 얻었다.

스포테이너는 광고계에서도 귀하신 몸이다. 이들을 내세워 방영 중인 방송 광고만 30여편에 이른다. 분야도 다양하다. 스포츠웨어와 음료, 주류 등 전통적인 업계를 넘어 생활용품과 식품, 가구, 가전제품까지 폭 넓다. 이들이 광고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회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한다. 합산할 경우 수백억원대로 추산될 정도. 이른바 ‘돈 되는 스포테이너 판’이다.

스포츠 스타가 스포테이너로 각광받게 된 데에는 극심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를 해야 하는방송 콘텐츠산업의 영향이 크다. 최근 몇 년 새 ‘리얼리티 예능’이 인기를 끌면서 등용문도 넓어졌다. 운동선수 출신들의 투박하지만 가식 없고 인간적인 모습은 ‘날것’을 선호하는 대중에게 공감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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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시기도 변했다. 강호동은 씨름판 은퇴 후 방송계에 데뷔했다. 전업 운동선수가 은퇴 후 일약 스타덤에 오른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최근엔 추성훈과 이동국 등 현역 선수들조차 방송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전문 회사도 생겨났다. 강호동(SM C&C)과 서장훈(미스틱엔터테인먼트)은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소속이지만 추성훈과 김동현 등은 스포테인먼트 스타가 다수 포진된 본부이엔티란 기획사 소속이다. 본부이엔티에는 추성훈을 비롯해 김동현, 강경호, 배명호 등 이종격투기 선수 뿐만아니라 UFC 옥타곤 걸 김하나, 축구선수 정대세, 수영선수 정다래 등 운동선수와 선수 출신이 대거 소속돼 있다. 10여년 전 일본의 축구스타 나카타가 세운 ‘써니사이드업’이란 스포테인먼트 기획사와 흡사한 구조다.

북한 국적의 재일동포 축구선수 정대세는 최근 한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 아내와 함께 출연, 스포테이너로써 시험에 올랐다. 정대세의 방송 진출에는 같은 기획사 소속인 추성훈의 영향이 컸다는 후문이다.

골프선수만을 대상으로 ‘미디어 프로’란 새 직업을 만든 매니지먼트사도 있다. P&G미디어는 프로골퍼 출신들을 육성, 골프전문 방송 등에 데뷔시키는 회사다. 이른바 ‘볼 잘치던 프로 골퍼’를 방송에 적합한 스포테이너로 만들어 리포터와 MC 등으로 키우는 것. 소속 프로만 50여명에 이른다.

서장훈, 정대세 / 사진=방송화면 캡처
서장훈, 정대세 / 사진=방송화면 캡처
방송가에서 스포테이너가 미치는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스포테인먼트=시청률’이라는 공식이 통해서다. 복수의 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활동이 늘고 있는 헬스-피트니스 스타들까지 가세할 경우 스포테이너의 활약이 기대되는 시장 규모는 수천억원대를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스포츠 스타의 엔터테인먼트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와 프로스포츠가 ‘쇼 비지니스’라는 공통 분모 안에서 상당한 유사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응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에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지적재산권(IP)과 가치를 중시하는 특징이 있다. 최근 잇따르는 스포테이너들의 맹활약은 스포츠 스타와 결합 콘텐츠가 엔터테인먼트 투자시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잘 키운 운동선수가 엔터산업의 효자로 각광 받는 세상이 왔다.

유정우 기자 see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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