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대장 김창수’ 스틸
영화 ‘대장 김창수’ 스틸
“이 광활한 우주 속에 난 그저 티끌만도 못한 존재인걸…” 사는 게 힘들면 세상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타인과의 소통은 줄어들고 자신을 낮추거나 숨는 일도 잦아진다. 한없이 작아진 우리가, 사실은 누군가를 성장시킬 수 있는 소중한 존재라면 어떨까. 더 나아가 후손이 기억하는 위인이 된다면 어떨까.

영화 ‘대장 김창수’는 천하고 평범했던 김창수가 인천 감옥소의 고통 받는 조선인들 사이에서 모두의 대장이 되어가는 625일의 이야기다. 백범 김구의 청년 시절을 그린 실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업적을 되새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치기 어렸던 그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과정을 다소 투박하게 그려낸다.

1896년 3월 9일 황해도 치하포사건이 ‘대장 김창수’의 시작이다. 김창수는 일본인을 살해했고 심문을 받았다. “국모(명성황후)의 원수를 갚았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사형을 선고받고 인천 감옥소에 수감됐다.

김창수는 불같이 뜨거웠다. 자신의 말과 행동만이 옳다고 믿었다. 감옥소의 조선인들과 다름을 주장하며 겉돌기도 했다. 그는 이내 못 배우고 못 가졌다는 이유로 재판도 받지 못하는 억울한 조선인들의 사정을 듣게 됐고 변화를 꿈꿨다. 김창수는 변화의 시작으로 감옥소의 조선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조선인들을 위한 행동으로 그들 사이에서 ‘대장’이 되긴 하지만, 극에서 김창수가 행한 일들은 여느 위인전에서 봤던 거대한 사건에 비해 다소 평범하다. 무시당하는 사람들과 소통했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려 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먼저 나선 김창수는 훗날 우리가 아는 위인 김구가 됐다.

영화 ‘대장 김창수’ 스틸
영화 ‘대장 김창수’ 스틸
김창수의 소소한 변화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를 성숙하게 한 것은 어쩌면 인천 감옥소의 조선인들이다. 시종일관 꼿꼿한 김창수를 때려눕히기도 했고 상처 입은 그의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닫았던 마음을 열고 책임감을 갖도록 한 것 역시 조선인들이다. 보잘 것 없던 조선인들은 김창수를 김구로 성장시키는 데 일조했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누구나 용기 있는 한 걸음으로 김구가 될 수도 있었다.

‘대장 김창수’는 우리가 아는 백범 김구의 청년 시절을 돌아보는 의미와 동시에 누구나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응원을 전한다. “특별하지 않은 우리도 누군가에겐 영웅일 수 있다. 나아가 우리 역시 영웅이 될 수 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사형수’였던 제목이 ‘대장 김창수’로 바뀌었다. 관객들이 김구에 대한 얘기라는 것을 알고 영화관에 들어간다는 말이 된다. 극 말미 ‘그는 김구다’라는 문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밀려올 감동을 과감하게 포기한 것이다. 상업영화에 필수적인 극적 감동과 재미를 포기했기에 전개는 다소 평면적이다. 그럼에도 극은 ‘김구의 과거’ ‘김구의 업적’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아냈기에 감동적이다.

오늘(19일) 개봉. 12세 관람가.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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