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조진웅 / 사진제공=키위컴퍼니
배우 조진웅 / 사진제공=키위컴퍼니
“김구 선생님, 덕분에 우리가 두 발을 뻗고 삽니다. 열심히 지켜주신 나라인데 후손들이 잘못 이끄는 것은 아닌지 죄송한 마음도 듭니다. 제가 선생님을 연기하며 많은 감정을 느꼈으니 저부터 똑바로 살겠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배우 조진웅은 이렇게 말했다. 조진웅은 오늘(19일) 개봉한 영화 ‘대장 김창수’에서 김창수 역을 맡았다. 극은 1896년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가 인천 감옥소의 조선인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실화를 다뤘다. 김창수는 백범의 청년 시절 이름이다.

“보통 한 작품에서 배역을 맡은 후엔 그것을 내 몸에 맞추면서 불편한 부분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위인을 연기할 땐 그의 성정에 내 몸을 맞춰야 하죠. 그러다 보니 충돌이 일어납니다. 난 위인이 아니기에 김구 할아버지의 성정을 좇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1년 넘게 작품을 고사한 이유입니다.”

조진웅은 몇 차례나 고사하다 결국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가슴 속에선 이미 연기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그가 마음을 확고히 한 데는 시나리오에 담긴 ‘소통의 중요성’이 한몫했다고 한다. 극 중 김창수는 처음에 감옥소 사람들을 보며 “난 저들과 다르다. 난 죄인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그들과 소통하며 모두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김창수를 성장할 수 있게 도운 건 감옥소 동지들입니다. 바로 우리 주변 사람들이죠. 위인에 대한 얘기, 역사적 사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 삶도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배우 조진웅 / 사진제공=키위컴퍼니
배우 조진웅 / 사진제공=키위컴퍼니
‘대장 김창수’는 조진웅이 가진 삶의 가치관을 바꿨다. 독립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암살’(2015)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속사포 역을 맡았을 때만 해도 “만약 나라면 독립운동은 못 할 것 같다”고 얘기한 그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픔을 겪지 않게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면 기꺼이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하니 한다’는 대사에 감명받았죠. 그 말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됐습니다.”

배우에게 성적 이상의 의미를 남기는 작품일지라도 대중들의 평가를 피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조진웅은 “실점이 난다고 해도 변화구를 던질 수 없었다”며 영화에 임했던 남다른 마음가짐을 야구 용어에 비유했다.

“영화에는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장면이 담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대장 김창수’에는 왜곡이 있어선 안 되기에 직구만 던졌죠. 임금도 많이 받는 프로들이 모인 현장이었습니다. 왜 ‘작전’을 짜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결국 ‘변화구는 다른 영화에서 던지자’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극에 대한 조진웅의 남다른 애정은 촬영 현장에서도 드러났다. 두세 작품을 동시에 촬영하곤 했던 그지만, 이번에는 매니지먼트사와 다른 영화 제작사에 양해를 구하고 ‘대장 김창수’에만 집중했다. 선후배가 많았던 현장에서는 반장 역할을 도맡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했다.

“제 나이가 딱 중간이어서 반장을 맡았죠. 하하. 촬영을 마친 후엔 항상 제 방에서 모여 소규모 리딩을 했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 함께 얘기했어요. 영화를 만들면서 이런 경험은 굉장히 드물어요.”

그가 부담감을 느꼈던 순간이다. 그 역시 이를 인정했다. “부담이 컸다. 혼자선 절대 못 해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들과 함께 버텨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대장 김창수’를 통해 얻은 게 많습니다. 앞으로 더 똑바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효창공원에 있는 김구 할아버지의 생묘에 가끔 가게 됐고요. 최근에 가선 ‘제가 할아버지를 연기한 후손입니다. 가끔 찾아와서 귀찮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칭얼대도 받아주세요’라고 얘기하고 왔습니다.”

배우 조진웅 / 사진제공=키위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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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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