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미영 시나리오 작가]
영화 ‘몬스터 콜’ 포스터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몬스터 콜’ 포스터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꿈을 꾼다. 어린 시절부터 불혹을 넘긴 지금도 여전하다. 최근에는 꿈에서 요정으로도 등장했으니 웬만한 어린이와 경쟁해도 꿀리지 않는 꿈 세계다. 한참 자라야 할 성장기의 잠을 찬란한 꿈으로 소진한 덕에 키가 큰 어린이에게 꿀리는 아담한 키의 어른으로 성장했다.

필자의 꿈을 현실처럼 리얼하게 세팅하는 장치는 촉각이다. 현실에서는 시각이나 청각의 그림자로 기능하던 촉각이 꿈에서는 오롯이 아니 갑절로 제 역할을 한다. 하늘을 날면 눈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보다 옆으로 부드럽게 밀리는 공기가 더 와 닿는다. 그래서 꿈인지 생시인지 가늠하는 꼬집기도 필자에게는 별 효과가 없다. 꼬집으면 살짝 아프기도 해서 생시 같은 꿈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촉각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지워준다.

주인공 코너 오말리에게 그 장치는 바로 영화제목이기도 한 ‘몬스터 콜’이다. 몬스터의 등장으로 시작된 환상은 점차 현실로 파고든다. 몬스터가 방문하기 전 코너의 일상을 짚어보면 매일 밤 몸서리치는 악몽을 꾸다가 아침을 맞이한다. 시한부인 엄마를 온 마음으로 붙들고 학교에 가면 친구들의 주먹세례가 쏟아진다. 악몽과 별반 차이가 없는 현실 역시 소년을 집어삼킬 기세다.

어느 날, 코너 앞에 주목의 모습을 한 몬스터가 나타나서 세 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꿈처럼 환상처럼 여겨지던 몬스터와의 시간이 흘러넘쳐서 현실로 스며든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 외할머니의 거실 박살씬과 학교 식당 응징씬은 통쾌함보다 애틋함을 남긴다. 소년에게 경계 너머의 진실과 마주할 순간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혹독한 성장기를 감내하는 소년 코너를 구현한 루이스 맥더겔, 몬스터의 목소리 연기만으로도 존재감을 뿜는 리암 니슨, 시한부 엄마의 아픔과 슬픔을 농밀하게 그려낸 펠리시티 존스의 연기를 누릴 수 있는 작품이다. 코너의 아빠 역을 맡은 토비 켑벨이 낯익어서 출연작을 검색하니 ‘혹성 탈출: 반격의 서막’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얼굴도 목소리도 가려진 유인원 코바 역에서 그의 흔적이 느껴졌다.

원작을 읽으려고 한다. 만약 원작에 있다면 읽으면서 줄을 그었을 법한 문장들을 화면 속 대사로 만나서 심장에 새기고 왔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녹록치 않은 작업인 각색을 이 작품을 통해 한 수 배우고도 싶다.

사실 극장에 들어서기 전부터‘몬스터 콜’이 슬픈 영화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했다. 영화는 훨씬 더 절절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코너의 아픔은 어느 한 대목 눈물 없이 지나칠 수 없었다. 비를 맞듯 눈물을 맞았다.

스크린이라는 거대한 경계 너머, 필자는 소년과 오래도록 마주했다.

[작가 박미영은 영화 ‘하루’ ‘빙우’ ‘허브’의 시나리오, 연극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의 극본,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의 동화를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스토리텔링 입문 강사와 영화진흥위원회의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박미영 시나리오 작가 pres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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