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자신의 녹음실에서 기댄 채 서 있는 프로듀서 피제이 / 사진=김유진 기자fun@tenasia.co.kr
자신의 녹음실에서 기댄 채 서 있는 프로듀서 피제이 / 사진=김유진 기자fun@tenasia.co.kr
피제이는 시간을 초월해 세련된 음악을 만들어내는 프로듀서다. 그의 음악에는 감각적인 비트와 멜로디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합일점이 있다. 지난해 빈지노, 초이스37, 지투, 키스에이프, 진보와 함께 한 첫 번째 정규 앨범 ‘WALKIN’ VOL.1’으로 그 아름다움의 가치를 증명했던 피제이가 시리즈의 일환으로 두 번째 정규 앨범 ‘WALKIN’ VOL.2’를 발매했다.

지난 앨범에 참여했던 빈지노를 비롯해 자이언티, 빅뱅의 태양, 쿠시, 혁오 밴드의 오혁, 윤석철 트리오의 윤석철, 데이브레이크의 정유종, 크러쉬, 쿠마파크, 마스타우, 비프리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화려한 라인업을 넘어서는 이 앨범의 진면목은 피제이의 노련한 감각이다. 그의 스타일은 유지한 채 각 아티스트들의 매력을 세련되게 녹여낸 트랙들은 언제 들어도 흥미롭고 즐겁다. 그가 즐겨 듣는다는 파라오 샌더스의 예측 불가능한 음반처럼 이 매력에 휩싸이면 반복 재생을 멈추기 힘들다.

10. 더블 타이틀 곡 ‘나비야’ 얘기부터 해보자. 어떻게 탄생한 곡인가?
피제이: ‘나비야’는 ‘WALKIN’ VOL.2” 수록곡 중 가장 마지막으로 작업한 곡이지만 비트는 2010년에 만들었다. 멜로디나 가사만 없던 상태였는데 ‘WALKIN’ VOL.2′ 준비하면서 자이언티와 무조건 한 곡은 같이 하자고 서로 얘기를 나눴다. 그래서 자이언티가 있는 작업실에 놀러가 이런 저런 노래를 들려줬는데 자이언티가 자신이 갖고있던 고양이와 ‘나비야’에 대한 아이디어를 꺼내놨다.

10. 애니메이션 형태로 만든 ‘나비야’의 뮤직비디오도 재밌고 신선했다.
피제이: 자이언티가 직접 그리는 자기의 캐릭터가 있는데 그 캐릭터를 뮤직비디오에 활용해보고 싶었다. 또 자이언티의 아이디어가 갖고 있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잘 전달하고 싶어서 애니메이션으로 꼭 그려내고자 했다.

10.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오프닝이 생각나기도 하고 굉장히 세련됐다. 어떤 내용으로 기획했나?
피제이: 사립 탐정이 된 자이언티에게 한 여자가 고양이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그래서 고양이를 찾아 헤맸는데 알고 보니 고양이가 의뢰를 했던 그 여자인 내용이다. 결국 뮤직비디오의 시작과 끝이 돌고 돈다.



10. 자이언티와는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됐나?
피제이: 진보와 함께 만들었던 프로젝트 앨범 ‘마인드 컴바인드(Mind Combined)’ 관련 공연을 하다가 자이언티를 만났다. 당시 자이언티는 코러스로 참여했는데 ‘마인드 컴바인드’ 앨범도 좋아했다. 그렇게 서로 알고 지내다가 자이언티의 1집 앨범에 내가 곡을 쓰게 됐고 여기까지 인연이 이어졌다.

10. 자이언티 외에도 ‘WALKIN” 앨범 시리즈에는 1집의 트랙부터 유수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작업하면서 논쟁한 적은 없었나?
피제이: 사실 문제는 한번도 없었다. 서로에 대한 ‘리스펙(Respect)’으로 지금까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답은 없으니까. 예를 들어 쿠시와 태양과 함께 한 ‘와리가리’라는 곡도 작업실에 놀러가서 서로 만드는 노래들을 들려주다가 나온 트랙이다. 쿠시가 ‘와리가리’라는 훅(Hook)을 들려줬고 나는 그 훅(Hook)이 너무 좋아서 같이 해보자고 했다. 태양은 자연스럽게 옆에서 멜로디랑 가사를 만들고.(웃음)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10. ‘와리가리’라는 단어의 뜻을 궁금해하는 팬들도 많은데 탄생 비화를 설명해준다면?
피제이: 작업할 당시 쿠시가 나한테 작업할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오래 걸릴 때도 있고 짧게 걸릴 때도 있는데 ‘와리가리한다'”고 대답했는데 그 말을 듣고 와리가리를 가사로 썼다. ‘왔다리 갔다리’라는 의미다.(웃음)

10. 곡이 참 좋은데 KBS에서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피제이: 곡을 쓴 래퍼들의 표현 중 불가 판정을 받을 만한 것들도 있었는데 표현을 억압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썼다. 그래서 판정에 대해서는 받아들이는 입장이고 그런 표현을 아예 빼서 ‘클린’ 버전도 만들었다. 라디오에 신청하면 들을 수 있다.(웃음)

10. 쿠마파크가 피처링한 ‘STAY’는 핸드폰 어플로 만든 곡이라던데?
피제이: 원래는 노트북에서 ‘머신’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곡을 만드는데 그 회사에서 스마트폰 용으로 나온 ‘아이머신’이라는 앱을 알게 됐다. 그래서 재미로 만들어보다가 곡을 몇 개 만들게 됐다. ‘STAY’는 그렇게 만든 곡 중 하나다.

10. ‘THINKING ABOUT YOU’는 비프리가 부른 노래 중 흔하지 않은 사랑 노래다.
피제이: 왠지 비프리가 부르면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와서 비프리에게 보내줬다. 원래 비프리가 사랑 노래를 안 쓰는데 사랑에 관한 가사를 썼다. 그 후에 비프리가 결혼을 했는데 결혼 전에 언제 발매되느냐고 살짝 재촉했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웃음)

10. ‘STRANGER’는 크러쉬가 언제 쓰고 부른 곡인가?
피제이: 크러쉬가 아메바 컬처에 들어가기 전에 내가 비트를 보내줬고 작업이 시작됐다. 1절까지는 잘 써져서 서로 신나했는데 그 이후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웃음)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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