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이제훈: 옥분(나문희)이 봤을 때 ‘적수가 생겼다’고 느낄 만큼 깐깐해 보이길 바랐다.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외적인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 옷도 단정하게 입었고 가르마도 5:5로 탔다. 안경도 썼다. 주변에선 ‘조금 멋있어도 될 것 같은데’라고 말하긴 했는데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했다. 극 후반에 감정 변화가 있기 때문에 초반의 원칙주의자 성향을 더욱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
10. 극 안에서 캐릭터가 감정 변화를 겪는데 어려웠던 점은?
이제훈: 평소 같았다면 이런 장면을 위해 연기에 관한 계획을 많이 세웠을 거다. 어떤 표정으로 어떤 감정으로 대사를 할지 고민했을 거다. 하지만 이번엔 계획이 불필요했다. 주로 나문희 선생님과 붙는 신이 많았는데, 난 선생님의 연기를 보면 그만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감정이 나왔다. 솔직히 편할 정도였다. 때문에 연기를 할수록 더 행복해지고 다음 신이 기다려졌다.
10. 융통성 없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실제 자신과의 싱크로율은?
이제훈: 극 중 민재는 옥분을 밀어내다가 영어를 가르치기로 결심한 뒤엔 헌신적이다. 나 역시 지키지 못할 건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한번 맺은 약속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누군가 힘든 상황에 놓이면 참지 못하고 나서려는 성향도 있는 것 같다. 나와 닮은 모습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
10. 최근 tvN ‘삼시세끼’에선 오히려 허당의 매력을 보여줬는데.
이제훈: 일을 할 땐 원리원칙을 따지는 편이지만 내 일상은 특별한 게 없다. ‘삼시세끼’에선 자연스러운 내 실제 모습들이 비춰졌다. 에릭·이서진·윤균상 등 세 분 모두 나를 많이 챙겨줬다. 덕분에 긴장감을 내려놓고 더 편안하게 상황에 녹아들었다. 최근에 방송이 나온 후에 그들에게 ‘그때(녹화 당시) 생각난다. 빨리 만나서 맛있는 거 먹자’고 연락도 했다.
10. 이번 영화에서 대선배인 나문희와 호흡을 맞췄다. 현장에서 어땠는지?
이제훈: 아무 정보 없이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옥분 역은 나문희 선생님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사 역시 선생님을 원한다고 하더라. 결국 선생님이 캐스팅됐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하지만 촬영 준비를 하면서는 조금 걱정이 됐다. 내가 선생님 앞에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긴장이 되더라. 그런데 선생님이 날 보자마자 웃으면서 ‘얘기 많이 들었다. 앞으로 잘해보자’고 했다. 한 순간에 긴장이 풀어졌다. 현장에서도 칭찬을 너무 많이 해주셔서 정말 친할머니 같은 느낌이었다. 쉬는 시간에도 계속 선생님 옆에 붙어있게 됐다.
10. 평소에도 후배보단 선배들과 연기할 때 편안한 스타일인가?
이제훈: 지금까지는 거의 선배들과 연기를 해왔다. 그게 좋다. 연기가 풀리지 않는 당황스러움을 겪고 있을 때,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배울 수 있었다. 영화 ‘고지전’ 찍을 땐 완전 신인이었는데 신하균 선배가 까마득한 후배인 나를 친동생처럼 이끌어줬다. 한석규 선배와는 두 작품을 하면서 배우의 책임감과 아우라를 배웠다. tvN ‘시그널’에서 만난 김혜수 선배를 보면서는 스태프들을 따뜻하게 아우르는 모습에 반했다. (조)진웅이 형하고는 워낙 자주 만나고 가까워져서 감사 인사가 민망할 정도다.(웃음)
10. ‘시라노: 연애조작단’ ‘쎄시봉’ 등을 연출한 김현석 감독과의 첫 만남은 어땠나?
이제훈: 첫 만남인데도 내가 감독님의 전작에 출연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만큼 편안했다. 감독님의 작품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함께 작업하길 바랐는데, 이번에 이루게 됐다. 나 역시 ‘김현석의 남자들’에 발을 걸치게 된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다.
10.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얘기다. 출연을 결심할 때 조심스러웠을 것 같은데.
이제훈: 굉장히 조심스럽고 어려운 소재다. 어쨌든 상업영화이기에 자극적으로 포장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감독님은 이야기를 미화하거나 왜곡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제작사인 명필름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영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진심으로 뭉쳤으니 나는 연기만 잘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10. 극의 제목이 ‘아이 캔 스피크’다. 이제는할 수 있는 말은?
이제훈: 빨리 나를 찾아줬으면…(웃음) 1년 동안 세 작품을 연달아 찍었다. 작품을 마무리할 때마다 ‘이제는 조금 쉬어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작품을 할 때마다 얻는 행복이 커서 계속 달리게 된다. 좋은 기회를 만나 또 연기로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속 민재는 원리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9급 공무원이다. 8000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구청 직원들을 힘들게 했던 동네 할머니 옥분마저 민재의 태도에 당황한다. 그런 민재에게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아픔이 있다. 민재는 옥분과 서로의 상처를 털어놓으며 가족 이상으로 친해진다. 민재는 ‘옥분에 의해, 옥분을 위해’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그를 빛내주는 역할을 한다. 민재 역을 맡아 열연한 이제훈은 소모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캐릭터에 존재감을 부여하는 힘이 있다. 일련의 사건으로 감정의 변화를 겪는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들을 극에 몰입시킨다.10. 매정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원칙주의자인 민재 역을 맡았다.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이제훈: 옥분(나문희)이 봤을 때 ‘적수가 생겼다’고 느낄 만큼 깐깐해 보이길 바랐다.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외적인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 옷도 단정하게 입었고 가르마도 5:5로 탔다. 안경도 썼다. 주변에선 ‘조금 멋있어도 될 것 같은데’라고 말하긴 했는데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했다. 극 후반에 감정 변화가 있기 때문에 초반의 원칙주의자 성향을 더욱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
10. 극 안에서 캐릭터가 감정 변화를 겪는데 어려웠던 점은?
이제훈: 평소 같았다면 이런 장면을 위해 연기에 관한 계획을 많이 세웠을 거다. 어떤 표정으로 어떤 감정으로 대사를 할지 고민했을 거다. 하지만 이번엔 계획이 불필요했다. 주로 나문희 선생님과 붙는 신이 많았는데, 난 선생님의 연기를 보면 그만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감정이 나왔다. 솔직히 편할 정도였다. 때문에 연기를 할수록 더 행복해지고 다음 신이 기다려졌다.
10. 융통성 없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실제 자신과의 싱크로율은?
이제훈: 극 중 민재는 옥분을 밀어내다가 영어를 가르치기로 결심한 뒤엔 헌신적이다. 나 역시 지키지 못할 건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한번 맺은 약속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누군가 힘든 상황에 놓이면 참지 못하고 나서려는 성향도 있는 것 같다. 나와 닮은 모습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
10. 최근 tvN ‘삼시세끼’에선 오히려 허당의 매력을 보여줬는데.
이제훈: 일을 할 땐 원리원칙을 따지는 편이지만 내 일상은 특별한 게 없다. ‘삼시세끼’에선 자연스러운 내 실제 모습들이 비춰졌다. 에릭·이서진·윤균상 등 세 분 모두 나를 많이 챙겨줬다. 덕분에 긴장감을 내려놓고 더 편안하게 상황에 녹아들었다. 최근에 방송이 나온 후에 그들에게 ‘그때(녹화 당시) 생각난다. 빨리 만나서 맛있는 거 먹자’고 연락도 했다.
이제훈: 아무 정보 없이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옥분 역은 나문희 선생님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사 역시 선생님을 원한다고 하더라. 결국 선생님이 캐스팅됐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하지만 촬영 준비를 하면서는 조금 걱정이 됐다. 내가 선생님 앞에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긴장이 되더라. 그런데 선생님이 날 보자마자 웃으면서 ‘얘기 많이 들었다. 앞으로 잘해보자’고 했다. 한 순간에 긴장이 풀어졌다. 현장에서도 칭찬을 너무 많이 해주셔서 정말 친할머니 같은 느낌이었다. 쉬는 시간에도 계속 선생님 옆에 붙어있게 됐다.
10. 평소에도 후배보단 선배들과 연기할 때 편안한 스타일인가?
이제훈: 지금까지는 거의 선배들과 연기를 해왔다. 그게 좋다. 연기가 풀리지 않는 당황스러움을 겪고 있을 때,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배울 수 있었다. 영화 ‘고지전’ 찍을 땐 완전 신인이었는데 신하균 선배가 까마득한 후배인 나를 친동생처럼 이끌어줬다. 한석규 선배와는 두 작품을 하면서 배우의 책임감과 아우라를 배웠다. tvN ‘시그널’에서 만난 김혜수 선배를 보면서는 스태프들을 따뜻하게 아우르는 모습에 반했다. (조)진웅이 형하고는 워낙 자주 만나고 가까워져서 감사 인사가 민망할 정도다.(웃음)
10. ‘시라노: 연애조작단’ ‘쎄시봉’ 등을 연출한 김현석 감독과의 첫 만남은 어땠나?
이제훈: 첫 만남인데도 내가 감독님의 전작에 출연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만큼 편안했다. 감독님의 작품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함께 작업하길 바랐는데, 이번에 이루게 됐다. 나 역시 ‘김현석의 남자들’에 발을 걸치게 된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다.
10.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얘기다. 출연을 결심할 때 조심스러웠을 것 같은데.
이제훈: 굉장히 조심스럽고 어려운 소재다. 어쨌든 상업영화이기에 자극적으로 포장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감독님은 이야기를 미화하거나 왜곡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제작사인 명필름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영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진심으로 뭉쳤으니 나는 연기만 잘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10. 극의 제목이 ‘아이 캔 스피크’다. 이제는할 수 있는 말은?
이제훈: 빨리 나를 찾아줬으면…(웃음) 1년 동안 세 작품을 연달아 찍었다. 작품을 마무리할 때마다 ‘이제는 조금 쉬어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작품을 할 때마다 얻는 행복이 커서 계속 달리게 된다. 좋은 기회를 만나 또 연기로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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