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나폴레옹’으로 생애 첫 도전에 나선 그룹 비에이피(B.A.P) 정대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뮤지컬 ‘나폴레옹’으로 생애 첫 도전에 나선 그룹 비에이피(B.A.P) 정대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가족들과 노래방에 가기를 즐겼던 소년은 가수의 꿈을 키웠다. 열아홉 살에 아이돌그룹 멤버를 뽑는 오디션에 합격했고, 스무 살이었던 2012년 비에이피(B.A.P)라는 팀으로 세상에 나왔다. 정대현은 그렇게 5년째 B.A.P 대현으로 살고 있다. 아이돌 출신들이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동안에도 B.A.P 만큼은 음반과 콘서트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제 때가 왔다. 그가 지난달부터 뮤지컬 ‘나폴레옹'(연출 리처드 오조니언)에 출연하고 있다. 극중 루시앙 역을 맡아 생애 첫 도전을 즐기고 있다. 대현은 “스물다섯, 생각이 많은 시기에 찾아온 황홀한 곳”이라고 표현했다.

10. 공연은 잘하고 있나요?
정대현 : 총 20회 가운데 8회를 했어요. 절반 정도 지났네요.(웃음) 아직 잘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10. 어떻게 출연하게 됐습니까?
정대현 : 소속사에서 기회를 준 게 가장 크게 작용했어요. 저도 준비가 돼 있었고요. 올해 스물다섯인데, 많은 생각이 들었던 때였어요.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솔로 음반을 내고 활동하면서 계속 일에 집중하고 있었던 터라 이번 기회에 한 번 제대로 도전을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10. 스물다섯,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정대현 : 아이돌 그룹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했어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건 ‘욕심’이었고요. 뮤지컬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장르는 아니기 때문에 마음에만 두고 있었는데, 상황이 잘 맞아떨어져서 흔쾌히 하겠다고 했습니다.

10. 평소에도 뮤지컬을 자주 봤나요?
정대현 : 처음 본 뮤지컬은 ‘빨래’였어요. 무대 위에서 숨김 없이 100%를 분출하는 모습이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음악과 노래, 연기 모두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죠. ‘언젠가는 해봐야지’라며 하고 싶다는 마음은 늘 있었어요.

10. 마음의 준비가 됐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정대현 : 솔로 음반을 시작으로 계속 혼자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었어요. 일을 할 수 있는 최적화된 상황에서 뮤지컬 출연을 제안받았고,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10. 결과는 어떤가요?
정대현 :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죠.(웃음) 스스로 갖고 있는 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란 마음으로 도전한 건데 다 소용 없더라고요. 하하.

10. 가장 어려운 건 뭡니까?
대현 : 음악과 연기는 물론 그 외의 부분까지 다 어려웠어요. 지금은 배워나가면서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가수로 데뷔한지 올해로 6년 차예요. 연습생도 아니잖아요. 뮤지컬을 하면서 부족한 면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고민했어요.

뮤지컬 ‘나폴레옹’에서 루시앙 역을 맡은 정대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뮤지컬 ‘나폴레옹’에서 루시앙 역을 맡은 정대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막상 뮤지컬 연습에 들어가니까 초보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얘기군요.
대현 : 첫 도전이니까 계속 발전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게 맞지만, 그것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모든 게 준비된 상태에서 보다 완성도 높은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야 하는데 말이죠. B.A.P 콘서트와 달리 저의 팬이 아니라 ‘나폴레옹’이란 작품을 보러 온 관객들이 훨씬 많아요. 그들은 저를 처음 접할 텐데…그런 데 대한 걱정과 부담이 많았어요.

10. 그 간극을 좁히려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대현 : 내려놓은 게 많아요. 그 과정이 힘들었죠. 완벽을 추구하려는 성격인데, 그래서 더 실수가 나오더라고요. 끊임없이 내려놓는 걸 연습했습니다. 이후부턴 배우는 것밖에 없었죠.

10. 생각이 많던 시기에, 더 생각이 많아졌겠어요.(웃음)
대현 : ‘살면서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예요. 생각을 바꾼 것도 처음이고요.

10. ‘나폴레옹’으로 뮤지컬계에서 자리를 잡겠다는 각오인가요?
대현 : 연습을 시작한 뒤부터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요.(웃음) 오직 제게 주어진 것만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 뿐이었죠. 물론 답답하기도 했지만 아직 어리고 충분히 많은 걸 경험하고 겪는 나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죠.

10. B.A.P 멤버들은 보러 왔나요?
대현 : 아직 보러 오지 못했어요. B.A.P로 해외 일정을 다니면서도 계속 뮤지컬 연습을 했어요. 멤버들은 ‘다 봐서 안 봐도 되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10. 뮤지컬이 참 쉽지 않은 장르죠?
대현 : 뮤지컬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런데도 도전할 수 있었던 건 그저 솔로 활동으로 자신감이 충만해진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뭔가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거든요.

10. 모든 게 무너졌다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대현 : 사실 정말 힘들었어요. 스트레스도 굉장히 많이 받았고요. 연습을 시작했는데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나이도, 경력도 제가 가장 어리고 부족했죠. 선뜻 말을 건넬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요. 처음엔 그저 눈으로 보고 듣고 느끼고 실천하는 게 다였죠. 그래서 방황도 했고요.

10. 워낙 베테랑 뮤지컬 배우들이 나오는 작품이니까 도움이 됐을 텐데요.
대현 : 모든 분들이 저를 아껴주고 챙겨줬어요. 초반에는 쉽게 다가오지 못했고 저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최대한 예의를 갖춰 행동 하려고 했어요. 제가 모르는 사람에게 잘 다가가지 못하는데 먼저 마음을 여니까 형, 누나들도 많이 챙겨줬어요.

10. 극 중 같은 역을 맡은 그룹 비투비(BTOB) 이창섭이 힘이 되지 않았나요?
대현 : 연습 과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이창섭 덕분이에요. 그간 음악 프로그램에서 마주친 정도 뿐이었지 친분은 없었거든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정말 많이 가까워졌어요. 형으로서 낯가리고 소심한 저에게 먼저 다가와 줬죠.

10. 극 중 루시앙이란 인물은 어떻게 만들었나요?
대현 : 처음엔 가사와 대사를 외우는 것 외에 캐릭터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했어요. 시간이 흐르고 그게 다가 아니란 걸 알았어요. 캐릭터와 대사를 분석하고 배우, 스태프들과 계속 의논하고 바꿔 나가야 하는 걸 말이죠. 선배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생각했어요. 할 수 있는 건 보는 거밖엔 없었거든요. 정말 계속 보기만 했어요.(웃음) ‘나폴레옹’ 관련 책을 찾아 보고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루시앙의 출생지부터 다양한 배경 지식을 접했죠.

정대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정대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그 결과 어떤 루시앙이 탄생했나요?
대현 : 열여섯에 정치에 뛰어들어 시민들을 생각하는 올바른 친구예요. 그렇지만 아무리 많은 걸 생각하려고 해도 열여섯의 감성이 있고 표현할 수 있는게 있다고 생각했죠. 결론은 저와 닮은 점이 많았아요. 귀와 눈을 닫을 줄 모르는 정직함, 순수하지만 때론 바보 같기도 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역을 맡은 배우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공연을 보니 표현하는 게 다 달랐어요. 나만의 것을 표현하되 도를 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10. 실제 열여섯 살 때는 어땠습니까?
대현 : 놀기만 했어요.(웃음)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좋아했고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실용음악을 배웠죠. 열여덟 살에 학원을 다니기 시작해서 열아홉 살에 B.A.P로 오디션을 봤어요. 스무 살에 데뷔했고요.

10. 공연도 어느덧 반을 했으니 처음보다 무대가 편해졌겠군요.
대현 : 훨씬 편해졌어요. 처음에는 좌불안석이었죠.(웃음) 지금까지 B.A.P로 무대에 올랐을 때는 한순간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됐는데, 뮤지컬은 가만히 있는 것부터 연습했어요.

10. 공연 첫 날은 어땠나요?
대현 : 솔직히 말해 식은땀이 계속 났어요. 대사와 노래, 다른 배우들과 맞춰온 걸 머릿속으로 떠올렸죠. 부족한 게 티가 났어요. 실수도 잦았고요. 가요계로 치면 갓 데뷔한 친구들을 보는 느낌이었을 겁니다. B.A.P로 데뷔했을 때보다 훨씬 힘들었어요.

10. 확실히 시야는 넓어졌겠어요.
대현 : 음악의 시야는 넓어질 수밖에 없어요. 모든 분들에게 배울 점이 있어서 저에게는 황홀한 곳입니다. 또 사람들과의 관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고 참고 이겨내야 하는지에 대한 폭도 넓어졌어요.

10. 뮤지컬을 하면서 가장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요?
대현 : 노래와 연기는 당연해요. 두 가지는 기본으로 할 줄 알아야 뮤지컬 무대에 오를 수 있으니까요. 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그 외의 것도 많죠. 저에게 필요했던 건 상대 배우와의 호흡입니다. 중점적으로 신경 써야겠다고 느꼈어요.

10. B.A.P라는 이름을 달고 도전하는 거라 책임감도 컸겠죠.
대현 : 맞아요. 처음에는 멤버들이 활동을 쉬고 있는 상황에서 팀 대표로 나왔으니까 잘 해서 이름을 알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것 역시 연습을 시작한 순간부터 다 무너졌고요.(웃음)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저부터 사는 게 중요했으니까요. 하하.

10. 여전히 적응하기 힘든 부분은요?
대현 : 이젠 연습실과 대기실에선 다 좋아요. 다만 무대에 설 때마다 새롭고, 계속 달라요. 연습을 더 하고 더 많은 걸 안 뒤에 무대에 올랐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죠.

10. 아이돌 그룹 출신들이 뭔가에 도전할 땐 편견을 깨야 한다는 부담이 있죠.
대현 : ‘아이돌’이란 꼬리표를 달고 정말 최선을 다하는 이들도 있어요. 다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기 때문에 선입견이 생긴 거겠죠. 그래서 저도 더 열심히 했습니다. 부족한 게 사실이라 겸손하려고 노력도 하고요. 최근 뮤지컬 ‘레베카’의 공연 영상을 보면서 옥주현의 모습을 봤어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걸 다 뛰어넘고, 톱(TOP)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존경하게 됐죠.

정대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정대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뮤지컬을 하면서 새로운 꿈이 생기진 않았나요?
대현 : 새로운 꿈은 아닌 것 같아요. 노래로 표현할 수 있는 거라면 다 같다고 생각해요. 다만 느낌이 다를 뿐이죠. 노래를 하는 사람으로서 플레이(PLAY)를 다르게 구별만 잘 하면 문제없을 거예요. 그러니 똑같은, 하나의 꿈이죠.

10. 연기를 진지하게 배워보고 싶다든지 하는 배우로서의 욕심은요?
대현 : 연기는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 조차도 왈가왈부할 단계가 아니라서. . .(웃음) 때가 되면 생각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뮤지컬 배우니까 ‘배우’로서 손색 없을 만큼은 더 하고 싶어요.

10. 그래도 새 분야니까 흥미롭죠?
대현 : 태어나서 이렇게 흥미가 많이 생긴 분야는 처음입니다. 노래 하나만 보고 살아왔는데, 그간 생각한 틀과 견해가 다 부서졌어요. 발성, 호흡, 연기를 내뱉었을 때의 공기, 상대와의 시너지 효과 등 모든 게 새로워요. 자고 일어나면 늘 새롭죠. 그래서 매일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10. 다시 뮤지컬 출연 제안이 들어온다면?
대현 : 하나씩 쌓아가는 걸 좋아해요. 솔직한 마음으론 앙상블부터 해보고 싶어요. 그 과정을 통해 나올 수 있는 게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요. 저는 그걸 건너뛰어서 실수가 나오는 거죠. 다른 이들보다 빨리, 좋은 환경에서 시작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밟아가면 좋겠습니다.

10. B.A.P도 곧 컴백하죠?
대현 : 준비는 다 마치고 마지막 단계예요. 뮤지컬과 병행하다 보니까 컴백 준비에 오롯이 집중을 못해서 아쉬움도 있어요. 동시에 하려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뮤지컬에서 보고 듣고 배운 부분이 새 음반을 준비하면서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더 세심하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10. 어떤 부분을 기대하면 좋을까요?
대현 : 음악 색깔이 확 달라졌어요. 새로운 느낌의 장르에 도전했죠. 또 멤버들이 다 멋있어졌고요.(웃음) 이제 남자로서 성숙한 느낌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저는 생각이 많이 바뀌면서 새로운 걸 보여주려고 했고요. 확실히 달라졌을 겁니다.

10. 현재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대현 : 잘하고 있어요. 아직 20대이고 최선을 다해 들이부을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또 ‘지금이 아니면 언제?’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려고요. 꾸준히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 뿐입니다.

10. 성숙해지는 과정인 것 같군요.
대현 : 과거엔 바빠서 힘들 때 티를 냈어요. 뮤지컬을 하면서는 그런 것도 많이 바뀌었죠. 힘든 게 아니라 즐겁게 하고 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뮤지컬 배우들을 보면서 정말 열심히 하는 걸 봤어요. 직접 보니까 더 크게 와닿았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10. 올해의 목표는?
대현 : 스물다섯이 돼 솔로 음반을 내고, 뮤지컬도 하며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습니다. 시작에 불과해요. 스물일곱이 됐을 때 음악에 대한 부분 만큼은 팬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싶어요. 그때쯤엔 안정된 느낌으로 좋은 결과물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