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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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필모그래피는 영화 ‘친구’ 전과 후로 나뉜다. 90년대 청춘스타로 말랑말랑한 멜로를 하던 그가 ‘친구’ 이후 다소 무겁고 어두운 색깔의 장르물로 노선을 갈아탔기 때문. 그의 노선은 오랜 시간 바뀌지 않았다. 실패도 많았다. 슬럼프도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영화 ‘브이아이피’로 돌아온 장동건의 이야기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장동건은 ‘브이아이피’(감독 박훈정) 인터뷰에서 “전 작품과 다르게 멀티캐스팅이어서 부담감이 덜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근 찍은 영화 ‘7년의 밤’도 그렇고 과거에도 ‘친구’ ‘해안선’ ‘태풍’ 등 투톱 영화를 많이 했었어요. 4명이서 출연한 영화는 이번이 처음인데 계주 형식으로 나와서 그 방식이 특이했죠. 전작에서는 부담감이 1/2이었다면 이번에는 저,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이 출연해 부담감이 1/4이었던 것 같아요. 하하.”

장동건은 ‘브이아이피’에서 VIP 김광일의 존재를 은폐하려는 국정원 요원 박재혁 역을 연기했다. 박재혁은 국정원 요원이지만 정의와 국가를 위해서 임무 수행하는 것이 아닌 오직 자신의 성공과 승진만을 쫓는다. 국정원 요원보다는 회사원의 느낌이 강한 인물이다.

“영화는 인물 중심이 아니라 사건 중심이기 때문에 박재혁이라는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생각을 했죠. ‘결혼은 했을까’ ‘아이는 있을까’ 등이요. 이 사람의 행동을 보면 정의감이나 도덕심이 없는 사람은 아닌데 승진하려는 회사원 같았죠. 그래서 저는 결혼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승진은 어떻게 보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인거니까요. 제가 실제로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어서 그 영향도 컸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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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소영과 결혼한 장동건은 현재 두 아이의 아빠다. 아빠와 남편, 배우 3가지를 병행하고 있는 그는 아빠로서 역할이 가장 욕심이 난다고 했다.

“제일 잘하고 싶고 신경 쓰이는 건 아빠 역할이에요.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연예인 부모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는 때라고 하더라고요. 선배 연예인 커플들의 선례를 보고 잘 조율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지금껏 아이들에게 보여 줄만한 영화를 찍지 못해서 그 점이 아쉽네요.”

‘친구’ 이후 장동건의 필모그래피는 줄곧 어두웠다. ‘우는 남자’ ‘위험한 관계’ ‘마이웨이’ ‘태풍’ ‘해안선’ 등 아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영화다. 장동건이 유독 이런 영화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밝은 역, 어두운 역을 떠나서 이야기 전체가 재밌으면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었어요. 선택하다보니 그런 장르가 많더라고요. 최근에는 작품 선택 기준이 많이 바뀌긴 했어요. 예전에는 작품이 들어왔을 때 70이 장점이고 30이 단점이면 그 30을 크게 생각해서 고사했거든요. 지금은 70을 보고 작품을 선택하는 거죠. 어찌 됐든 어떤 걸 선택해도 잘 안 되는 건 마찬가지더라고요. 그리고 잘 안된다고 큰 일 나는 것도 아니었고요. 작품이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거잖아요. 이제는 내가 재밌게 할 수 있는 영화가 좋은 것 같아요.”

장동건은 ‘우는 남자’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복귀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었다. 3년의 공백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작품의 성패를 떠나 자기애가 없어졌어요. 연기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진 건지,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그런 시기가 2~3년 동안 지속됐죠. 저는 그 시기를 슬럼프라고 진단하는데 갱년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하하. 그런데 결국 연기로 극복이 되더라고요. 영화 ‘7년의 밤’을 찍으면서 슬럼프에서 나왔고 지금은 다시 재밌어지기 시작했어요.”

톱스타의 위치에 있는 25년 동안 장동건은 흥행에 대한 부담감과 욕심이 컸다. 하지만 슬럼프를 겪고 난 지금 그는 많은 것을 내려놨다. 이제는 연기를 진정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단다.

“스스로 많이 유연해졌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성격이 내성적이었거든요. 아마 배우를 안했어도 그랬을 것 같아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같이 지내고 나서 더 유연하고 외향적으로 바뀌었죠. 많이 내려놓고 나니까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거 순간의 감정을 즐기지 못한 게 후회 되지만 이제는 즐기면서 연기하려고요.”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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