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이세영 / 사진제공=프레인TPC
배우 이세영 / 사진제공=프레인TPC
“연기해본 적 없는 감정들을 쏟아내다 보니 아직도 가슴 안에 먹먹함이 남아있네요. 러브라인이 극의 메인 서사는 아니었기에 최우승의 감정 변화가 섬세하게 드러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요.”

지난 7월 22일 종영한 KBS2 금토드라마 ‘최고의 한방’에서 3년차 공시생 최우승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세영이 “배우들, 스태프들과 이렇게 호흡이 좋은 드라마가 또 있을까. 남다른 드라마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고의 한방’은 죽은 줄 알았던 과거의 톱스타가 살아 돌아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타임슬립 드라마다. 이세영이 연기한 최우승은 안정적인 삶을 바라며 공무원 시험에 매진하는 인물이다. 현실 어디에서라도 볼 수 있을 법한 일상적인 캐릭터라 공감을 샀다.

이세영은 여섯 살 때인 1997년 데뷔했다. 21년째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그가 공시생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이세영은 “나 역시 치열하게 살았다. 캐릭터의 삶에 너무나 공감이 됐다”라고 말했다.

“2년 전에 친구들이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고 토익을 공부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는 걸 지켜봤습니다. 저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불 꺼진 차 안에서 휴대폰 플래시를 켜 대본을 보곤 하죠. 요즘 청춘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 알고 있어요. 그래서 우승이 캐릭터에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드라마 속 캐릭터라 미화될 수밖에 없지만 공시생인데 옷이 너무 많은 것 같더라고요. 하하. 최대한 돌려 입으며 촬영했습니다.”

이세영은 전작인 KBS2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최대 수혜자’라는 호평을 들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로코(로맨틱코미디) 연기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재벌가 막내딸 역으로 긍정적이고 밝은 연기를 제 옷인 양 소화했다. 차기작으로 ‘흙수저’ 캐릭터를 선택한 데는 색다른 연기를 하고 싶은 이세영의 도전정신이 담겼다.

“모든 게 도전이었습니다. 전작과 색이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점과 신설된 ‘금토드라마’에 합류한다는 게 기대됐습니다. 예능 연출을 맡았던 유호진 PD님과 차태현 선배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도 신선했습니다. 시청률이 좀 아쉽긴 하지만 이는 수치에 대한 욕심이 아니고 고생하며 촬영한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공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에서죠.”

이번 작품에서 이세영은 한없이 망가지는 열연을 펼쳤다.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초코바를 먹고 시험장에 들어가 배탈이 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폭소를 유발했고, 술에 취해 근본 없는 술주정을 부렸다. 또래 남성 캐릭터들에게도 지지 않는 걸크러시를 보여줬다. 앞선 작품에서의 사랑스럽고 통통 튀는 이미지와는 반대의 매력이라 눈길을 끌었다.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이랍니다. 하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신이 있었습니다. 몰입해서 리얼하게 연기했는데 차태현 선배가 ‘아무리 그래도 여배우가 이런 장면은 좀 아닌 것 같다’며 만류하더라고요. 저는 재미있었어요.”

이세영은 상대배우 윤시윤과 찰떡 호흡으로 극의 재미를 배가했다. 사실 둘의 러브라인이 처음부터 예정된 건 아니었다. 두 캐릭터의 티격태격 케미에 시청자가 반응했고 이는 드라마 전개에도 영향을 끼쳤다. 결국 이들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연인이 되는 결말을 맞았다. 이세영은 연기에 대해 고민할 때마다 자신을 잡아준 윤시윤에 대해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제가 대본에 없는 부분에 대해서 ‘이 장면에선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해보고 싶다’고 제안하면 적극적으로 공감해줬어요. ‘오빠 그 표정은 하지 마’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지되는 일이었죠. 훗날 다른 작품에서 다시 만나고 싶어요.”

배우 이세영 / 사진제공=프레인TPC
배우 이세영 / 사진제공=프레인TPC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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