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조선 최고의 침의로 꼽히는 혜민서 의원 허임(김남길)은 몸져누운 노모(老母)에게 침을 놔 달라는 노비에게 “너 돈 있느냐”고 묻는다. ‘걸어 다니는 의학서적’으로 불리는 신혜병원 흉부외과 펠로우 최연경(김아중)은 사춘기의 10대 환자와 정서적으로 교감해주기를 바라는 보호자에게 “저 언니 아니고 의사에요”라며 선을 긋는다.
지난 12일 베일을 벗은 tvN 새 토일드라마 ‘명불허전’(극본 김은희, 연출 홍종찬 장양호) 1회에서 주인공 허임과 최연경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장면들이다. ‘명불허전’은 허임과 최연경이 조선시대 한양과 21세기 서울을 오가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타임슬립 메디 활극이다. 1회에서는 허임과 최연경이 어떤 인물인지를 그리는 데 집중했다.
허임은 신력(神力)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다. “맥을 짚었다하면 몸의 흐름을 파악해 귀신 같이 아픈 곳을 꼭꼭 짚어내고, 병자의 몸을 훑기만 해도 혈이 보이며, 허임이 손댔다 하면 오래 걸릴 병도 빨리 낫고 다 죽어나갈 병자도 벌떡 일어난다”는 것이다. ‘조선 최고 의원님’이라 칭송받지만 그에게 의술은 재물을 얻기 위한 수단이다.
그는 죽어가는 병자가 있건 말건 시간에 맞춰 혜민서의 문을 칼 같이 닫는다. 밤에는 말 못할 곳의 병으로 고생하는 양반들을 찾아가 침을 놔준다. 허임은 양반들의 목구멍, 겨드랑이, 엉덩이 같은 은밀한 부위의 고통을 돌봐주고 돈을 받는다. “낮에 그만큼 침을 놨으면 밤에는 딴 짓 좀 해야한다”며 그 돈으로 술집도 간다. 창고에 쌓인 금덩이를 보며 허임은 “나는 갈고 닦은 재주로 재물을 쌓는다. 공명성대한 세상 다 함께 잘살아보자”고 웃는다.
최연경은 현대의학 신봉자다. 의대 재학 시절, 학부 6년간 과 수석을 도맡아 하고 인턴 실력도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펠로우지만 혼자 응급 수술을 이끌 배포도 있고, 돌발 상황을 완벽히 해결하는 차분함과 판단력도 있다. 너무 완벽해 선임인 황 교수(이대연) 강만수(이재원)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여자인 데다 펠로우인 주제에” 실력만으로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이 고깝기 때문이다.
완벽해 보이는 최연경에게 없는 게 있다면 공감 능력이다. 최연경은 환자와 교감하지 않는다. 그가 담당하는 청소년 환자의 보호자는 “딸이 사춘기라 맨날 휴대폰만 본다. 선생님이 언니처럼 붙잡고 이야기를 해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했다. 그러나 최연경은 “저는 수술로 사람을 살리는 사람일 뿐”이라며 “원하시면 정신과나 전문 심리 상담가를 연결해드리겠다”고 딱 잘라 말했다.
허임과 최연경은 각자 조선에서, 대한민국에서 명의(名醫)라 불릴 만한 실력을 갖췄고 성과를 냈지만 교과서나 위인전에서 볼 법한 의인(義人)은 아니다. 이들이 단지 냉혈한이어서가 아니다. 배경도 분명히 있다. 허임은 천출이라는 신분의 한계 때문에 비뚤어졌고, 최연경은 학창 시절 아픈 어머니를 침과 뜸으로만 치료했던 할아버지 때문에 한의학에 신뢰를 잃었다. 각자의 서사가 뚜렷한 캐릭터들이 ‘명불허전’의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1회 끝 무렵, 허임은 임금에게 침술을 선보일 기회를 얻었으나 실패했다. 결국 궁에서 도망치던 중 의문의 활을 맞고 강에 빠졌다. 허임이 겨우 강을 빠져나와 마주한 것은 400여 년이 지난 후의 서울이다. 본격적인 타임슬립이 시작됐다.
정처 없이 떠돌던 허임은 어느 클럽 앞에서 응급 환자를 발견하고 침을 꺼내들었다. 이때 최연경이 나타나 허임을 저지하며 두 사람의 운명적인 첫 만남을 알렸다. 신분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는 허임이 “여자도 의원이 될 수 있는” 21세기 서울에서, 한의학을 지독히 불신하는 최연경이 “침술이 곧 신력”으로 평가 받는 조선시대 한양에서 무엇을 느끼고 성장할지 기대된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지난 12일 베일을 벗은 tvN 새 토일드라마 ‘명불허전’(극본 김은희, 연출 홍종찬 장양호) 1회에서 주인공 허임과 최연경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장면들이다. ‘명불허전’은 허임과 최연경이 조선시대 한양과 21세기 서울을 오가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타임슬립 메디 활극이다. 1회에서는 허임과 최연경이 어떤 인물인지를 그리는 데 집중했다.
허임은 신력(神力)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다. “맥을 짚었다하면 몸의 흐름을 파악해 귀신 같이 아픈 곳을 꼭꼭 짚어내고, 병자의 몸을 훑기만 해도 혈이 보이며, 허임이 손댔다 하면 오래 걸릴 병도 빨리 낫고 다 죽어나갈 병자도 벌떡 일어난다”는 것이다. ‘조선 최고 의원님’이라 칭송받지만 그에게 의술은 재물을 얻기 위한 수단이다.
그는 죽어가는 병자가 있건 말건 시간에 맞춰 혜민서의 문을 칼 같이 닫는다. 밤에는 말 못할 곳의 병으로 고생하는 양반들을 찾아가 침을 놔준다. 허임은 양반들의 목구멍, 겨드랑이, 엉덩이 같은 은밀한 부위의 고통을 돌봐주고 돈을 받는다. “낮에 그만큼 침을 놨으면 밤에는 딴 짓 좀 해야한다”며 그 돈으로 술집도 간다. 창고에 쌓인 금덩이를 보며 허임은 “나는 갈고 닦은 재주로 재물을 쌓는다. 공명성대한 세상 다 함께 잘살아보자”고 웃는다.
완벽해 보이는 최연경에게 없는 게 있다면 공감 능력이다. 최연경은 환자와 교감하지 않는다. 그가 담당하는 청소년 환자의 보호자는 “딸이 사춘기라 맨날 휴대폰만 본다. 선생님이 언니처럼 붙잡고 이야기를 해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했다. 그러나 최연경은 “저는 수술로 사람을 살리는 사람일 뿐”이라며 “원하시면 정신과나 전문 심리 상담가를 연결해드리겠다”고 딱 잘라 말했다.
허임과 최연경은 각자 조선에서, 대한민국에서 명의(名醫)라 불릴 만한 실력을 갖췄고 성과를 냈지만 교과서나 위인전에서 볼 법한 의인(義人)은 아니다. 이들이 단지 냉혈한이어서가 아니다. 배경도 분명히 있다. 허임은 천출이라는 신분의 한계 때문에 비뚤어졌고, 최연경은 학창 시절 아픈 어머니를 침과 뜸으로만 치료했던 할아버지 때문에 한의학에 신뢰를 잃었다. 각자의 서사가 뚜렷한 캐릭터들이 ‘명불허전’의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1회 끝 무렵, 허임은 임금에게 침술을 선보일 기회를 얻었으나 실패했다. 결국 궁에서 도망치던 중 의문의 활을 맞고 강에 빠졌다. 허임이 겨우 강을 빠져나와 마주한 것은 400여 년이 지난 후의 서울이다. 본격적인 타임슬립이 시작됐다.
정처 없이 떠돌던 허임은 어느 클럽 앞에서 응급 환자를 발견하고 침을 꺼내들었다. 이때 최연경이 나타나 허임을 저지하며 두 사람의 운명적인 첫 만남을 알렸다. 신분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는 허임이 “여자도 의원이 될 수 있는” 21세기 서울에서, 한의학을 지독히 불신하는 최연경이 “침술이 곧 신력”으로 평가 받는 조선시대 한양에서 무엇을 느끼고 성장할지 기대된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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